▲ 의료용 마리화나 사업에 진출한 바이오빌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난항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속식물(Cannabis)는 삼(Hemp, 대마)와 마리화나(대마)로 구분할 수 있다. 출처=바이오빌

[이코노믹리뷰=양인정, 황진중 기자] 미국 마리화나 재배기업에 투자해 의료용 대마 유통권을 확보한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빌의 회생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금조달을 위해 난발한 사채가 회생계획안의 수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제4부(재판장 서경환)는 19일 바이오빌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바이오빌의 관리인으로 박영구(69)씨를 제3자 관리인으로 선정했다.  

앞서 바이오빌은 회생신청 이후 최대주주인 온페이스를 주축으로 채권단과 자율구조조정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구조조정(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은 법원이 회생신청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법정관리를 미루고 채권자들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협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율구조조정 협상은 채권단과 대주주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결렬됐다. 법원의 바이오빌에 대한 개시결정은 이와 같은 자율구조조정 협상이 무산된 가운데 내려졌다. 채무자회생법상 법원은 회생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개시결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바이오빌의 최대주주 온페이스는 지난달 13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의 회생을 신청했다.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 정보기술(IT) 융합기술 벤처기업인 온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바이오빌의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2.42%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자본의 1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도 회사에 대한 회생신청권을 가진다.

바이오빌의 양수열 전 대표이사는 본래 바이오빌 경영권을 인수한 온페이스의 대표이사다. 양 대표는 바이오빌의 기존 경영진과 경영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법원은 바이오빌의 관리인을 선정하면서 기존 대표이사를 관리인에서 배제시켰다.

한편, 바이오빌의 채권자들도 주주의 회생신청에 대응해 지난 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사에 대해 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을 신청한 채권자 대부분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의 채권자로 구성됐다. 바이오빌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총 1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기한이익상실(EOD)로 회사로 청구된 회사채는 모두 920여억원이다.

회사의 채무 중 대부분이 CB의 발행으로 발생돼, 향후 CB의 발행경위와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법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되고 있다. 온페이스와 바이오빌 측은 이 같은 CB발행과 사용처에 대해 전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바이오빌 양수열 전 대표이사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전 경영진과 이사진들이 1000억원이 넘는 CB를 과도하게 발행해 무분별한 자회사 법인 취득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다”면서 “대부분이 적자인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CB의 상환일이 도래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빌은 법정관리를 졸업한 태양광 업체 솔라파크코리아를 비롯해 모두 21곳의 자회자를 두고 있다.

바이오빌 “M&A 열어놨다”…“부실 자회사도 매각할 것”

일각에서는 주주가 채권단에 앞서 바이오빌의 회생을 신청한 것을 두고 온페이스가 회생절차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바이오빌의 이사진 구성상 회사가 직접 회생신청에 나설 수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종래 바이오빌의 이사회는 갈등을 빚었던 구경영진의 이사들과 주주 측 이사들이 동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 때문에 회생신청을 위한 이사회 결의가 어려웠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바이오빌측은 개시결정 이후 채무조정 등으로 재무구조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대표는 “그동안 회사의 부채로 주가가 부양되지 않았다. 회생절차에서 부채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필요하면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회생절차 M&A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파산법조계 “CB채권자과 채권 다툼이 최대 변수될 것”

회생절차 M&A까지 거론된 상황이지만 향후 회생절차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것이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의 분석이다. 진성 사채권자를 가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바이오빌의 사채가 세 번에 걸쳐 손바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발행된 CB가 상당부분 무기명이라 채권자들이 회생절차에서 선의취득을 주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선의취득은 물건이나 채권을 양도한 사람이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더라도 이를 취득한 사람이 그 사실을 몰랐다면 소유권을 갖게 된다는 법리를 말한다. 예컨대 장물 노트북인지 모르고 산 A가 누구에게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과 같다.

▲ 우리 몸에는 카나비노이드를 수용하는 수용체(Recepter)가 있다. 머리쪽에는 CB1, 몸에는 CB2 수용체가 있으며, 몸은 카나비노이드를 수용해 기능들을 자동 조절한다. 출처=바이오빌

앞으로 전개될 출자전환도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다. 채권자들에 대해 주식전환이 이뤄지면 대주주의 주식이 줄어들면서 온페이스의 피해가 현실화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100억원을 투자한 온페이스가 최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빌 측은 “CB 발행 후에 실제 자금거래 없이 CB채권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을 부정해 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무자회생법상 관리인의 채권 부인권을 행사해 진성채권자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채무가 줄면 출자전환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파산법조계는 향후 CB채권자들의 반발로 회생절차가 난항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자과 채권 다툼이 길어지면 동시에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M&A도 낙관하기 어렵게 된다. 다툼이 있는 CB채권자들의 채권이 현실화 될 경우 인수의향 기업이 바이오빌의 인수를 꺼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회생사건를 취급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바이오빌의 채권, 채무상황과 관련해 “무기명 CB는 증서를 넘기는 것과 동시에 채권자가 변경되는 효과가 있다”며 “CB의 소지자가 선의취득을 주장하면 채권의 진위 여부를 다퉈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이 경우 회생계획수립을 포함한 회생절차는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금성(오영열 변호사 외 1명)이 주주인 온페이스의 신청대리를 맡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채권자들의 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홍성준 변호사 외 3명)이다.

바이오빌, 의료용 마리화나 난항 지속?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빌은 같은 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바이오빌USA를 세워 대마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오빌이 100% 출자해 설립한 바이오빌USA는 미국의 마리화나 재배기업 ‘글로벌 네이처 바이오(GNB, Global Nature Bio)’ 지분 51%를 인수하고 의료용 대마 유통권을 확보했다. GNB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의료용 및 기호용 대마 유통 라이선스를 가진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Lancaster)에서 대마 재배 허가권도 갖고 있다.

미국 연방법상 마리화나 활용은 불법이지만, 9개 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화됐다.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허가하는 주는 30개에 이른다. 시장은 기호용 마리화나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통증 억제와 뇌질환 치료 등을 위한 의료용 마리화나 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마리화나 시장 분석기관 브라이트필드 그룹에 따르면 마리화나가 합법인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77억달러(한화 약 8조6700억원)다. 이는 2021년까지 310억달러(한화 약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이달 12일부터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마리화나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바이오빌USA는 바이오빌이 보유한 스마트팜 자극기술을 적용해 대마 재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자극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구축한 농장에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 식물 재배에 필요한 다양한 자극 인자에 대해 빅데이터화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 바이오빌이 목표로 둔 스마트팜 자극인자 기술 등 마리화나 관련 사업. 출처=바이오빌

바이오빌 측은 스마트팜 자극기술을 활용하면 마리화나의 의료용 성분인 칸나비디올(CBD) 오일 순도가 높은 마리화나를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빌은 이를 통해 고순도 CBD를 추출, 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었지만, GNB 인수 후 마리화나 사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회사 내에 갈등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갈등이 경영권 쟁탈이다.

바이오빌의 경영권 쟁탈은 치열했다. 처음 양수열 대표가 기존 강호경 대표와 각자대표에 선임된 이후 기존 경영진이 이사회를 열어 양 대표를 해임하고 권상준, 하종규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이뤘다. 이후 또다시 양수열, 하종규 각자대표체제로 바뀐 후 하종규 대표 해임, 경양수 각자대표 선임과 해임을 반복해 현재 양수열 대표가 단독 대표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은 양수열 대표를 비롯해 박경현 전 온페이스 대표 등을 가장납입, 횡령 배임 혐의로 분당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주식매매가 중지됐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바이오빌 공시 등에 따르면 “바이오빌은 양 대표 등 주금납입 금액 70억원을 임의로 수표를 출금했다”면서 “온페이스가 질권설정을 하게 됐고, 일부 금액은 질권해지, 일부는 이사회 절차 없이 해외 법인에 약 5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 대표 측은 “기존 경영진들이 수많은 CB 발행 등으로 기업이 약 180억원 압류가 있었다”라면서 “미국 사업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빠져 바이오빌USA를 구하기 위해 상호를 온페이스바이오USA로 변경하고 미납금 150만달러(한화 약 17억원) 중 100만달러(한화 약 11억3040만원)를 송금, 의료용 마리화나 사업의 미국 내 허가권을 유지했다”고 반박했다.

양 대표는 “하 대표가 미국 의료용 마리화나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고 일본과 중국에서 사업을 못하게 하기 위해 공시 담당자를 당일 교체했다”면서 “이후 우리를 거래소에 가장납입과 횡령 배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주식거래를 정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바이오빌은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76억9600만원(-276억9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99억3589만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43억7042만원으로 전년 동기 503억5161만원 대비 107.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05억163만원으로 전년 동기 -251억8271만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