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 시가지의 크레인. 북미 13개 도시의 공사 장비의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RLB 크레인지수는 건설회사들이 고용동향과 경기를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당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록을 면밀히 조사하고, 최신 경제 자료와 상세한 무역 간행물을 샅샅이 뒤져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건설 현장에 솟아 있는 타워 크레인도 소비자 신뢰조사나 주택 건설 조사처럼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라고 건설컨설팅 회사 라이더 레벳 버크날(Rider Levett Bucknall)은 말한다. 이 회사는 건설 현장의 장비 수를 근거로 자신의 회사 이름을 따 ‘RLB 크레인지수’를 산출해 냈다.

이 회사의 북미지역 대표 줄리안 앤더슨은 "북미 주요 13개 도시의 크레인 대수를 나타내는 이 지수가 경제 정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며 "이 지수는 그의 고객사들이 도시 시장에서의 고용 동향과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도록 지난 2015년에 개발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건설 업계는 전국적으로 746만 명을 고용해 몇 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불경기로부터 회복 중에 있는 상태다. 금융 위기 이전인 2006년건설업계 근로자는 769만 명으로 지금보다 3% 더 많았다.

앤더슨 대표는 “고용이 계속 증가하면 노동력 풀(pool)이 줄어들어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인건비는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것이 결국 건설 업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올 연말까지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실, 경기를 나타내는 특별한 지표는 크레인 지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외에 다른 특이한 측정 지표로 버터 팝콘 지수(Buttered Popcorn Index, 경기가 침체되면 피곤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몰린다는 개념), 슈퍼볼 지수(Super Bowl Indicator, 내셔날 리그에서 슈퍼볼 우승팀이 나오면 S&P 500 주가가 오른다는 통념), 이혼률 등 많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부의 자그디시 N. 바그와티 교수는, 지난 1986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각국의 통화가치가 적정 수준인지 살피기 위해 각국의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현지 통화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비교한 빅맥 지수(Big Mac Index)를 만든 이후, 이와 같은 경기 측정 방법이 많이 등장했지만, 그러나 세계 통화 시스템을 형성하는 추세는 너무 복잡해서 맥도날드 가격 하나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바그와티 교수는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를 팝콘 같은 포켓북 이슈로 다루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본적인 경제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심사가 재미있게 표현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 가장 최근 크레인 지수에서 캐나다의 토론토가 108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도시로는 시애틀이 59개로 가장 높았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가 5개로 가장 적었다.  출처= Anglia Handling Services Ltd

크레인 지수도 한계가 있다. 크레인 지수는 라이더 레벳 버크날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만을 추적하기 때문에 휴스턴이나 애틀랜타처럼 성장하는 도시 시장은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인 지수는 어떤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크레인 지수는 10층에서 80층 사이의 건물 공사에 사용되는 타워 크레인을 추적하는데, 호텔, 아파트, 사무실, 경기장, 컨벤션센터, 예술단지, 학교 등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올 겨울에 이런 크레인 개수는 총 423개였다.

금리 인상, 무역 혼란, 원자재 가격 상승, 노동시장 긴축 등의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이 수치는 2015년 여름 439개를 기록한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가장 최근 크레인 지수에서 캐나다의 토론토가 108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도시로는 시애틀이 59개로 가장 높았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가 5개로 가장 적었다.

시애틀이 1위에 오른 것은 아마존의 공도 일부 있다. 아마존은 낡은 창고가 밀집돼 있던 낙후 지역인 사우스 레이크 유니온(South Lake Union) 일대를 사무실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시애틀의 다른 지역들에서도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애틀의 부동산 중개회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의 데이비드 거리 부사장은 "창 밖을 내다보면 곳곳에 크레인들이 많다"며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8년을 주기로 보는데, 아직 시애틀의 부동산 경기는 한창 시점이어서 오히려 과잉 건축이 우려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주택은 부동산 건설 시장의 가장 큰 동력원이다. 수십 년 전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고층 아파트가 이제는 일반적인 아파트 형태가 되었다. 사무실 건물들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애틀에는 6천만 평방피트(170만 평)의 사무실 공간이 있는데, 그 중 4분의 1은 아마존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을 제외하더라도 시애틀의 프라임 사무실 건물의 임대료는 평방피트당 평균 1780 달러(200만원) 수준이며 공실률은 7% 미만이라고 말한다.

▲ 경제학자들은 크레인 지수는 국가 전체의 경제 상태보다는 개별 도시의 경제 상태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처= photocase.com

시애틀 등 여러 도시의 크레인 수를 세는 것이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다. 라이더 레벳 버크날의 직원들은 일년에 두 번씩 며칠 동안 걷거나 차를 타고 조사를 한다. 필요한 경우, 나중에 그들이 계산한 크레인 수와 실제 건축 허가를 비교하기도 한다.

오레곤주 포틀랜드(Portland)에서 조사할 때는 500피트(150m) 상공까지 올라가는 도시 전차를 타기도 했다. 버크날에서 조사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크레이그 김은 “우리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고 말했다.

포틀랜드는 올 겨울 26개의 크레인으로 시카고와 동률을 이루었지만, 인구 270만 명의 시카고에 비해 포틀랜드는 63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윌러멧 강(Willamette River) 근처의 쌍둥이 건물 오레콘 컨벤션 센터의 증축 공사와, 내년 겨울 문을 열 객실 600개의 14층 하이야트 호텔, 그리고 시가 설립하는 고층 주차 건물이 포틀랜드의 주요 건축 공사다.

크레인 지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사 프로젝트가 처음 구상된 몇 년 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의 경우, 올 겨울 크레인의 수는 28개로 지난 여름의 25개 보다는 늘어났지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슈만 앤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나단 에드워즈 연구소장에 따르면, 사무실 건물의 급증으로 작년 4분기에 사무실 임대료는 하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지난 12월과 1월에 걸쳐 있었던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 등의 정치적 혼란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무실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에도 워싱턴 DC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선호하던 곳이었지만, 최근 투자 열기가 식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 침체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크레인들을 볼 수 있는 곳은 로스앤젤레스 (44개), 뉴욕(28개), 샌프란시스코(29개) 같은 도시들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분석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의 경제 상태보다는 개별 도시의 경제 상태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Stern School of Business)의 지안 루카 클레멘티 경제학 교수는 "지금은 미국 대도시들에게 있어 건설의 황금기"라며 "미국은 아직 비슷한 선진국들에 비해 도시화가 덜 된 상태여서, 앞으로 더 많은 건설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