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김밥집이 하나 있다고, 그 동네에 더 이상 김밥집이 생기면 안 된다고 법에서 정하면 그 김밥집을 매일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까 아니면 대충 할까?

물론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 마음. 김밥집이라고는 나 하나뿐이니까 내가 제대로 된 김밥을 보여줘야지라고 할 수도 있고, 어차피 김밥 먹으려면 우리 집뿐이니까 대충 만들어도 되지 뭐 할 수도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제약 없이 오픈할 수 있다면 새로 오픈한 김밥집이 기존 김밥집 보다 맛없고, 비싸고 메뉴도 별로 없이 만들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동일한 메뉴라면 조금이라도 싸게, 같은 가격이라면 더 좋은 재료를, 모두가 똑같다면 더 친절하고 깨끗하게 할 것이다.

그럼 기존 김밥집은 그저 손님이 줄어드는 걸 그냥 보고 있을까? 단골 고객들을 위한 이벤트를 하거나, 가격 대응을 하거나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해서 경쟁을 한다. 그렇게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을 하면서 새로운 김밥을 만들고 재료를 잘 고르고, 서비스 레벨을 높여서 경쟁력 있는 김밥집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의무휴업제,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 그리고 또… 제한.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을 키운다는 이유로 끝없이 각종 제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효과가 없음이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음에도 공약이었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압력이 거세서, 그저 규제를 위한 규제라도 하는 척해야 하니까 등등 많은 핑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에서 챔피언을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다음 나머지 선수들만 출전하게 해서 승부를 겨루게 하는 건 정당한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스폰서를 받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만 출전을 제한하게 하면 그 경기는 온당한가?

누구에게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기업도 스스로 사업영역을 결정한 권리가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어떤 사업은 하면 안 되고, 오로지 중소기업만 해야 한다면 그 산업이 온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에서 말하는 의무휴업제 확대 방안,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아웃렛까지 의무휴업제를 하도록 하자고 하는데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에 입점한 브랜드 중 70%가량이 개인 가맹업주, 즉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법안이 소상공인의 영업을 제한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몇몇 산업군은 대기업이 발을 빼면서 연구개발이나, 해외시장 개척이 어려워졌고 그 빈자리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기업의 차지가 되기도 했다. 김치, 막걸리, 두부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적용했다가 매출이 하락하고 원재료 생산자의 판로가 막히면서 막걸리는 결국 2015년 해제 처리했고 두부는 여전히 콩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특히 김치의 경우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던 대기업과 급식소나 중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으로 시장이 달랐으나 규제로 인해 연구 개발은 줄어들고, 중국산 김치가 더욱 침투하는 빌미를 만들어 주었다. LED 또한 해외 기업의 점유율이 단기간에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산업군에서 성장해서 중견기업 규모가 되면 제재를 받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해서는 안 되고 그저 현재 수주만 유지해야 한다. 그러니 무슨 개발이며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협회, 각종 소상공인 협회들이 압력단체를 만들고 정부, 국회, 여론을 압박하는 동안 실제 소비자인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법의 우산 아래서 그저 가까운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적자생존, 경쟁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다.

물론 지나친 독점은 제한해야겠지만,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문은 열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임의로 제한함으로써 소비자가 선택을 강요당하고 기존 기업 쌓아온 노하우를 버리게 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