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계에선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HTML5 게임’이 종종 거론된다. 현재 HTML5 게임의 인지도는 웹게임이 발달한 중국에서 가장 높다. 그 외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단계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킬러콘텐츠는 없는 형국이다. 이 시장에 중소개발사 잔디소프트가 HTML5 기반 MMORPG ‘매드월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드월드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계획이다.

잔디소프트는 윤세민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1999년 게임 업계에 입문해 20년째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다. 슈팅 게임 ‘배틀마린’을 시작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거쳤으며 대표 프로젝트로는 MMORPG 메틴 시리즈(메틴1, 2)가 있다. 특히 메틴2는 유럽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윤 대표에게 많은 경험과 역량을 줬다. 그는 지난 2013년 MMORPG 개발을 위해 잔디소프트를 설립했다. 2명 남짓한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3명의 직원과 함께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윤세민 대표를 만나 HTML5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HTML5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달라

쉽게 이야기하면 인터넷 웹 기술이다. 과거에는 이 기술이 웹에서 아주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수준이었지만 HTML에 ‘5’라는 숫자가 붙으며 실제 하드웨어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술이 됐다. 편의성과 확장성도 좋아졌다. HTML5 이전에는 그냥 HTML이라고 불렀다.

HTML5 게임은 HTML5를 이용해 만든 게임이다. 과거 HTML 기반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오래 전 오락실에서 하던 테트리스 정도의 퀄리티를 구현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사운드 부분을 호환하기 힘들어 게임에 필요한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었고 온라인 실시간 네트워킹 기능도 안 됐다. H5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H5 게임은 웹 표준 기반이라 웹을 구동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웹에서 구동한다면 웹게임과 HTML5 게임은 같은 건가

HTML5 게임은 더 많은 걸 포용하는 웹게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웹게임은 보통 플래시, 액티브엑스 등 웹 표준 이외의 것들을 설치해야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별도 기술을 활용해 게임에 필요한 기능을 넣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탓에 웹게임은 PC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다. 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HTML5 게임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웹이 구동되는 환경이면 게임을 할 수 있다.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포털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HTML5로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HTML5 게임은 확산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콘텐츠가 이용자들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에 보이는 기사들은 원래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콘텐츠다. 그렇지만 기사는 포털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전달되고, 공유되기도 한다. 영상, 음악, 광고 등도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웹상에서 존재하고 퍼지는 콘텐츠로써 게임이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웹상에 있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깊이 있는 MMORPG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PC와 모바일 시장에서는 파트너사를 찾기 쉽지 않거나,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용 측면에서 시도가 어려웠다. 모바일 MMORPG의 경우 통상 마케팅 비용으로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개발비 이외에 비용이 그 정도 들어간다는 건 중소기업이 도전하기엔 큰 부담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답이 HTML5 기반 MMORPG였다.

덕분에 마케팅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콘텐츠만 좋으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PC와 모바일 게임은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큰 비용의 마케팅비를 써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면, 이 시장은 게임을 잘 만들기만 하면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게임 개발 중에 느낀 한계나 어려움은 없나?

기존 게임 개발과 환경이 다르다. PC나 모바일 게임 개발은 어느 정도 쌓인 개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이 있는데, HTML5로 MMO 게임을 개발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렇다 보니 H5로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늘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명확하지 않아서 업체들도 적극적인 도전보다 소극적인 도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성공사례가 없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함이 극복해야 할 요소인 것 같다.

잔디소프트의 ‘매드월드’는 어떤 게임인가

MMORPG 프로젝트이며, 모바일보다는 PC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요즘 트렌드에 비춰보면 게임이 다소 복잡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좀 더 깊이 있고 많은 콘텐츠를 다양하게 다루는 걸 추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자동사냥은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동이동보다는 길 안내를 도와주는 정도로 게임을 구성할 예정이다.

다른 MMORPG와 차별화된 특징이라면 우리만의 아트스타일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특색 있는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아티스트의 원화를 그대로 살려 게임에 적용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잔디소프트의 아트팀은 게임사 출신 아트디렉터(AD) 외에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2D 그래픽의 느낌을 다른 게임과 다른 감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개발진의 능력은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넷마블, 넥슨 등 국내 유수 게임사에서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이 매드월드를 개발하고 있다. 

▲ 매드월드 스크린샷. 출처=잔디소프트
▲ 매드월드 스크린샷. 출처=잔디소프트
▲ 매드월드 스크린샷. 출처=잔디소프트
▲ 매드월드 스크린샷. 출처=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