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홈술이 우리 생활 속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1인용 안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홈술족’을 공략한 안주류 가정간편식(HMR)을 내세우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침 간편한 식사부터 퇴근 후 혼술을 위한 안주까지 HMR의 분야가 점차 넓어진 셈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워라벨 등의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면서 HMR 규모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성장세에 주요 식품업체들은 제품 라인업을 점차 확대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고, 신규 진출업체들까지 시장에 가세하며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간편식(HMR) 시장규모는 약 2조1900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2배가량 성장했다. 2023년에는 약 3조81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안주 가정간편식(HMR)은 홈술, 혼술 트렌드에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2016년 195억원에서 2017년 59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더니 지난해 96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13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상 청정원의 안주야 제품. 출처=대상

국내 안주 HMR 시장에 처음 문을 연 기업은 대상 청정원의 ‘안주야(夜)’다. 지난 2016년 출시한 안주야는 청정원의 조미기술과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 공략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출시한지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돌파했다. 매출도 첫해 48억원에서 2017년 6배 이상 성장한 306억원을 기록하고, 작년에는 476억원을 달성하며 현재 시장 점유율 68%를 차지하고 있다.

안주야는 매운 닭발 등 논현동 포차스타일의 안주를 비롯해 이자카야 스타일은 물론 최근에는 국물 안주류로 품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물닭발’과 ‘곱창전골’을 처음 출시하고 논현동 포차 스타일의 ‘모듬술국’으로 가짓수를 늘렸다. 또한 대상은 소비자들이 가정 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소재를 이용한 메뉴 개발에 한창이며, 올해는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근애 대상 마케팅본부 차장은 “제품 개발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손질이 까다로운 부산물 원료 조리에 대한 연구 개발이었다. 해동과 가열 등 공정을 원물별로 최적화해 설계함으로써 제품 주원료인 원물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데 주력했다”면서 “앞으로도 기존에 없던 다양한 안주 HMR을 선보이고, 철저한 위생관리와 연구개발을 통해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원F&B의 안주 HMR 브랜드 ‘심야식당 제품. 출처=동원F&B

동원F&B도 안주 HMR 브랜드 ‘심야식당’으로 2017년 7월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상보다 1년 뒤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심야식당은 출시 첫해 48억 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작년에는 174억원으로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심야식당의 메뉴는 닭발과 막창, 불닭, 오돌뼈 등 술안주나 야식을 위주로 한 제품들로 안주와 야식을 통합하는 냉동 간편식 브랜드로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다.

▲ 오뚜기 '오감포차'의 칠리새우와 크림새우 제품. 출처=오뚜기

대상과 동원F&B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기업은 오뚜기다. 오뚜기는 2017년 6월 냉동 안주 브랜드 ‘오감포차’를 선보이며 시장에 가세했다. 오감포차는 오감이 모두 만족하는 전문점 수준의 맛있는 안주요리를 표방하며 직화닭발, 직화오돌뼈, 닭근위마늘볶음, 매운닭근위볶음, 쭈꾸미볶음, 매콤아구찜, 국물닭발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됐다.

▲ 사조대림의 ‘즉석포차’ 브랜드 제품. 출처=사조대림

신규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조대림은 지난해부터 ‘즉석포차’ 브랜드를 통해 보편적으로 즐기기 좋은 안주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증기배출이 가능한 스탠딩파우치 형태로 만들어져 포장을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닭발과 닭근위를 이용한 제품으로 집에서도 포장마차 안주의 맛과 분위기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직화 방식으로 만들어 진짜 불맛과 불향이 살아있으며, 매콤함이 더해져 화끈한 직화구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아워홈의 야시장 안주 시리즈 ‘대만식 오븐닭구이’ 제품. 출처=아워홈

아워홈도 지난 2월 지역별 야시장 명물 안주 본연의 맛을 재현한 ‘야시장 안주 시리즈’ 4종을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 야시장 유명 안주 ‘쭈간지’를 모티브로 한 ‘오븐닭구이’부터 강릉 ‘오삼불고기’, 서울 ‘매콤오돌뼈’ 등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메뉴들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1인 가구 확산과 함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술 문화도 바뀌고 있는 만큼 이를 겨냥해 지역 야시장 명물 안주를 콘셉트로 한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면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냉동안주 매출이 월 평균 약 35% 오르며 인기를 끌어 새 브랜드를 추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HMR 안주 시장의 성장 요인은 우선 1인 가구 증가하면서 가구 내 주류 소비량이 늘었다. 무엇보다 직접 조리하기 힘든 곱창, 막창, 닭발 등 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간편 소용량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용기 기술의 혁신과 온라인 시장의 성장도 한몫했다. 상온보관과 전자레인지 이용만으로 완성되는 요리와 간편한 파우치 형태의 포장 기술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고, 온라인 시장을 통한 식품유통의 증가와 신속한 배달도 확대에 기여했다.

혼술을 자주하는 직장인 이수민(여.28)씨는 “혼자살고 있는데 배달을 시키면 가격이 최소 2만원에서 추가로 배달수수료가 붙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면서 “이에 비해 안주간편식은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이 없어 최근 많이 즐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술안주는 물론 밥반찬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어필하고 있다”면서 “안주 제품군은 집에서 손질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면서 배달음식보다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주 HMR은 시장 형성 초기부터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전체 간편식 시장을 이끌어 갈 주요한 제품군으로 부상하고있다”면서 “계속해서 기업들이 메뉴를 더욱 다양화하고 전문성을 높여가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