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보험사가 설계사 감소 영향으로 전속조직 실적 악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마다 지점축소, 통·폐합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대면영업을 하는 생보사 20곳 모두 전속설계사가 감소했다. 자산 기준 대형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지난 1년간 설계사 수가 각각 507명, 1515명, 1495명 줄었고 중·소형사 설계사도 최대 1721명 축소돼 대면영업 감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한생명은 지난해 설계사 수가 업계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신한생명의 지난해 말 설계사 수는 6140명으로 2017년 말 7861명 대비 1721명 감소해 전속채널 조직체계가 축소됐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보험가입 위축과 대리점간 경쟁심화로 전속설계사 이탈이 확대됐다. 전속설계사가 감소할수록 기업 핵심판매망인 대면영업조직이 약해지는 만큼 실적에도 위협 요소가 된다.

◇ 설계사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이탈 확산, 대면영업력 축소 현실화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대리점으로 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 전속설계사로 일할 경우 고정수입과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보장되지만 출퇴근 등 시간제약이 비교적 적고 인센티브를 더 받을 수 있는 대리점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대형보험사 업계 관계자는 “본사 소속 설계사는 월말 실적평가와 근태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에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리점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다”며 “실적이 우수한 설계사는 보험사 또는 대리점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 보험사는 연 초마다 지점에 출근을 하지 않거나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를 정리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화생명도 근태가 저조한 설계사를 줄여나갔다.

보험업계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속설계사마저 대리점으로 빠져나가면서 보험사들의 대면영업 실적 악화가 현실화됐다. 지난해 국내 상장보험사 5곳 모두 전속채널 연납화보험료(APE)가 축소됐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전속설계사APE는 1조310억원으로 2017년 1조2810억원 대비 19% 줄었고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오렌지라이프도 각각 13.7%, 14.1%, 16.5% 급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전속설계사 APE가 1조5760억원으로 2017년 1조6080억원 대비 2% 줄었지만 같은 기간 삼성생명이 운영 중인 자회사형 대리점(GA) 실적은 12.9%(-410억원) 축소됐다.

▲ 출처=각사

삼성생명은 GA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자회사형GA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 치아보험, 암보험 등 중·저가 상품을 강화하면서 자회사형 GA실적보다 비전속GA 실적이 늘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중·저가 상품 특성상 손해보험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서 전속대리점 물량보다 비전속대리점에 물량이 더 많이 공급했다”고 밝혔다.

◇ 보험사, 비용 절감차원에 지점 통·폐합 불가피

전속설계사들의 보험사 이탈과 대면영업 실적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지난해 보험사는 점포를 축소하는 등 몸집 줄이기 작업에 활발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지점을 절반이상을 줄였다. 미래에셋생명은 80여개의 지점을 통합해 33개로 개편해 사업본부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임대료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서다.이러한 구조조정은 메리츠화재가 2016년 먼저 도입한 방법이다. 메리츠화재는 지역본부, 지역단, 영업점의 3단계 구조를 대형 영업지점 하나로 통합해 지점을 119개 축소해 비용을 줄였다.

보험업계는 메리츠화재와 미래에셋생명처럼 과감하게 지점을 통·폐합하는 전략과 함께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인근 지점을 재정비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다. 지난해 대면영업 조직을 갖춘 생명보험사 12곳 모두 2017년 대비 점포수가 축소됐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영업점포수는 각각 18곳, 19곳 줄었고, 신한생명과 KB생명의 점포수도 19곳, 15곳 감소했다.

신한생명의 경우 설계사 이탈 증가와 맞물려 각 지역 인근에 있는 지점을 통합했다. 지점 3~4개를 합해서 큰 점포를 만들어 운영 하기 위해서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업황 자체가 워낙 불경기다 보니 설계사 이탈이 잦았다”며 “이에 지점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설계사 이탈이 증가한다면 고정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면영업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급해 지점을 관리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도 증가해 비용 줄이기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