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짐 로저스라는 유명 투자가의 ‘북한 띄우기’가 눈길을 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사싱상 실패로 끝난 이후에도 자신의 전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며 대북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북한이 개방되지 못하고 핵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를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곧바로 북한의 경제개방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내가 10살의 일본인이라면 바로 일본을 떠날 것”이라는 식의 거친 비난을 퍼붓는다. 일각에서는 짐 로저스의 공격적인 발언이 투자조언이라기 보다는 관심끌기용 '막 던지기'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투자계의 유명인사다. 올해 나이 77세,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투자가다. 1970년 28세때 조지 소로스와 손잡고 ‘퀀텀펀드’라는 헤지펀드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다. 그가 근무한 약 10년새 펀드는 연수익률 40%, 자산누계 40배 이상 증가라는 경이적 성과를 냈다. 로저스는 1400만달러를 벌었다. 퀀텀펀드 퇴직 후 자기 이름을 붙인 로저스홀딩스를 만들어 미국주식, 해외주식, 세계 각국 통화, 금, 원유, 보리 등 시장에서 거래가능한 모든 것을 매매하고 있다. 현재 개인자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게 없다. 20억 달러에 가깝다는 설과 3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이 나돈다.

◇짐 로저스의 '밸류 앤 체인지' 전략

로저스는 투자전략은 밸류 앤 체인지(Value & Change)이다. ’아주 저렴한 상태에서 좋은 변화가 나타나는 대상’에 투자한다. <거장들의 투자공식>(이레미디어)을 참고하여 짐 로저스의 독특한 투자전략을 살펴보자.

그의 전략은 3요소로 구성된다. ▲저렴한 상태 ▲좋은 변화 ▲특별한 대상이다. 이 세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투자한다. ‘저렴한 상태’는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매수하여 가격회복을 기다리는 것을 ‘역행적 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가격과 주가는 하락세에 접어들면 어디까지 떨어질 지 알 수 없다. 끝내 기업이 도산하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하락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하락이 일시적인지, 더 큰 하락이나 파탄을 향해가는 중인지 말이다. 더 이상 떨어질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면 매수한다. 다만, 저렴한 보합상태가 5년 혹은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매수는 ‘좋은 변화’가 확인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전략적 역행’이라고 불린다.

◇'좋은 변화'란 어떤 것?

‘좋은 변화’를 판단하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주목해야 한다. 1971년 천연가스의 세계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을 때 천연가스의 공급과 비축량은 사상 최저수준이었다. 원인은 과도한 가격규제였다. 생산자들은 그 가격으론 채산성을 맞출 수 없었다. 가스전 채굴을 할 형편도 아니었다. 도산하는 천연가스 기업이 속출하고 있었다. 로저스는 현장조사를 통해 각국 정부가 더 이상 가격통제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예상대로 가격규제가 풀리자 천연가스 가격은 급상승했고 그는 대박을 쳤다.

1998년 가격이 낮았던 금과 원유에 투자한 것도 비슷했다. 신흥국 경제발전으로 수요는 증가하는데도 오랜 시장침체로 공급체계가 부실했다. 금광과 유전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은 5배, 원유는 10배로 급등했다. 채산성이 좋아지면서 공급체계도 활성화되었다. 로저스는 큰 몫을 챙겼다.

로저스가 투자하는 대상은 ▲세상에서 필수불가결한 것 ▲’본래는 우수했던’ 기업 또는 국가 등이다. 이 가운데 ‘본래는 우수한 국가’란 국민이 우수하고 국가정책과 체제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장경제 국가를 말한다.

◇독일-중국에 투자한 이유

1982년 독일 주식을 산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 주식은 21년 동안 침체되어 있었다. 실물 경제는 개선되고 있었지만, 여당인 사회당이 주식시장을 경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다. 이 시기 주식시장 활성화를 중시하는 야당 기독교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급기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상대로 기독교민주당 승리로 주가가 급상승했다. 로저스는 독일 주식을 3~4년 보유하여 몇 배의 수익을 올렸다.

로저스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세계일주 여행을 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중국이 가장 활력있는 국가라고 결론짓고 2002년는 중국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중국 국민이 교육열이 높고 근면하며 1978년 이후 추진된 개혁개방노선으로 중국이 ‘우수한 자본주의자’로 변신할 것이라 믿었다. 2008년까지 중국 주식은 몇 배 뛰었다.

그는 싱가포르와 베트남도 높게 평가한다. 우수한 국민성, 자유화·개방화를 향한 국가적인 노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로저스의 일본 비관론은 일본 정부가 자유화와 규제완화 보다는 금융정책과 경기부양책에 의존하고 있고 지나친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데 근거한다. 실제로 로저스는 그간 보유했던 일본 주식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투자 강추 이유는?

그는 요즘 북한을 가장 주목해야 할 투자처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남한과 북한에 아주 엄청난 기회들이 오고 있다”며 “지금 북한은 (등소평이 개방을 추진하던) 1981년의 중국 모습과 같다. 앞으로 20년동안 한반도가 세상에서 제일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그는 “우리가 북한 화폐를 매입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2016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향후 3년 내 남북 협력 및 교류, 통일까지도 가능하다"(2019년 3월 아리랑TV) 등 북한 대박론을 펼쳤다.

로저스는 체제와 각종 법과 제도 측면에서 볼 때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북한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북한은 모든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낮다."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짐 로저스는 자신의 거침없는 발언들 말미에 ‘퇴로’를 열어두고 있다. “나는 미국인이라서 북한에 투자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지 말라. 철저하게 공부하고 조사하라.” “향후 10년 정도의 큰 흐름을 생각하여 투자하라.” “길가에 떨어진 돈을 줍는 정도로 쉽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기회를 기다려 투자하라.” 로저스의 말은 그래서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짐 로저스의 발언들

“만약 내가 지금 10세 일본인이라면 AK-47 소총을 구입하거나 혹은 일본을 떠날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들의 삶에 재앙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 일본은 2050년 범죄 대국이 될 것이다."
"일본은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사라져버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내일이라도 주한 미군을 철수하고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해결할 수 있게 넘겨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38선 국경을 허물어야 한다"
“북한이 개방되면 나는 두 딸과 함께 한국에 와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