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2018년 동국제강 연결 기준 재무 추이. 자료=딥서치(DeepSearch)(단위 : 10억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동국제강이 최근 특이한 성적을 내놨다. 당기순손실이 약 4400억원이나 늘은 것이다. 순손실 결과는 브라질 CSP 제철소 손상차손 반영분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올해 CSP 제철소 흑자전환을 목표로 보고있지만 글로벌 철강 업황 둔화와 헤알화 강세로 일정부문 손실을 감안해야 할 전망이다.

문제는 동국제강의 재무안전성이 꾸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설비 투자 대비 수익과 실질적인 수익창출 능력, 안정적인 영업이익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CSP 공장 건설 연장으로 인한 재무부담도 늘어난 데다 2018년 중에는 가동중단 상태인 포항 2후판공장의 자산가치 손상까지 발생했다.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당진 3후판공장의 경우에도 실적 개선 전망이 어둡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5조3648억원, 영업이익 1135억원을 냈다. 4년 연속 흑자 경영을 한 셈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88억원, 영업이익은 532억원 줄었지만 업황 부진에도 건설업 경기 호황을 틈타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4449억원에 이른다. 2017년 702억원의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손실폭은 3746억원 증가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브라질 CSP 제철소에 있다.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과 포스코 그리고 브라질 발레(Vale)가 합작한 회사다. 발레의 지분이 50%,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각각 30%, 20%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강 입장에서 CSP제철소는 관계기업이다.

CSP 제철소는 2016년 6월 화입식 후 쇳물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2018년 기준 연강 슬래브 생산량 397만톤, 생산능력은 300만톤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CSP 제철소의 건립 자금 절반이 차입금에서 비롯됐다. CSP 제철소 건설 당시 헤알화는 원화당 600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19일 기준 298.37원으로 줄었다.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면 이자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특히 CSP 건설을 연장하면서 금융비용은 초기보다 많이 늘었다. CSP 장부가는 지분법 손실이 누적되면서 2018년 말 연결 기준 0원이다. 누적 투자금액은 8346억원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3011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해 장부가는 5083억원으로 줄었다.

전반적인 자체 유동성 등 재무안정성 지표는 불안정한 상태다. CSP는 표면상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과 비교해(11억2700만달러) 16억8500만달러로 약 50% 성장했다. 그러나 금융비용이 2016년 7300만달러에서 2017년 1억5000만달러, 2018년 2억달러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6만5739%에 이른다.

▲ 2009년~2018년 동국재강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퀀트와이즈 (단위: %)
▲ 동국제강 재무비율 최근 10년, 5년, 3년 간 평균 및표준편차. 자료=딥서치(DeepSearch)

휘청이는 재무안전성

제조업은 특성상 CAPEX 비용이 일정 부문 이상 초기에 소진된다면, 이후 재무 실적이 상향곡선을 그린다. 반면 동국제강의 재무비율은 해마다 크게 변동한다. 시설부문 투자에 따른 이익 상향곡선을 그리기 보다는 매년 변동폭이 크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동국제강의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3.85%다. 이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표준편차로 보면 2.84%다. 최근 10년으로 넓히면 평균 영업이익률은 2.28%다. 표준편차는 1.14%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의 표준편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동국제강의 매출액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마이너스 성장(전년대비 증가율 평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매출액 증가분 표준편차(각 변수가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는 34.61%다. 10년간 변동폭을 보았을 때는 -8.08%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CAPEX를 늘리면서 외형이 커진것처럼 보이지만 부채를 고려하면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다. 수익성은 저하되고 영업이익 증가분이 미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총자산 대비 매출액은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자산 대비 매출액은 기업의 효율적 경영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지속해서 높다는 것은 기업의 자산이 낭비되는 것 없이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10년간 표준편차 7.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6.62%, 동부제철은 6.56%다.

▲ 별도기준 제품별 매출구성 및 추이.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단위: 억원, %, 배)

늘어난 건설업 의존도, 불황에 버팀목 될까

동국제강의 재무비율 수치상 결과는 업황에 따라 포트폴리오 비중을 시시각각 줄이거나 늘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지난해의 경우 건설업 의존도가 높았다. 동국제강의 별도기준 2018년 매출액은 5조3648억원이다. 매출액 제품 비중은 철근 35.3%, 형강 16.0%, 칼라강판 16.2%, 냉연·아연도강판 15.8%, 후판 13.0%, 기타 3.7%로 구성돼있다.

후판의 경우 수출의존형인 조선업에 들어간다. 철근과 형강 등 봉형강은 건설업, 냉연판재류는 가전과 건설업이 수요처다. 동국제강은 후판과 봉형강, 냉연판재류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해왔으나, 후판 부문 비중을 줄이면서 건설업 의존도가 커졌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봉형강 부문의 전극봉 가격인상에 따른 제조원가가 오른 데다 냉연도금강판 내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특히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2017년 6.0배에서 지난해 7.5배까지 뛰어오른 상황이다. EBITDA 대비 차입금 배율이 낮을수록 원금상환 부담이 낮음(원금상환능력은 높음)을 의미한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18년 중에는 가동중단 상태인 포항 2후판공장의 자산가치 손상이 발생했다.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당진 3후판공장의 경우에도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자산 가치의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회사의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은 외견상의 지표 대비 열위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나신평은 올해 건설업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종별로 봤을 때 건축 분야는 수익성을 확보한 기 분양 프로젝트의 진행수익 인식으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반면 수급여건이 불리해지면서 신규분양시장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고 판단했다.

플랜트 분야는 손실현장이 줄어들며 예정원가 상승 폭은 완화했으나, 주력시장의 고수익 프로젝트 수주 부진, 준공 지연된 저수익 프로젝트 잔존 등의 문제로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토목의 경우 국내외 모두 불리한 사업환경이 지속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회계추정변경에 따른 공종별 당기손익 변동폭. 자료=나이스신용평가 (단위 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