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년 전보다 전세 보증금이 하락한 아파트는 전국 52%에 이른다. 출처=한국은행.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전국적인 전세가 하락 속에 ‘역전세’ 상황에 진입한 가구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의 하락이 가속화된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역시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한 주택이 약 30%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년 전과 비교해 전세가가 하락한 주택은 올해 1~2월 들어 전국 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20.7%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9.2%에서 다시 한 번 급격히 상승한 수치다.

전국 단위로 50% 이상의 하락이 일어나면서 일각에서 ‘역전세’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전세’란 전세가가 하락함에 따라 새로운 세입자의 보증금만으로는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전세가 하락 비중만 큰 것이 아니라 10% 이상 크게 상승한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올해 1~2월 전세가격이 10~20% 하락한 아파트의 비중은 14.9%였고, 30% 이상 하락한 비중은 4.7%였다. 즉 하락한 아파트의 약 20% 정도가 10% 이상 크게 하락했다는 의미다.

▲ 전세 보증금이 10% 이상 낮아진 아파트도 전체의 2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은행.

특히 지방의 전세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2017년, 2018년, 올해 1~2월까지 지방의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 비중은 35.8%→50.8%→60.3%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 2년 전 시세보다 하락한 수준으로 전세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통계에서 수도권은 같은 기간 각각 11.9%→32.3%→46.5%로 전세가 하락 비중인 늘어났다. 전국 규모와 비슷한 50%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이보다는 낮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세가 하락률은 10.0%→16.7%→28.1%로 30%에 이르렀다.

전체 시도광역지자체 17개 가운데 월 평균 기준 전세가격이 하락한 곳은 2017년 5개에서 지난해 11개로 늘어났고, 올해 1~2월 13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다만 광주와 전남, 대전, 세종 등 4개 지역은 오히려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이어지는 전세가 하락의 원인으로 입주물량 확대와 함께 지방 경기부진, 전세가 상승누적에 따른 조정 압박 등을 꼽았다.

특히 아파트 공급이 많아지면서 수도권은 2017년 12월, 지방은 2017년 1월 이후 공급우위 기조로 전환됐다. 2018~2019년의 연평균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5~2017년과 비교해 전국은 38.8%, 10개 시도는 45.9% 늘어났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 상황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는 당시 수도권 98.1, 지방 99.8로 기준점 100 이하로 하락했고, 2019년 2월 현재 수도권은 83.3, 지방은 82.4로 추가 하락한 상황이다.

다주택자 수 또한 2012년 163만1000명에서 2017년 말 211만9000명으로 늘어났고, 등록임대사업자는 같은 기간 5만4000명에서 24만9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세주택 공급량 확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임대가구의 자산에서 금융자산 증가율보다 보증금의 증가율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은 당장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세 임대를 놓는 가구 가운데 4~5분위의 고소득자 비중이 2018년 3월 현재 64.1%로 높은 수준이고, 가구당 평균 8억원의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임대가구의 총자산 대비 보증금을 포함한 총부채 비율은 26.5%로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금융자산을 고려할 때 보증금 반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보증금 상승률 연평균 5.2%에 비해 금융자산 상승률은 3.2%에 그쳤다.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도 높아지면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2018년 3월 기준 보증금은 금융자산의 91.6%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체 임대가구의 1.5%에 해당하는 약 3만2000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차입 등의 어려움으로 보증금 반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한국은행 측은 “지역과 주택 유형별로 양상이 상이한 가운데,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곳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 “전세·매매시장이 위축되면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이나 보증기관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