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무차입경영’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기준으로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46.8%까지 떨어졌다. 차입금의존도도 9%대로 낮은 수준이다.

차입의존도가 낮은 배경으로는 외부차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수한 현금창출능력을 꼽을 수 있다. LG생건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은 해마다 오르면서 현금창출능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이 있다.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차입부담은 확대됐지만 이후 이익제고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딜(deal)과 경영을 위한 적절한 재원배분은 글로벌 굴지의 사모펀드(PE)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1조클럽에 입성하면서 업계 전통의 강자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선 LG생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유동차입금)는 26%(1조3589억원), 1년 이후 상환하는 비유동부채(비유동차입금)는 6%(3230억원)이다. 전체 부채비율은 48.8%, 차입금의존도는 9.4%다.

해마다 부채비율, 차입금의금의존도는 하락하는 반면 현금창출능력은 강화되고 있다. EBITDA 마진은 2018년 17.7%로 2014년(13.5%)과 비교화 4.2%포인트 상승했다.

▲ LG생활건강은 영업활동으로 들어오는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해마다 차입금을 규모를 축소해하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생활건강

차입금 순상환 기조 지속

LG생건은 2010년 이후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해태음료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 작업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가 2009년 말 2085억원에서 2014년 말 2조1198억원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그러나 2015년부터 차입금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면서 2018년 말 연결기준 부채는 1조68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 LG생활건강은 유동차입금은 해마다 상승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자비용이 높은 비유동차입금의 감소폭이 워낙 가팔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생건의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꾸준히 차입금 상환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LG생활건강은 2015년부터 차입금 상환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출처= LG생활건강

차입금규모 축소에 따라 2014년부터 2018년 부채비율은 124.1%에서 46.8%, 차입금의존도는 31.6%에서 9.4%로 떨어졌다. 레버리지 지표와 순차입금/EBITDA, EBITDA/금융비용 등 커버리지 지표가 동반 개선됐다. 이처럼 견조한 수익창출력과 낮은 레버리지 부담이 유지되고 있어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유동차입금은 해마다 상승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자비용이 높은 비유동차입금의 감소폭이 워낙 가팔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 LG생활건강 차이금의존도와 부채비율추이. 출처= 한국기업평가

현금이 지갑에 차곡차곡

LG생건이 차입금 순환 기조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넉넉한 현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활동으로 LG생건에 유입된 현금은 8171억원이다. 전년(7355억원) 보다 11%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이 8000억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비현금성 지출인 감가상각비를 더한 EBITDA가 1조1967억원으로 전년(1조764억원) 보다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EBIT마진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8~10%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14%대로 개선되었다. LG생건의 영업활동 현금창출력을 견인한 것은 화장품 사업부분이다. 지속되는 내수 경기 침체와 더딘 관광객 수 회복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됐지만 면세점과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393억원 중 화장품 사업에서만 8000억원을 거뒀다.

▲ 연결기준 EBIT마진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8~10%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5년을 기점으로 14%대로 개선되었다. 출처= LG생활건강

화장품부문 성장 핵심요인으로는 ‘고가 브랜드의 빠른 성장세’, ‘해외매출·면세점매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브랜드 파냄가 국내·외 전반에서 빠르게 확대되면서 연결기준 매출원가율은 2013년 47.0%에서 2017년 39.2%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판관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증가했다. 백화점 등 고비용 유통채널 비중 확대로 지급수수료 부담은 증가했지만 해외·면세점 매출의 빠른 성장으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판관비 상승폭이 제한됐다.
 
생활용품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며 재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음료사업은 주요 브랜드의 꾸준한 성장과 성공적인 신제품 출시로 건실한 실적을 실현했다.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운 수익창출력 제고로 2016년 이후 연평균 3300억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잉여현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넉넉한 현금으로 투자·재무활동을 한 LG생건은 지난해 총 3966억원의 현금자산을 남겼다.

▲ LG생활건강 2018년 실적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LG생활건강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화장품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세, 고가 브랜드 비중 확대 등으로 매우 우수한 영업현금 창출력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다변화된 사업구조와 우수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운전 자본부담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연평균 8,000 억원 내외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 (NCF)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LG생활건강은 각 부문에 대한 생산 및 물류설비 투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출처= LG생활건강

그는 “2020년까지 청주 테크노폴리스 건설, 음료부문 생산 및 물류설비 투자로 CAPEX(자본적지출)부담이 이어질 예정”이라면서 “단기적으로 투자부담이 확대되어 잉여현금 창출 규모가 일시적으로 축소되나 투자금액 대부분을 내부창출현금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