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저지주 오션포트(Oceanport)에 사는 리차드 길레트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존 쿠퍼에 자신만의 미니 쿠퍼를 3만 9천 달러에 주문했다.    출처= Richard Gillet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65세의 리차드 길레트는 자신의 차가 길에서 눈에 띄기를 원했다. 그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존 쿠퍼(John Cooper Works)를 통해, 228마력의 엔진에 밝은 빨간색 지붕, 그리고 검은 가죽 인테리어를 한 자신만의 미니 쿠퍼(Mini Cooper)를 만들었다.

물론 그가 영국 옥스포드에 있는 그 회사의 조립 라인에서 직접 일했다는 것은 아니다. 대신 그는 온라인 컨피규레이터(Configurator, 사용자가 옵션을 선택하고 제품이나 공정 결과상의 변화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를 사용해 자신이 이 차에 추가하고 싶은 모든 것을 올렸다. 3만 9천 달러를 내고 두 달 후에 그의 맞춤형 미니 쿠퍼가 뉴저지에 있는 그 회사의 딜러에 도착했다.

이른 바 주문형 소비자 사회에서는 단순함은 배제된다.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가 물 끓듯 변덕스러운 판매 시장에서, 포르쉐, 포드, 미니, 폭스바겐과 같은 회사들은 회사의 기존 모델이 구매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자신들의 수익성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미니가 시행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세 명 중 두 명은 새로운 자동차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개성(personalization)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 웨스트베리(Westbury)에 있는 포르쉐 딜러 포르쉐 골드 코스트(Porsche Gold Coast)의 조지 멘기소풀로스 재무부장은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가고 있기 때문에 주문형 자동차를 판매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회사가 맞춤 제작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5~55세 정도의 사람들은 자동차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 지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드림 카’를 현실로 만들어 주는 회사만이 그런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헨리 포드도 모델 T의 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색상을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주고 싶어 했을 것이다(모델 T는 포드 자동차가 1924년 사상 최초로 대량 생산한 모델. 검정색 밖에 없었음). 1970년대에 혼다는 3000달러(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만 4000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에 팔렸던 시빅(Civic)을 맞춤형 자동차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자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고객이 자동 미션, 리어 윈도우 와이퍼 정도를 추가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혼다의 슬로건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We make it simple)였다.

얼마 전, 콜로라도 주립대학교(Colorado State University) 풋볼 헬멧을 쓴 한 남자가 포르쉐 골드 코스트를 방문해 "헬멧 색깔의 차를 원한다”고 말했다. 당시 매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멘기소풀로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그 금색 헬멧을 독일로 보냈습니다. 그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모두 역겹게 느꼈지요. 얼마나 촌스러웠는지. 하지만 그 고객은 그것을 보자마자 눈물까지 흘리며 그 차에 흠뻑 빠졌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전기 자동차와 자율 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가 가전제품 같은 상품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정확한 사양에 맞춰 자동차를 만들고 고객이 소파나 운동화 한 켤레 사는 것처럼 자동차를 주문하게 만들 것이다.

▲ 질레트는 가죽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했고 지붕을 빨간색으로 도장했으며, 휠과 외부 장식을 특별하게 꾸몄다.    출처= Richard Gillette

페라리(Ferrari)를 예로 들어 보자. 가장 싼 2019년 페라리라도 20만 달러 이상부터 시작한다. 페라리 공장의 고급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제품은, 가격을 물어볼 필요도 없이, 구입하기에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이다.

페라리 북미 법인의 제프리 그로스바드 대변인은 "맞춤형 자동차를 주문하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차가 개성을 뽐내도록 자신들이 원하는 소재, 색상, 마감재를 선택하는 자유를 주는 것은 매우 창조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고객들은 이탈리아 마라넬로(Maranello)에 있는 공장이나 상하이에 있는 테일러메이드 센터(Tailor Made Center)에 초대되고, 특별한 도장, 색상, 가죽, 트림 등 옵션들에 대해 ‘해당 고객 전용 개인 디자이너’의 특별한 '안내’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신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도 있다.

페라리가 회사의 맞춤형 서비스를 광고하지 않는 반면, 미니는 잠재 고객들에게 ‘수 백만 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미니의 이샤안 카트리 제품기획부장은 "한 MIT 공대생 고객이 우리의 옵션 수를 보더니 ‘10억 가지의 옵션이 나올 수 있다’고 계산해 주었다”고 말했다.

“사실 2017년에 판매된 2도어/4도어 하드탑 자동차 1만 6000대 중, 1만 4000대가 동일 모델이었습니다.”

BMW가 소유하고 있는 미니는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옵션 추가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미니의 대변인은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은 대시(dash), LED 도어 실(door sill), 안개등 프로젝션, 그 외 일부 트림들을 개인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토입니다. 아직은 그 기술의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으로 맞춤 옵션이 제한된 폭스바겐도 올해부터 캐나다 지사에서 맞춤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있다.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이 프로그램에서, 고급형 골프 R(Golf R)의 구매자들은, 2500달러(280만원)의 추가 요금으로, 기본 색상 외에 라즈베리 레드(Raspberry Red), 다람쥐 회색(Squirrel Gray), 감청색(Prussian Blue)등을 포함해 40여 가지의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미국에서 인기있는 폭스바겐의 골프는 바이퍼 그린이 가장 인기있는 색상이지만 2500달러를 더 내면 40여 개 색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출처= Volkswagen

폭스바겐 어메리카의 골프 담당 매니저인 메간 클로셋은, 2019년 미국 시장용으로 생산될 골프 R 4000대 중 600대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따라 주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프 R의 고객은 개성이 강하고 자신이 사는 차에 대해 더 까다로우며, 자금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지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시스템에 들어온 주문을 보면 딜러와 고객들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강했습니다."

그는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은, 골프의 전신인 시스코로(Scirocco) 때부터 바이퍼 그린(Viper Green)과 회색”이지만 "자신의 차를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고객들은 밝은 환각적 색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색상을 주문한 경우 차량 인도까지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폭스바겐의 자매 브랜드인 아우디의 경우, 특별한 색상을 주문하면 최대 120일이 소요되며 3900달러(44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래도 "미국에서 주문형 차량을 연간 500여 대 판매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업계는 파격적인 색상과 노란 질감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따른 도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플로리다의 디라이브 시스템스(Derive Systems)는, 색상보다는 자동차 성능에 초점을 맞춘 더 높은 수준의 맞춤형 과학을 개발하는 회사들 중 하나다.

차량 제어 시스템을 지시하기 위해 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디라이브는 몇몇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모든 자동차에 공용으로 만들던 것을 개인 요구에 맞도록 맞춤형으로 만들고 있으며, "성능, 연비, 안전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고객의 요구가 크다"고 이 회사의 데이비드 타울리 최고경영자(CEO)는 말한다.

디라이브가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가운데에는 고속도로의 실제 데이터에 따라 속도를 제한하는 기술과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