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히트상품으로는 역발상 아이디어로 참신함이 돋보인 흰 국물라면 꼬꼬면맨 왼쪽과 글로벌 IT강국의 위상을 높인 갤럭시 S2(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의 착한 유통정책, 통큰, 반값 마케팅(가운데)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최고의 히트 브랜드는 무엇일까? 한 해를 대표하는 히트 브랜드는 그 해 경제
상황이나 소비 환경을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또한 해당업계에도 영향을 끼쳐 업계 판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2011년 히트 브랜드를 알아보고 히트 상품이 보여주는 소비문화와 업계에 끼친 영향을 조망해본다.

지난 7일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10대 히트상품으로 ▲꼬꼬면 ▲스티브 잡스 ▲카카오톡 ▲나는 가수다 ▲갤럭시 S2 ▲K-Pop ▲연금복권 ▲영화 도가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통큰ㆍ반값 PB상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먼저 소비자들은 참신한 시각으로 접근해 기존 상품에 혁신을 더하거나 추가적 재미를 창출한 상품, 인물에 환호했다. 2011년은 고물가와 저성장, 긴장과 불안, 사이버 여론의 영향력 확대 등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또 IT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소비자의 힘이 강해지면서 제품 콘셉트, 가격, 유통전략 등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각 유통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업계별 히트 상품을 알아보고 그에 따른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본다.

1.통념을 깨는 새로운 상품이 떴다
흰 국물, 칼칼한 맛의 ‘꼬꼬면’
올 하반기 가장 이슈가 됐던 브랜드는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었다. 개그맨 이경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 보였던 닭고기 베이스에 청양고추로 칼칼한 맛을 낸 라면을 한국야쿠르트가 상품화하며 그야말로 대히트를 친 꼬꼬면은 지난 8월 2일 출시 후 4개월 만에 6950만개(봉지면 6000만개·용기면 950만개)가 팔리며 502억6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스마트 TV와 함께 입체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3D TV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연금복권이 없어서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고령자층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무료메신저 카카오톡이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하며 인기를 끌었다.


꼬꼬면의 인기몰이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도 바꿔놓았다. ‘붉은 색의 얼큰한 맛 라면’ 대신 ‘흰 국물의 담백하고 칼칼한 맛 라면’ 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흰 국물 라면 열풍은 삼양식품 ‘나가사끼짬뽕’, 오뚜기의 ‘기스면’ 등 동종업계의 잇달은 흰 국물 라면 출시를 유도했다.

이러한 흰 국물 러시는 인구 감소와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는 식생활 변화로 위축된 라면시장에도 활기를 더했다. 실제 한 대형마트에선 7월까지 전체 라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03% 감소했다. 그러나 꼬꼬면이 출시된 8월부터 10월까지 매출은 1.8% 성장으로 돌아섰고, 꼬꼬면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된 11월엔 전체 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3%나 급증했다.

꼬꼬면의 등장은 그 동안 라면사업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한국야쿠르트의 위상도 바꿔놓았다. 1983년 라면사업에 진출한 한국야쿠르트는 제대로 된 ‘봉지면’ 브랜드가 없어 늘 업계 최하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까지 7.9%였던 시장점유율을 3분기에 10.83%까지 끌어올렸다.

업계 1위 농심(66.93%)과의 차이는 여전히 크지만, 삼양식품(11.37%)과 오뚜기(10.88%) 등 2·3위 업체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닭고기 베이스의 칼칼한 꼬꼬면의 위력은 소비자 입맛과 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히트를 친 그야말로 메가 히트 브랜드였다.

2. 세계가 격찬한 한국 스마트폰 파워
갤럭시 S2
글로벌 IT 강국의 명성을 국내외에 과시한 ‘갤럭시 S2’ 역시 올해 대표적인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4위에 머물렀지만 올 3·4분기에 노키아와 애플을 연달아 제치고 스마트폰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올해 초 목표치로 제시했던 휴대폰 3억대와 스마트폰 6000만대도 이미 달성했다.


옴니아로 처음 스마트폰을 시작한 삼성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노트까지 빠르게 노하우를 축적했다.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세운 갤럭시S와 갤럭시S2는 지난 3·4분까지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량 3000만대를 넘어섰다. 갤럭시S는 출시 1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뒤이어 선보인 갤럭시2도 올 4월 말 출시 이후 1초에 1대 꼴의 폭발적 판매량으로 삼성 휴대폰 역사상 최단 기간 10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갤럭시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는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사양이 꼽힌다. 더 빠르고 , 더 선명하고, 더 얇은 혁신제품으로 자리매김했는데 특히 선명한 화질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초고속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등을 구현해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이고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3. 국민 애플리케이션 등극… 이젠 세계로
카카오톡
소비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상품에도 적극 호응했다. 스마트폰 무료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역시 올해 메가 히트 브랜드 중 하나다.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는 2900만명을 넘어 3000만명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에서의 사용자외에도 사실상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 사용자의 대부분이 ‘카카오톡’ 앱을 내려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은 우리나라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 중 92.8%가 지난 8~9월 한번 이상 카카오톡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구글 마켓(88.6%), 구글 지도(53.3%), 네이버 (52.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카카오톡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100만명 정도였던 해외 카카오톡 사용자는 현재 전체 가입자의 20% 수준으로 늘어나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자기 나라 말로 실시간 대화를 나누고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등 단순하면서 어렵지 않다는 것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 보다 문자 메시지 요금이 비싸거나 문자 사용량이 더 많은 미국, 일본 등에서 무료로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는 물론 사진과 짧은 동영상 등을 무료로 전달할 수 있는 ‘카카오톡’은 그룹채팅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들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획기적인 기능이 특징이다.

4. 고물가시대 경제적 부담을 덜어라
대형마트, 통큰·반값 상품 인기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의 가격파괴 상품은 소비자들을 충분히 매료시켰다. 올해 대형마트의 키워드는 ‘통큰‘과 ‘반값’ 상품이었다. 그 동안 대형마트들은 ‘100원 경쟁’을 벌여 왔다. A마트에서 ‘9,900원 청바지’를 내놓으면 B마트에서 바로 ‘9,800원 청바지’를 내놓는 식이다. 롯데마트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해 말 기존가격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통큰치킨’을 선 보였다. 통큰치킨에 이어 통큰자전거, 통큰 TV 등을 선보이며 소위 '통큰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마트 역시 '반값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직(直)소싱’을 통해 중간유통 단계를 없애고 직접 물품을 발주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반값마케팅을 진행했다.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 전부가 매진된 이마트 ‘드림뷰TV’가 대표적 사례다. 이후 브라질 세라도 지역 농장에서 직접 소싱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 역시 출시 후 2주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편 반값 트렌드 외 대형마트는 올해 각종 규제와 이상기후로 인한 대체상품, 한류열풍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 눈길을 끈다. 우선, 각종 규제 강화로 신규 개점이 둔화했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대체 소비도 눈에 띄었다.

갈치, 고등어, 삼겹살 등 국산 수·축산물 가격이 상승하자 노르웨이 고등어, 인도산 새우, 벨기에·캐나다산 돈육이 식탁을 차지했다. 또 쓰나미로 촉발된 일본 원전 사고와 길어진 장마, 폭우 등 이상기후는 천일염 소금 품귀 현상을 낳았다.

5. 고령화사회 대비해 안성맞춤
연금복권
올해 하반기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연금복권이었다. 지난 7월 1일 첫 발행 당시 온라인 판매 사흘 만에 29만장이 판매된 연금복권은 이어 10월 첫째 주 14회차까지 8820만장이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도 3~4주, 혹은 2~3개월 이후의 복권만 구입이 가능할 정도다.

연금복권이 이처럼 인기 있는 이유는 매달 500만원씩 연금처럼 받는 당첨금 수령 방식 때문이다.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될 경우 당첨금 12억원을 500만원 씩 240개월 동안 받는 수령 방식이 고령화 사회 노령화를 대비하는 데 안성맞춤형이라는 것. 또한 1등 당첨 확률이 로또의 두 배고, 세금도 일반 복권 당첨금의 33%보다 낮은 22%라는 점도 이점이다.

당첨자가 사망해도 상속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복권위원회 측에 따르면 연금복권의 인기는 다른 복권에 대한 관심도 높여 전체 복권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800억원 늘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50대 이상 고령자들에게 연금 형식으로 수령되는 복권의 인기가 유독 높은 현상은 노후 준비에서 연금의 비중이 턱없이 모자란 우리사회의 그림자를 보여줘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6. 세계를 석권한 한국의 ‘즐기는 TV’ 강세
스마트TV·3DTV
2010년에 이어 올해도 스마트 TV의 인기는 계속되었다. 특히 화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D TV가 인기를 끌었다. 가전제품에 있어 삼성과 LG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3D TV부분은 LG전자가, 스마트 TV부문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보였다.

LG전자의 ‘시네마 3D 스마트 TV’ 는 3D TV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FPR(필름 패턴 편광 안경 방식)기술을 적용해, ‘안경의 깜박거림을 없애 눈이 편안한 TV’ 로 인정을 받았으며 시네마 3D 안경 역시 FPR 방식의 안경으로 가볍고,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인기를 끌었다.

‘보는 TV’에서 ‘즐기는TV’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역시 스마트와 풀HD 3D, 디자인의 3박자를 고루 갖춰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 TV를 통해 소비자는 방송정보 바로 찾기와 스마트 검색, 소셜 네트워크, 웹 브라우저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 처음 스마트TV를 선보였을 당시 스마트TV 판매율은 전체 TV 판매 비중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 7월에는 약 50%가 넘는 판매율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에서도 출시 90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훌쩍 넘어서는 기록으로 세계 TV 시장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이 밖에도 올해 히트 상품은 아이폰 4, 아웃도어 상품, 아이패드 2, 도시형 생활주택, 워킹화, 패스트패션(유니클로 등의 SPA 브랜드) 등이 인기를 끌었다. 홈쇼핑의 경우 화려한 패션 아웃웨어나 색조 화장품이 아닌 언더웨어와 클렌징이 인기를 얻으며,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와 함께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 않는 상품들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CJ 오쇼핑의 경우 <오제끄 산소마스크 클렌저> 가 43만개의 매출을 기록하며 히트상품 1위를 차지했다. 이 제품은 폼 클렌징 등을 따로 사용할 필요 없이, 단 한번에 각질, 피지, 모공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2,3위는 '피델리아'나 '아키 by 아시다미와' 등 디자이너 란제리 브랜드가 차지했다. 롯데홈쇼핑 역시 '크라제버거 스테이크' 가 주문수량 1위를 차지하고 기초화장품 ‘아이오페’가 2위, 세탁세제 ‘퍼실’이 3위를 차지했다. 고물가,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각종 생활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에게 홈쇼핑의 중저가 실속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히트상품의 전반적인 특징은 꼬꼬면이나 워킹화, 아웃도어 상품처럼 통념을 깨거나 기능성을 추구한 새로운 상품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아울러 IT기술이 강세를 보이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으며 (삼성 스마트 TV, LG 3D TV, 삼성 갤럭시S, 카카오톡), 고물가 시대 당장의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소비( 대형마트 반값 TV, SPA 브랜드 강세, 도시형 생활주택, 편의점 도시락) 양상을 보였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