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주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단연 현대자동차와 한진칼이다. 이들의 경우 올해 주총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 십’은 물론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의 적극적인 주주제안권 행사로 인해 주총이 격전지로 돌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대자동차가 올해 정기주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경영권 승계’다. 현재 현대자동차 그룹을 이끌고 있는 80대 고령의 정몽구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최근 공식적인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만큼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후계자로 추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아자동차는 정기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추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식회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이사의 자격이 있는 자 가운데 1인 또는 수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상법 제389조) 정 부회장이 기아자동차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것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다. 22일 예정되어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 주총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정 부회장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이 역시 향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정 부회장을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추대하는 것을 고려한 포석으로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기아자동차,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까지 사내이사직을 맡게 될 경우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긴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의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주주들 중 누구도 아직 이 문제에 대하여 노골적인 비토권 행사 가능성을 표시하고 있지는 않아 이번 주총 이후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자동차 그룹의 조직 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슈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의 3% 남짓을 보유한 엘리엇의 배당확대 요구 및 사외이사 선임에 관한 주주제안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 각각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을 배당하는 안건과 자신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올린 바 있다. 주주제안권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일정한 사항을 주총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는 소수주주 권리를 말하는데(상법 제363조의 2 제1항 참조),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경영에서 소외된 일반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기회를 줄 목적으로 신설된 이 제도는 최근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반에게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주주제안권은 일단 의안제안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법령이나 정권, 기타 대통령령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회사가 주주들에게 총회소집 통지를 하면서 이를 회의의 목적사항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상법 제363조의 제2항, 제363조의 2 제3항 전단), 주주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주총에서 당해 의안을 설명할 기회까지 부여하도록 되어 있어(상법 제363조의 2 제3항 후단), 주주제안은 회사가 잘 짜놓은 ‘시나리오’에 돌발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주주제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주총 소집통지에 기재하지 않거나 주주에게 의안에 관한 설명 기회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주총결의 취소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상법 제376조) 회사로서는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엘리엇의 이번 주주제안은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현대자동차의 영업실적을 고려해 보았을 때 엘리엇이 요구하는 배당 규모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만약 이대로 배당을 할 경우 그 동안 계획했던 장기 투자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최대 변수로 여겨졌던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4일 엘리엇의 배당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의결권자문사들 역시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배당안에 일제히 반대할 것을 권유했고, 현대자동차 노조마저 이례적으로 현대자동차를 지지하고 나섰다. 새 출발을 앞둔 정 부회장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고, 그 동안 삼성, 현대 등 대한민국 주요 대기업들을 ‘사냥’하던 엘리엇으로서는 모양새 빠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승기를 잡은 현대자동차가 이와 같은 예상에 따라 실제 22일 주총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