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를 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헤드셋의 컨셉 비디오는 우리가 언젠가는 경기의 통계와 선수의 달리는 속도를 추적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금까지는 스포츠팬이 된다는 것은 소파에 누워(운이 좋으면 경기장 스탠드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못하게 됐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더 이상 TV를 통해 경기를 보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TV 앞에 앉아 경기를 끊고 시도 때도 없이 방영되는 중간 광고를 모두 볼 만큼 한가한단 말인가? 대신 그들은 트위터에서 즉각 반응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에서 하이라이트를 찾고, 스냅챗으로 얼굴 사진을 즉석으로 찍어 보낸다.

하지만 스포츠팬들은 아직 디지털 꿈을 완전히 이루진 못했다. 우선, 온라인에서 원하는 게임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수익성이 좋은 생방송 권리는 대부분 전통적인 TV 방송사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모든 게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호화스러운 케이블 TV에 가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는 것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를 볼 수 있는 다른 ‘비공식적’ 묘안을 찾든가.

46만명 이상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의 가입자들이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스트리밍하기로 약속했다(물론 이들에게 라이선스는 없다). 또 영국 BBC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축구팬의 3분의 1 이상이 정기적으로 ‘비공식’ 게임 스트림을 시청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 많은 리그와 스포츠가 스트리밍을 이용함에 따라, 이제 볼거리를 찾는 것이 예전보다는 더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팬들에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3시간 동안 쭈그려 앉아 TV 화면을 바라보던 시대는, 좀 더 접근하기 쉽고 상방향적이며 개인화된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기다려 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다.

모든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최근 밀워키 벅스(Milwaukee Bucks,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연고를 둔 NBA 프로농구팀)와 인디애나 페이서스(Indiana Pacers, 인디애나주에 연고를 둔 NBA 프로농구팀)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내 자리는 코트에서 아주 가까워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실제로는 오큘러스 고(Oculus Go)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책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더 빠른 인터넷(5G)과 더 나은 헤드셋이 나올 때까지는 모든 주요 경기를 가상현실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헤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적어도 그 선수들이 엄청 크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기술인 인텔의 트루 뷰(True View)는 수십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현장의 모든 것을 3D로 촬영한다. (헤드셋이 아니라) TV나 노트북으로 경기를 보더라도, 이전에 불가능했던 시각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경기를 직접 촬영한 사람의 눈을 통해 결승골을 넣는 장면을 보거나 쿼터백(미식축구 공격수 포지션)이 공을 던지기 전에 오른 쪽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당장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트루 뷰 기술은 이미 미국풋볼리그(NFL)와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팀들의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VR 헤드셋이 있다면 NBA의 TNT’s VR 앱을 사용하면 된다. 마치 매드니스 라이브 VR(March Madness Live VR)이라는 앱은 올해 미국대학농구(NCAA) 토너먼트 21 경기를 중계방송한다.

▲ 야구 팬들은 경기를 볼 때 항상 선수들의 통계와 여러 정보를 준비한다. 인텔의 트루 VR(True VR) 앱은 분석을 하며 경기를 관전하는 광팬들의 천국이다.   출처= 인텔

아직은 빅 경기만

3월 20일부터 개막하는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NCAA 농구대회가 이런 기술적 중계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첫 주말에 여러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어떤 게임에서 1년 내내 모든 사람들에게 회자될 버저 비터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번 대회를 중계할 CBS스포츠와 터너(Turner)는 더 나은 방식으로 경기를 방송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다. CBS는 패스트 브레이크(Fast Break) 앱으로도 대회 첫 주말에 생방송으로 경기를 방영한다. 단지 하나의 경기를 본다기보다는 불과 몇 초의 간격을 두고 경기의 최고 순간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CBS는 대학농구 외의 다른 종목에도 이러한 방식으로 방송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개인화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과 판타지 팀만을 볼 수 있는 채널도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당장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패스트 브레이크는 대부분의 스트리밍 박스와 모바일 장치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NCAA 매드니스 라이브 앱의 일부다(케이블이나 CBS 모두보기 ‘CBS All Access’ 가입자가 아니면 3시간 보기 창을 부여받을 수 있다).

당신만의 모험을 선택하라

당신이 채널을 스포츠에 맞출 때, 당연히 당신과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같이 경기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닌자’(Ninj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한 게임방송 스트리머 타일러 블레빈스는 지난 12월에 게임전문 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의 목요일밤 풋볼 게임 (Thursday Night Football Game)에 자신이 찍은 영상을 올리면서 다른 스트리머들과 함께 응원팀을 꾸렸다. 여러분도 가상현실에서 그 팀에 참여할 수 있다.

아니면 웬만한 것은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시대에, 당신은 당신이 응원하고 있는 선수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혹은 상대 선수가 마지막 슛을 쏠까 조마조마할 필요가 있는지 알고 싶을 지도 모른다. CBS 스포츠디지털의 제프 거툴라 전무는 “경기를 열성적으로 관전하는 사람들이 대개 가장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박스 스코어’(Box Score, 각 선수의 성적을 상세히 기록한 분석표)였다”고 말한다.

★당장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ESPN 앱의 여러 중계방송에서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다.

▲ NBA의 e스포츠 리그인 2K 리그 팬들은 게임 중 다른 팬들이나 심지어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전통적인 스포츠들도 곧 이와 같은 리그를 선보일 것이다.   출처= NBA

경기에 직접 참가하는 것처럼

미래의 스포츠 중계방송의 백미는 역시 쌍방향이다. 트위치의 채팅 코너에 있는 수많은 축구팬들과 합류할 수도 있고, 경기의 모든 플레이와 순간에 대해 실시간 피드백을 할 수도 있다. 모든 스포츠 방송사들이 ‘3월의 광란’ 중계방송 같은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판타지 게임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게이머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종류의 프로 선수로 인정받음에 따라, 전통적인 리그들은 e스포츠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NBA의 e스포츠 제공사인 2K리그(NBA가 직접 운영하는 e스포츠 리그)의 브렌단 도너휴 전무는 “우리 선수들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바로 채팅에 뛰어들어 팬들과 대화를 나눈다”며 “머지않아 벤치 선수 중 한 명이 느닷없이 로그인해 실제 경기를 보면서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을 상상하는 것은 더 이상 엉뚱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게= NBA 2K 리그의 두 번째 시즌이 4월 2일에 트위치에서 시작되면 채팅은 격렬해질 것이다.

앞으로 수 년 내에 NFL, NBA, 메이저 리그 야구(MLB) 등과 장기적으로 맺은 TV 방송사들의 계약은 만료된다. 아직까지는 다양한 디지털 옵션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리그들이 상대적으로 파이가 작은 디지털 배급자들에게 큰 계약을 맺기를 꺼려해 왔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DAZN의 최고제품책임자(CPO)인 벤 라벤더는 “넷플릭스에서 최신 마블 영화를 볼 때 스피너(Spinner)를 본다면 그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스피너를 보여준다면 그들은 금방 흥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온라인 스포츠 제공자들에게는 기본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하천을 좋게 만들어야 많은 물이 빠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 원칙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딸꾹질이 멈추면, 몰입적이고 쌍방향적인 스포츠의 진정한 미래로 나아갈 때가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