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오래 동안 주재원으로 있었던 지인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중 현지 고등학교 졸업 시험 결과가 나올 때쯤의 주택가에서 만난

낯선 풍경 얘기가 있습니다. 집 앞에 국기와 함께 책가방이 걸려있다는 겁니다.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이렇게 기뻐하고 축하한다는 거지요.

문득 우리네 과거 축하(?) 방식이 생각났습니다.

띠 동갑 선배로 지금 70대 중반이고, 책을 좋아하는 분의 고3 시절 대학에

합격한 날의 모습입니다.

친구들과 청계천으로 몰려가서 책들을 사정없이 청계천으로 던져 넣었다고 하네요.

지금 잘 정비된 청계천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은 안가겠지만, 그런 의식 통해

남다르게 새 출발의 개가를 불렀던 그 시절의 청춘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 지겨웠고 애증이 있었을 교과서들의 처치 과정이 통쾌하고, 이해가 갑니다.

그처럼 인생 첫 출발을 멋지게 했던 분과 얼마 전 식사를 하며

요즘 근황과 인생 마무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직장 생활 틈틈이 수련 운동을 삼십 여년 가까이 해오고 있습니다.

1 단계 신체의 유연성 단계를 지나, 지금은 2 단계로 호흡을 조절하는 단계까지 와 있는데,

수련 덕분인지 몸은 말할 수 없이 유연하고, 마음까지도 그렇습니다.

경제 문제는 줄여 살고 있으며, 부족하면 주택 연금을 들어 경제적인 것도 해결할 생각이니

자기로서는 길게 살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는 겁니다.

이 좋은 세상, 120세까지 살고 싶다 합니다.

50대에 돌아가신 부친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합니다.

그분을 보면 생각되어지는 표현이 있습니다.

발견과 배움의 놀라운 점은 평생 행복한 성장을 계속하게 만든다는 것!

현재하는 수련의 마지막 단계로 인생관을 바꾸는 단계가 있는데,

그것마저 바꾸면 최고 고수로서 120세까지 사는 것도 문제가 없지 싶은데,

그것만은 신념 체계라서 따르고,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사 같은 그분 얘기를 끄덕 끄덕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인생관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말에 최근 접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민간 우주 개발 업체가 최근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여,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갔다가

무사히 왔는데, 바로 이 업체가 2023년에 일반인에게도 달나라 여행 상품을 팔겠답니다.

또 다른 업체에서도 우주에서 무중력을 체험하거나, 달 주위를 선회하는 여행 상품을 팔거나,

우주 호텔 사업도 속속 상품화할 거라고 하네요.

그러니 유물론자로서 인생관은 바꾸지 마시고,

지금부터라도 달나라 여행적금을 들어 거기 갔다 오는 목표를 가짐이 어떻겠냐고 말했지요.

길게 살려면 중간 중간에 작은 성취와 목표가 필요하니,

나랑 같이 도전해봄이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분 덕분에

나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도 계속 업데이트하게 됩니다.

달 표면 저벅 저벅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