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바야흐로 야구의 시즌이 도래했습니다. 각 구단이 시범경기에 돌입하며 몸을 푸는 가운데 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인기에 밀려 프로야구의 인기가 다소 주춤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야구는 야구입니다. 삼성 라이온즈가 선수단 운영비를 100억원 이상 줄였다는 슬픈 소식도 들리지만 상황이 어떻든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힘찬 방망이질을 준비합니다.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이건 뭐지?
이상합니다. 12일 프로야구 구단의 시범경기가 시작된 가운데 중계를 하는 방송사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들은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중계에 돌입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마련인데요. 올해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중계가 됩니다. 실제로 12일 롯데, 13일 기아와 한화, 14일 삼성과 LG가 연이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범경기 중계를 했습니다. 다만 캐스터가 등장해 해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야구하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경기 중계를 보니 카메라도 많아야 4대 정도고 화면 구성도 조악합니다. 방송 멘트가 들어간 더티 피드가 아닌 말 그대로 클린 피드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대박이 났습니다. 각 프로야구단의 유튜브 채널에는 최대 약 2만명의 최다 접속자가 접속했으며 평균적으로 1만명 이상의 접속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봤습니다. 방송사의 깔끔한 중계도, 화려한 카메라 구성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당장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특성이 거론됩니다. 우리 모두는 자영업이든 회사원이든 대부분 평일에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시범경기는 평일에 열리니 직접 관람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유튜브로 대거 몰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악한 화면이면 어떻습니까? 야구를 볼 수 있는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방송사가 중계하는 것이 아니고 구단이 채널을 통해 중계를 하다보니 편파방송도 가능합니다. 팬 입장에서 자기가 응원하는 야구단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경기를 보면서 편파중계까지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여기에 모든 구단이 클린 피드로 중계한 것도 아닙니다. 지역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거나, 구단의 전력 분석관이 깜짝출연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자,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는 참 이상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프로구단이 수익을 내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바탕으로 매출을 올리려고? 추후 미디어 커머스 방식으로 '굿즈'를 판매하는 등 큰 그림이 깔렸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미국의 ICT 기업 유튜브가 KBO(한국야구위원회)와 모종의 계약이라 맺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을 둘러싼 힘 겨루기가 있었습니다.

KBO는 지난 2월 25일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지상파 방송3사 및 스포츠 케이블 TV로 구성된 방송사 컨소시엄이 아닌, 네이버와 카카오, SK브로드밴드와 KT, LG유플러스가 포진한 통신 포털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이들은 5년간 총 1100억원을 제시해 프로야구 뉴미디어 플랫폼 중계권을 획득했습니다. 방송사가 아닌 ICT 통신 플랫폼이 중계권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이는 TV 중계권과 별개인 말 그대로 뉴미디어 플랫폼에서의 중계권입니다. 그러나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5G 시대를 맞아 통신사들은 프로야구 콘텐츠를 통해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며, 네이버와 카카오도 그와 비슷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 각 구단이 시범경기를 자체적으로 중계한 이유와 통신 포털 컨소시엄의 뉴미디어 플랫폼 중계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방송사의 기분이 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뉴미디어 플랫폼 중계권도 관례적으로 방송사들이 획득했는데, KBO가 이번에는 통신 포털 컨소시엄에 맡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로 방송사들은 시범중계가 적자라는 이유를 거론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시범경기도 공식경기지만 중계권자만 중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파괴한 KBO의 결단과, 지금까지 포털과 계약하던 중계권 판매 대행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의 실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옵니다.

자, 이 사태는 시대가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방송사의 시대는 저물고, 통신 포털과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그 이상의 시사점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의 관점입니다.

"모두가 알아서 온다..심지어 인기도 좋아"
KBO 시범경기 유튜브 중계를 둘러싼 신경전에서 KBO는 참 난감한 상황에 처했고, 방송사들은 기존의 입지가 흔들리는 씁쓸함을 맛 봤습니다. 반면 통신 포털 사업자들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어요. 그런데 통신 포털 사업자들도 마냥 좋아하기는 이릅니다. 이 싸움의 진짜 승자는 유튜브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각 구단은 조악하지만 자기만의 색채를 담은 중계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 자체로 팬들은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는 새삼 그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을 완벽하게 장악한 유튜브는 가만히 있어도 막대한 트래픽이 몰리고 생태계가 알아서 조성되는 마법을 보여준 셈입니다. 즉 구단의 톡톡튀는 색과 마케팅 전략만 있다면, 어쩌면 모든 구단이 유튜브 중계만 결단하지 않을까요? 아직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통신 포털이 마냥 '우리가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야'라고 폭죽을 터트리기에는 뭔가 찝찝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