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디지털 혁신이 일본까지 전파된다. 현대카드는 최근 IBM재팬의 자회사인 '엑사 시스템즈'에 차세대 신용카드 정보기술(IT) 시스템인 'H-ALIS'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 정태영부회장. 출처=현대카드

H-ALIS는 365일, 24시간 중단 없이 실시간으로 대규모 매입/매출, 입/출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현대카드의 자체 IT 시스템이다. 소비자와 상품 특성에 따라 시스템을 유연하게 재구성해 활용할 수 있으며, 신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상품개발력도 갖췄다. 엑사 시스템즈로부터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 역량은 물론 정보보안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금융회사가 자체 IT 시스템을 일본에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 신용카드 시장 공략의 기틀을 마련한 첫 사례다. 현대카드는 이번 일본 IT시장 진출로 패키지/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판매와 컨설팅 수익은 물론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은 현금 사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약 80%)이지만, 현금 편중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고, 이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만이 커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엑스포와 같은 대규모 국가적 이벤트를 앞둔 일본 정부는 작년 ‘캐시리스(Cashless) 추진협의회’라는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현금 외 결제 비율을 대대적으로 높이고자 적극 나서고 있다.

▲ 엑사 시스템즈 홈페이지에 소개된 H-ALIS. 출처=현대카드

이 계약으로 현대카드는 향후 5년간 270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수출과 함께 컨설팅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카드의 일본 수출 성공 배후에는 정태영 부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일본 측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수차례 카드업계의 발전방향과 현대카드의 디지털 철학 등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해, 계약 파트너들의 마음을 끌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업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금융 특성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나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면서 “현대카드는 이 같은 난제를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한 디지털 역량과 일본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