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대웅제약이 헬스케어 합작법인을 설립,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월 중 의약품과 의료기기, 헬스케어 등 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ICT 플랫폼 기업의 신시장 개척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ICT 기업 참전이 빨라지는 가운데 카카오도 이미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의 본격적인 행보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도전 '통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의료기기 규제 완화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선언은 말 그대로 의료기기 활용을 둘러싼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원격의료를 두고 다양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처럼 의료 시장 자체가 민감한 규제의 틀에 갇혀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발언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미온적인 관료 조직을 질타하는 등 전반적인 규제 완화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보여주고 있다.

민감한 의료 분야에 개혁 의지와, 전반적인 규제 완화 기조가 맞물리며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헬스케어 시장 만큼 강력한 규제에 갇혀있는 영역도 거의 없는 가운데, 최근 정부는 전격적인 결단을 통해 해당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충북 청주의 녹십자 오창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범 정부적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6대 신수출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면서 "4월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전격전이 시선을 끈다.

카카오는 2017년 4월 서울대, 카이스트, 아산병원 등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50여 명 규모의 딥러닝 연구 그룹인 ‘초지능 연구센터(Center for Superintelligence)’를 집중 지원하기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임지훈 대표 체제의 카카오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와의 가능성 타진에 매진하고 있었다. 산학협력을 통해 초지능 연구센터라는 큰 틀에서 관련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아산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으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접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더욱 노골적인 행보는 지난해 8월 나왔다. 카카오가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 아산병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계약식에는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박지환대표, 현대중공업지주 정기선 경영지원실장, 아산병원 이상도 병원장을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까지 직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 카카오가 투자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 아산병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합작회사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국내 최초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현대중공업지주 등이 각각 50억을 출자해 설립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카카오와 현대중공업지주는 향후 사업 모델 다각화, 사업 전략 관련해 긴밀한 협업을 끌어간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박지환 대표는"양질의 의료 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을 결합해 의료 인공지능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고 산업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카카오의 행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의료 업계와의 만남을 타진하는 한편,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은 챗봇이다. 지난해 9월 삼성의료재단 산하 강북삼성병원과 카카오톡 챗봇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연간 45만명이 이용하는 강북삼성병원의 고객들이 편리하게 건강건진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챗봇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는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목표로 두고 인공지능, ICT 플랫폼 역량, 챗봇 등을 총 동원해 강력한 생태계와 이와 관련된 협력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일본에서의 실험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지난 1월 일본 의료전문 플랫폼인 M3와 함께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지분은 라인이 51%, M3가 49%며 원격 의료상담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일본에서만 7800만의 월간활성자수를 가진 라인의 모바일 플랫폼과 소니 계열로 활동하며 비대면 제약영업 활동을 온라인으로 끌어온 M3의 시너지를 낸다는 각오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는 대웅제약과 함께 헬스케어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헬스케어 빅데이터 연구개발 협력을 체결한 후 로드맵 전개 속도를 올리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지난해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통해 두잉랩 등 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두잉랩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진 속 음식물과 그 영양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식이관리 모바일앱 '다이어트카메라AI'와 '당뇨카메라AI'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두잉랩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비전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특히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어트 카메라AI는 음식을 촬영하면 즉시 인식된 결과를 바탕으로 음식별 칼로리와 영양성분을 자세히 안내해주는 것은 물론, 섭취할 음식의 영양소 중 어떤 것이 부족하고 과한지를 즉시 알려준다. 기존의 식단 애플리케이션은 자기가 먹은 음식과 칼로리를 일일이 기록하는 불편이 있는 반면, 두잉랩의 다이어트 카메라 AI는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자동으로 섭취 음식의 열량 계산과 영양소를 분석해줘 다이어트와 식단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진송백 두잉랩 대표는 지난해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한국인이 주로 먹는 식단을 중심으로 현재 4000여 종류 이상의 음식과 제품을 분석할 수 있다”며 “딥러닝 기반의 음식 인식기술을 바탕으로 매달 1~2회가량 1만여개의 실제 음식사진을 수집해 인식 범위를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환자가 섭식 기록을 바탕으로 혈당관리와 섭취 영양소 추천 기능이 있는 당뇨카메라AI 기술력도 훌륭하다. 진송백 대표는 “식단관리와 환자 섭식기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영양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네이버 헬스케어 전선의 최전선이 될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 두잉랩의 카메라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아토머스는 심리상담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곳이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전문가와의1:1채팅·전화·영상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심리상담의 장애물이었던 비용,접근성,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 아모랩은 생체전자공학기술을 활용해 수면 개선을 위한 목걸이형 디바이스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다.

한편 네이버의 헬스케어 로드맵은 신시장에 접근하는 네이버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새로운 업계에 진출할 경우 주로 일본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분위기가 풍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기회를 모색한 후 대웅제약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블록체인의 경우도 관련 자회사는 일본에 위치했고, 디앱 생태계도 일본 스타트업과 협력한 바 있다.

▲ 두잉랩의 진송백 대표이사(우)와 이현석 부사장(좌)이 보인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생명연장의 꿈에 배팅하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은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의 CNBC는 2017년 7월 26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사내 비밀조직인 1492팀을 가동해 EMR 플랫폼과 온라인 진료 서비스가 가능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492팀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연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설명이다. 2017년 3월 생명과학 회사인 그레일에 투자를 단행한 후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지난해 1월에는 투자 은행 JP모건체이스, 보험사 버크셔 해서웨이와 헬스케어 벤처 기업 설립에 나섰으며 지난 7일 헤이븐이라는 사명도 공개했다. 헤이븐은 '안식처'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진료에 대한 접근성, 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환자의 복지 증진을 꾀한다는 각오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통해 의료 진단을 하는 특허도 제출했고 11월에는 1492팀을 중심으로 환자 기록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ACM(Amazon Comprehend Medical) 출시를 예고했다. 필팩 인수를 통한 의약품 업계 진출도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아마존은 알렉사 에코의 파생 플랫폼인 에코쇼 등을 통해 패션 분야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키우는 한편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헬스케어 시장에도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자체에 집중한 진정한 의미의 헬스케어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베릴리가 보여주고 있다. 베릴리는 인공지능 수술용 로봇과 의료 인공지능 등 총 17개의 프로젝트를 단행하고 있다. 애플도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이 많다. 애플은 환자 데이터 관리와 운용에 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애플워치4를 통해 심전도 측정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의 대형 약국체인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애저 플랫폼과 의약품 판매의 유통 모델 구축이 목표다.

지난해 8월 IT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아마존, IBM, 오라클 등 6개 회사는 의료정보 관련 데이터 규격과 API를 상호 연동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패스트 헬스케어 상호운용성 자원(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라고 불리는 의료정보 데이터 처리용 플랫폼 표준 규격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기준 미국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약 3.9% 증가한 3조5000억달러 규모며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은 생명연장이라는 큰 틀에서 인류의 복지를 위한다는 '빅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의 필독서 와이어드에서 시작된 빅 아이디어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떠나 인류의 복지를 위해 담대한 꿈을 꾸는 개척자 정신을 의미한다. 알파벳이 막대한 적자를 내는 베릴리를 유지하는 것과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가 존재하는 이유다.

좁은 의미로는 시장의 확장성과 매출, 여기에 초연결 시대의 비전이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함께 헬스케어 시장은 확장일로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고,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가이드 라인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는 ICT 플랫폼 기업의 자산이 된다. 초연결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비전인 스마트홈, 스마트시티와의 연동성도 뛰어나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 지점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빼들었으나 아직 현실의 벽은 높기 때문이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1월 공동으로 펴낸 ‘스타트업 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여전히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과 국내의 사례를 들어 두 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차이를 보여준다. 간단한 모바일 앱으로 건강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원격진료,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혜를 받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원시적인 환경을 대비시켰다. 보고서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누적투자액 Top100에 국내 스타트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출처=보고서 갈무리

사업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보고서는 “규제는 스타트업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이나 엑셀러레이터들은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적법성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정도”라면서 “실제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누적투자액 Top100 기업 중 63개는 국내에서 온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누적투자액 기준으로 보면 그 비중은 약 75%로 더욱 증가한다. 이처럼 국내 규제환경은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는 크게 3가지다. 보고서는 사업에 제한을 받는 스타트업 중 44%는 의사-환자의 원격의료 금지로 인해, 24%는 소비자 직접의뢰(Direct-To-Consumer, 이하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힌다. 마지막으로 7%는 데이터 관련 규제로 인해 진입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금지, DTC 유전자검사 항목 제한, 데이터 관련 규제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결국 헬스케어와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의료데이터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철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면서 “의료정보의 정의에 개인 식별이 가능한 항목을 명시하고, 비식별화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결 조건을 마련한 뒤에는 비식별화 정보의 활용 범위를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료정보보호법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처럼 의료데이터의 개인 식별을 금지하면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 출처=보고서 갈무리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보고서는 “의료데이터 거래를 악용하는 사례를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주체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안전장치를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