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미국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플랫폼 독과점 논란에 따른 기업 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미국에서 노골적인 반(反) 테크 정서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평가받던 실리콘밸리의 정중동 행보가 예상된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의 ‘독설’
최근 미국에서 감지되는 반 테크 기업 정서의 중심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있다.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가 반 테크 기업 정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가 주장하는 내용도 파격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지적하며 기업 해체까지 논하고 있다. 실제로 더버지는 11일(현지시간) SXSW에 참여한 워런 의원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비판하며 “시장은 경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해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일부 기업을 강제로 ‘쪼개야 한다’는 뜻이다.

워런 의원은 또 “아마존과 구글 등은 우리의 경제와 사회, 문화에서 너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거부하며 우리의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맹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워런 의원이 2020년 대선을 준비하며 테크 기업의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런 의원은 플랫폼 독과점을 막기 위해 ‘판매자와 플랫폼의 분리’도 주장하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 플랫폼이 내부 플랫폼에서 판매자처럼 동일한 비즈니스를 한다면 공정경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마존이 광고비를 많이 집행한 셀러를 최상단에 위치시키는 것을 포함해,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생태계에서 비즈니스에 나서는 모든 현상을 부정하는 뉘앙스다. 애플의 경우 플랫폼과 유통망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런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분리해야 한다.

플랫폼 전쟁의 목표
인터넷 시대의 초기, 각 플랫폼 사업자들은 훌륭한 서비스와 강력한 사용자 경험으로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몇 번의 경쟁을 거치기는 했으나 이 과정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이 초기 태동한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며 각 오프라인 지역의 ICT 연결성은 강해졌고, 이제 동시다발적인 유사 플랫폼 등장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패권을 가진 강력한 플랫폼이 로컬 플랫폼에 밀리는 현상도 벌어졌다. 우버의 경우 모빌리티 온디맨드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우버 모델에 착안한 디디추싱에게 중국 시장을 빼앗겼고, 비슷한 패턴으로 그랩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기고 말았다. ICT 기술이 발전하며 글로벌 플랫폼 맹주의 자리는 각 지역 특화 사업자에게 ‘모범답안’이 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최근 광장형 플랫폼에서 거실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유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페이스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개방된 플랫폼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찍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은 이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왜 광장을 포기하려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강력한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각 지역에 전파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으나, 이제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전략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이에 대응하는 플랫폼들이 빠르게 생성되고 있다. 광장형, 즉 모든 콘텐츠가 대부분 공개된 플랫폼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페이스북은 이 약점을 최초로 깨달은 기존 거대 플랫폼 사업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현지화된 플랫폼을 들고 일어난 지역의 맹주들에게 무보수로 영감을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의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거실형 플랫폼이 대안으로 부상한 지점이 중요하다. 기존 광장형 플랫폼은 콘텐츠의 공유와 감정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거실형 플랫폼은 그 중심이 더욱 '나'에게 집중된다. '내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점이 광장형 플랫폼의 핵심이라면 거실형 플랫폼은 소통에 방점을 찍어 더욱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복잡한 광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과 조용한 거실로 들어와 나와 비슷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는 생활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전제할 수 있다.

5G의 등장과 초연결 시대의 패러다임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는 대형 플랫폼의 등장은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기존 글로벌 패권 플랫폼들이 일부 지역 플레이어에게 밀리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워런 의원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그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플랫폼 시장 독과점이 변곡점에 맞은 상태에서, 그들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키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워런 의원의 로드맵은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통신사들의 망 중립성 약화에 따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기존 거대 플랫폼들은 오히려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네트워크 로드맵의 범위를 상회하는 새로운 ICT 트렌드가 등장함에 따라 지방 분권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 대목에서 글로벌 패권 플랫폼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희망을 보유한 군소 스타트업이 등장할 여지가 생겼다. 워런 의원의 주장은 이 대목에서 ‘새로운 희망 발굴’이라는 가능성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 페이스북의 시장 독과점 논란과 최근 트렌드 변화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플랫폼 패권 경쟁...‘스타트’
글로벌 패권 플랫폼들이 최근 위기를 맞이한 상태에서, 이들의 과오를 시장 독과점에서 찾은 워런 의원의 주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처럼 변화하는 패권 분열주의에 적응하려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구글이나 애플 등은 기존 패권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자와 구매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광고 마케팅 비즈니스는 주력으로 삼거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모두 틀어쥐고 강력한 폐쇄형 생태계를 추구하던 애플 등은 분명 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미국은 한 때 석유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스탠다드오일을 무려 30개의 회사로 쪼갰던 역사도 가지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 트렌드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여기에 속도를 내려는 워런 의원의 로드맵이 유럽연합이 원하는 ‘구글 쪼개기’와 같은 결과물로 도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초의 논란은 플랫폼과 유통망의 분리 여부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전체 플랫폼 시장 독과점을 파악, 어떻게 분야를 나누면 워런 의원이 바라는 순기능이 도출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