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은 매년 각 회사가 처한 상황, 경제여건, 사회적 분위기 및 상법 등 관계법령의 개정에 따라 조금씩 트렌드가 달라진다. 이번 편에서는 올해 주총에서 공통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총의 트렌드를 키워드별로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1. 스튜어드십 코드

우선 올해 주총의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한다면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2일 국민연금공단은 주요 상장기업 23개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했는데, 이는 최근 정부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주요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은 현대건설, 신세계, 농심, 한미약품 등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안’을 반대하고 있고, LG상사, 현대위아, 풍산, LG하우시스, 현대 글로비스 등에 대해서는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안’에 대하여 반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공단이 각 회사에서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10% 남짓에 불과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곧장 각 의안의 부결로 이어질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이 예년과 달리 주총에 앞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였다는 것은 분명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어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후술할 한진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이번 주총 시즌에 주목받고 있는 회사들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아직 구체적인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주총 당일 국민연금공단이 결정적인 순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 주주행동주의

올해 주총 시즌을 맞이한 재계의 관심은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제안으로 인해 표 대결이 예상되는 기업들에 쏠려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매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22일 각 주총이 예정되어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다. 현재 현대자동차 지분 3%,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은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이들 기업에 대하여 총 7조 700억원에 달하는 배당과 자신들이 추천하는 다수의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주주에 불과한 엘리엇은 이러한 의안을 주총에 상정하기 위해 각 회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도 있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파죽지세의 엘리엇을 주총에서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칼은 사모펀드인 KCGI, 일명 강성부 펀드와 ‘전쟁’ 중이다. KCGI는 현재 한진칼의 2대 주주로 10.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일련의 ‘조양호 일가 사건’으로 국민연금 역시 이들의 퇴진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진칼 주총은 절차 진행 자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행동주의는 펀드의 성격에 따라 기업에 단기 이익만을 요구해 기업을 망치는 원흉이 되기도,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 기업을 살리는 은인이 되기도 하지만, 주주행동주의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 만큼 올해, 더 나아가 앞으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경영진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3. 섀도 보팅(Shadow voting) 제도의 폐지와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로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에는 전통적으로 직접 투표, 대리 투표, 위임 투표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상장회사들의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소수주주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리·위임이 아닌 투표 방식으로 주주가 총회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주주들의 갈증이 있어 왔다. 이에 2009년 개정상법은 주주가 주총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전자투표제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인데(상법 제368조의 4 제1항), 이사회로서는 굳이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다양한 소수주주들이 전자투표제를 이용해 주총에 적극 참여하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았으므로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주주들의 참석률이 지나치게 저조해지면 상법 상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섀도 보팅(Shadow voting)이라는 제도로 해결해 왔다. 섀도 보팅이란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여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로 가령 동일한 지분을 소유한 주주 100명 중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10명일 경우, 이 10명 중 6명이 이에 찬성, 4명이 이에 반대 했다고 하면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90명의 주주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율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결과적으로 주총 출석에 가장 적극적일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의사에 의해 주총 의결이 의제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1991년 도입되었다가 2017년 12월 폐지되었다.

결국 지금은 회사들이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하고, 그것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해줄 것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주총의 경우 포스코,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현대글로비스 등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였지만, 여전히 전자투표제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린 전자투표제를 주주들에게 얼마나 열심히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할 것인지가 주총에 임하는 회사들의 또 다른 숙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