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산증인이자 최강자인 와디즈가 새로운 변신을 추구한다. 지금까지의 와디즈가 메이커와 서포터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종의 매칭 플랫폼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적극적인 생태계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기조가 조금씩 감지되는 가운데 와디즈 2.0 출사표에 시선이 집중된다.

▲ 신혜성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와디즈

고민, 그리고 4개의 비전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새로운 2.0 도전의 실체를 묻는 <이코노믹리뷰>의 질문에 플랫폼 전략의 변화라는 답을 내놨다. 신 대표는 14일 와디즈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와디즈 1.0이 메이커와 서포터를 연결하는 개념에 머물렀다면 2.0은 메이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메이커는 가치를 창출하고, 서포터는 그 가치를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확대된 방향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근 와디즈는 단순한 중계 플랫폼이 아닌 적극적인 생태계 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 메이커들이 펀딩을 받아 단순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메이커를 육성하고 알려 더 강력한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한편 투자를 비롯한 그 이상의 가능성 타진에 나서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플랫폼 로드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플랫폼 사업자인 와디즈의 생태계 장악력이 조금씩 높아지는 분위기다.

신 대표는 “와디즈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다”면서 “시제품만 있어도 와디즈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메이커가 등장했고, 그들이 성장해 서포터와 만나는 것을 봤다. 결국 와디즈의 존재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단순 판매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답은 콘텐츠의 가치에 있고, 와디즈는 메이커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콘텐츠 로드맵을 구성해 미디어 시장을 제패한 구글의 방법론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와디즈 플랫폼 전략의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 4개의 새로운 생태계 전략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와디즈 경험샵과 와디즈 PEF 조성, 글로벌얼라이언스, 메이커 신뢰 지수 도입이 큰 맥락”이라고 말했다.

와디즈 경험샵은 펀딩을 성공시킨 제품과 서비스, 현재 진행중인 상품과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와디즈 사옥에 배치된 오프라인 전시 공간과 일맥상통하는 분위기다. 신 대표는 “서포터들은 펀딩에 나서는 메이커의 제품과 서비스 실체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에 성수동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관련 TF가 작동하고 있으며 랜드마크를 원하는 대형마트 등 특히 유통업계의 구애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와디즈 경험샵은 서포터들이 메이커의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볼 수 있고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펀딩이 진행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와디즈 경험샵을 방문해 체감하고, 메이커와 서포터가 직접 만나는 교류의 장도 기대할 수 있다. 신 대표는 “현재 와디즈가 운영하고 있는 투자 세미나가 말 그대로 투자에 집중한다면, 와디즈 경험샵은 펀딩의 실체와 서포터의 신중함이 만나 실질적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와디즈 경험샵은 미국의 베타(B8ta)와 일맥상통한다. 킥스타터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현지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전시되는 오프라인 공간이며 스타트업 업계의 애플스토어로 불린다. 베타는 매장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며, 와디즈 경험샵도 현장 판매를 통한 수익은 물론 창업자의 철학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일종의 오프라인 데이터 확보 창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와디즈 PEF는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와디즈는 물론 기관 투자자, 나아가 고객 일부가 함께 훌륭한 역량을 가진 메이커에 직접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이는 메이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거나 성공한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얼라이언스는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의 연결을 통해 메이커의 외연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마지막으로 메이커 신뢰지수 도입은 하반기를 목표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4개의 방법론과 더불어 와디즈 메이커 지원 펀드가 시작된다. 총 펀딩 금액의 1%를 와디즈가 직접 적립하며 이는 메이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 문제와 출고 지연 등을 일으키는 메이커 불량률은 소위 1%에 불과하다”면서 “1%의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메이커에게 적극적이고 유연한 지원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와디즈, 서포터 보호를 위한 메이커 지원 프로그램 'MAP(Maker Aid Program)'의 개념. 출처=와디즈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신 대표는 인터뷰 도중 지속적으로 기술과 서비스의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력한 신뢰자본 플랫폼으로 유튜브처럼 가치있는 콘텐츠를 제공, 메이커와 서포터의 시너지를 내는 상황에서 ‘속도’가 아닌 ‘올바른 방향성’을 고집하겠다는 의지다.

와디즈 메이커 지원 펀드에 이러한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재무적 리스크와 와디즈의 ‘눈’을 비롯해 현실성 문제가 있다. 신 대표는 “일각에서 총 펀딩 금액의 1%를 적립하는 것을 두고 재무적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단순히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메이커들이 많다. 이들에게 유연한 자세로 빠른 자금을 지원하면 와디즈 플랫폼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펀드를 운용하는 와디즈가 ‘가능성 있지만 당장 어려운’ 메이커를 냉정하고 빠르게 선별해야 한다. 신 대표는 “최근 심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모든 초점은 서포터의 피해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제 단순 MD와 심사역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것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가동하면서도 단순히 매출 발생에만 천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펀드는 서포터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어적 측면의 전략과, 단순 중계를 벗어나 플랫폼 전체를 확실하게 키우겠다는 와디즈의 전략이 동시에 엿보인다는 평가다.

신 대표는 마지막으로 “펀드를 록펠러 재단처럼 만들고 싶은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서 “메이커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플랫폼인 와디즈가 책임지면서, 서포터의 자유로운 접근도 보장하는 양방향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유튜브 비즈니스의 핵심인 콘텐츠 전략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