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국민연금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민연금기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계 행동주의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고배당 요구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8.7%, 9.5%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효성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 의결권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했다고 밝혔다. 수탁자전문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민간전문가 기구다.

심의를 통해 수탁자전문위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회사측 제안에 대해 모두 찬성키로 했다. 수탁자전문위는 “배당과 관련한 주주제안(엘리엇)은 수준이 과도하다"면서 "회사측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에 전년도 기말배당 대비 618.94% 증가한 5조8295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주당 2만1967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기말 배당금은 주당 3000원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주당 2만6399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안은 주당 4000원이다.

수탁전문위는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현대차측 제안에 찬성했다. 단 사내이사(정몽구·정의선) 재선임과 관련해서는 "특정 일가의 권력집중 등에 대한 문제를 근거로 소수 반대 의견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의 정관 일부 변경 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결정했다. 회사 규모와 사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찬성이 어렵다는 것이 수탁전문위 입장이다.

수탁자전문위는 기아차의 사내이사(정의선·박한우) 재선임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사외이사(남상구) 재선임은 한전 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반대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회사의 미래지속가능한 성장에 힘을 실어준 결정"이라는 평을 내렸다. 아울러 "현대차와 모비스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선순환 체계마련을 위해 지속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외 자문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전날 엘리엇 주주제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현대차의 제안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