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LPG차량 구매 제한 폐지의 주요 근거가 된 산업부 측 용역보고서의 LPG차량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0’으로 표기된 점에 대해 때늦은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의를 제기한 정유업계 측은 “신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환경부 측은 관련 데이터가 없어 임의로 ‘0’ 표기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어차피 0에 가까워 문제될 것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3일 열린 본회의에서 ‘액화석유가스(LPG)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37년 만에 LPG차량을 전면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유업계 측은 의결안의 주요 근거가 된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보고서에 대해 여전히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각 정부부처 및 업계 등의 합의에 따라 산업부가 지난해 1월 에너지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제작했다.

문제로 불거진 것은 유종별 오염원별 단위당 배출량 중 LPG차량의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0.0000000’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환경부가 제시한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로(0)라는 것은 LPG차량에서 초미세먼지가 아예 배출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환경부에서 제시한 LPG의 PM2.5 배출량이 제로(0)인 것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어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부처와 업계 등이 모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 회의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여러 번 언급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됐음에도 아직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뢰성 문제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를 발주한 산업부 측은 해당 문제가 환경부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LPG차량 초미세먼지 배출 계수를 0이라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를 적용한 것일 뿐”이라며 “문제가 지적된 이후 환경부에게 수차례 확인을 요청했고 이상 없다는 확답도 받은 상태”라고 답했다.

환경부 측 주장 갈려... 관계자 "어차피 제로"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환경부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산출한 데이터를 토대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은 LPG차량 초미세먼지 배출 관련 계수가 최근 만들어져서 개정안 근거가 된 보고서 등에는 적용이 안 됐다고 이야기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LPG차량의 초미세먼지 계수는 작년에 개발 완료됐고 이제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기존 보고서의 경우 계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불 0으로 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장을 종합하면, 정유업계가 지적한 보고서의 LPG차량 초미세먼지 수치 '0'은 실제 배출량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련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임의로 '0' 처리된 것이다.

▲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날,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이코노믹리뷰 본사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사진=김태호 기자

정유업계 측 주장에 소폭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함께 제시된 미세먼지 저감 관련 경제적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게 됐다.

보고서에는 LPG차량 사용제한 전면 완화로 인해 초미세먼지가 줄어들 경우 환경피해비용이 283~353억원 감소한다고 명시돼있다.

동 보고서에 명기된 2030년의 환경피해비용 감소액과 제세부담금 감소액 예측 규모 차이보다 크다. LPG차량 구매 전면 허용 될 경우 오는 2030년 세금수입은 3132억원~3334억원 줄어든다. 반면 환경피해비용은 3327억원~3633억원 감소한다. 환경피해비용 효과가 195억원~299억원 가량 더 크다고 예측된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LPG차량 구매 확대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줄어드는 세금수입과 발생하는 환경피해비용을 비교하게 된다.

차량용LPG(부탄) 세금이 휘발유나 경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기준 휘발유 세금은 리터(L) 당 634.5원이고, 자동차용 경유는 449.8원이다. 반면, 자동차용 부탄의 세금은 판매부과금을 더해도 193.83원에 불과하다. 휘발유와 경유는 5월 6일까지 유지되는 유류세 15% 인하분도 반영된 것이다.

반면, 발생하는 환경피해비용은 차량용LPG가 가장 적고 경유가 가장 크다. 즉, LPG 사용량이 늘어나면 피해비용도 줄게 되는 것이다. 피해비용의 경우 LPG가 리터 당 246원이고 휘발유는 601원, 경유는 1126원이다.

문제는 정유업계 측이 지적한 초미세먼지 감축 예상 피해비용이 2030년 예측된 환경피해비용-제세부담금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전면 수정된다면 경제적 측면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LPG차량 전면 허용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전반 내용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관련 계수를 지속 개발하고 있으므로 일부 항목의 경우 아직 반영이 안 돼 제로 처리 됐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인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LPG차량 역시 화석연료 기반이므로 초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것이 맞다"라며 "다만 계수가 반영돼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만큼 극도로 적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것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정유업계서 지적한 초미세먼지 수치는 자동차 배기통에서 바로 배출되는 이른바 '1차 미세먼지' 성분”이라며 “자동차의 경우 1차 미세먼지와 함께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 성분으로 변하는 이른바 '2차 미세먼지'가 더욱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1차 미세먼지의 양은 대체로 미미하며 유종별로 크게 차이도 나지 않는다"라며 "반면 질소산화물 양은 경유차가 LPG차량보다 약 93배 많기 때문에 LPG차량 전면 허용이 미세먼지 저감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산업부 보고서에 따르면 LPG차량 구매 제한이 전면 완화될 경우 질소산화물 감소에 따른 환경피해비용 감소는 오는 2030년 기준 2094억원~256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