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배우 이선균이 한껏 어두워져서 돌아왔다. 그것도 그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독하고 한없이 ‘양’스러운 주인공 악질경찰 조필호로.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 조필호는 한없이 썩은 악질적 인간이다.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잡범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거나 절도까지 하는 등 돈 되는 나쁜 짓은 닥치는 대로 한다. 말 한마디의 끝마다 따라붙는 ‘국민 욕’은 기본이다. 행동이나 말투로는 그의 신분을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썩은 인간이다. 그런 그는 여느 때처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경찰서의 압수창고를 털기 위해 나섰다가 국내 재계순위 1위 대기업의 비리사건과 연관된 폭발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 일은 그를 벼랑 끝 위기로 내몬다. 

영화 <악질경찰>은 조필호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 사회의 진짜 ‘나쁜 악질’들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온갖 비리에 찌든 경찰, 비자금을 빼돌린 대기업 총수와 그에게 붙어 부단한 이익을 챙기는 공권력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그 사건’과 관련된 어떤 이들의 이야기를 엮음으로 이 사회를 지탱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썩어 문드러진 모습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악질경찰>이 취한 악당보다 더 악독한 경찰이라는 주인공 콘셉트는 사실 우리 영화계에서 수도 없이 활용했던 소재다. 오래 전에는 <투캅스>가 그랬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그랬고 <공공의 적> 시리즈가 그랬다. 적어도 영화의 제목이나 티저 영상으로 공개된 <악질경찰>의 내용을 보면 어두움과 밝음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이전에 악질 경찰이 등장하는 우리나라 영화들과 크게 차별되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하게 감독이 의도한 트릭이다. 의도적인 속임수라고나 할까. 아니면 예고편으로 본편 영화의 내용을 잘못 추측하도록 의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식 위트라고 할까.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서 주인공 조필호의 성격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연기 면에서 배우 이선균의 한없이 양스럽고 비열한 연기는 빛을 발한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고 갈 줄 아는 연기의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외 조연들의 한껏 어두운 연기도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맞춰 간다.      

영화의 메시지는 ‘진격의 거인’이 되고 싶어 했던,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소녀의 분노어린 대사로 잘 드러난다.

<악질경찰>은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그 날’의 아픔에 대한 고찰이자 어른들의 추악한 이면을 들춰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