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포항공대(POSTECH)가 전기차 배터리를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산호 모양 실리콘 소재’를 개발했다. 유니스트 로드니 루오프 특훈교수 연구진과 포스텍 박수진 교수팀은 고속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용 실리콘 소재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 산호모양 음극 소재 모습. 출처=UNIST

배터리 음극용으로 개발된 이 소재는 충전과 방전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상용화 조건에서 5배 빨리 충전되고 용량도 2배 이상 늘린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이론적인 용량 한계가 있는데 연구진이 이를 넘어서는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신소재는 고속충전 조건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돼 배터리 전체의 성능과 안정성을 낮추는 흑연보다 나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연을 대신할 소재로는 흑연보다 10배 이상 용량이 큰 실리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충방전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지고,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전해질 계면층이 두껍게 형성돼 리튬 이온의 전달 특성을 저하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실리콘을 이용한 고에너지·고속충전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일은 배터리 업계의 난제로 꼽혔다.

이런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구멍(공극)이 많은 실리콘 나노와이어들을 재료로 사용해 실리콘의 부패 팽창 문제를 완화했다. 여기에 더해 다공성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높은 밀도로 연결해 탄소를 나노미터 두께로 얇게 씌웠다. 완성된 ‘산호 모양 실리콘-탄소 복합체 일체형 전극’은 전기 전도도가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한 소재가 됐다.

관련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빈 왕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연구위원은 “실리콘 내부의 공극과 산호 모양의 다공성 구조는 리튬 이온을 빠르게 전달하게 돕고, 탄소층은 전극의 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계면 안정성까지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일체형 전극’이라는 점에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공동 제1저자인 류재건 포스텍 박사는 “일체형이 되면서 에너지 저장 공간이 늘어났고, 산호 모양의 3차원 구조로 전도성도 향상됐다”면서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 평가 조건에서 검증한 결과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의 용량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박수진 교수는 “이 전극은 같은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고속충전의 필수요소를 모두 충족한 최초의 실리콘 기반 음극 소재”라고 설명했다. 루오프 교수는 “이 기술은 훗날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용량 양극 소재와 함께 쓰여 더 높은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디디에르 프라이밧(Didier Pribat) 성균관대 교수와 린지에 지·시앙롱 리(Linjie Whi·Xianglong Li) 중국 NCNST 교수팀이 함께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최신호(2월 26일자)에 실려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