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와 투자금 회수를 놓고 갈등이 길어지는 중이다. 현재 신 회장은 FI에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까지 제안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신창재 회장은 FI에게 △재무적 투자자 지분의 제3자 매각추진 △IPO 성공 후 차익보전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FI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을 새로운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세 가지 협상안 모두 FI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알려진 가운데 신 회장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보유지분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FI에 대응하는 중이다. 향후 신 회장과 지분 투자자 간에 협상이 결렬되거나 단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업공개(IPO) 준비도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FI가 책정한 교보생명 주당가격 ‘40만9000원’…교보생명, 해당 가격을 맞출 수 있는 대안 無

지난 2012년 사모펀드 어피니티를 포함한 FI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했다. 당시 어피니티를 포함한 FI는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않을 경우 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파는 권리인 ‘풋옵션’ 조항을 걸었고 현재는 권리를 행사하려고 한다.

▲ 출처=교보생명

신 회장은 수년간 IPO를 포함한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건전성 기준인 신 지급여력기준(K-ICS) 개정안이 나오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증자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워 상장을 미뤄왔다.

FI가 제시한 교보생명 주당가격 40만9000원은 지난 2015년 FI가 계약한 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가격이다. 신 회장은 풋옵션가격이 현재 기준으로 과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다른 대안을 제시 중이지만 신 회장의 지분 일부 매각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신 회장은 FI가 고용한 회계법인의 가치평가가 현재의 금리상황과 맞지 않고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FI가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FI지분을 살 수 있는 협상안을 보여줬다.

현재 신 회장의 지분은 33.78%로 최대주주다. 신창재 가족인 특수관계자를 포함하면 지분율이 39.43%로 올라가지만 수출입은행과 사모펀드 어피니티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이 58.57%에 달해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다. 신 회장은 FI들의 지분을 매입하면 의결권이 강해지지만 FI가 요구하는 금액을 맞추기 위해 내부 유보금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또한 신 회장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방어가 불리해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FI와 다각도로 협의를 진행 중이며 FI들도 협상이 결렬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는 걸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 대안 중 하나가 윤곽이 드러나길 기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 ‘ABS 발행→FI지분 매입’ 신 회장이 제시한 대안 중 최선?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 회장이 현재 FI에게 제시한 대안 세 가지 모두 FI 입장에서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첫 번째로 제시한 제3자 매각 추진은 현실성이 거의 없는 데다, IPO 성공에 따른 차익보전은 FI의 요구 조건에 더욱 동떨어진 제안이어서 두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열어둔 모습이다.

관건은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인데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구조적으로 가능하지만 실행여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ABS는 통상 장기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다.

교보생명은 ABS 발행을 위해서 먼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야 한다. 이후 FI들의 지분을 담보로 한 채권을 가치평가하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채권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다. 채권 가치는 투자자들에게 공모 또는 사모방법에 따라 채권의 등급을 분류하고 해당 등급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따라서 FI가 예상한 가격보다 채권가격이 낮아지는 우려도 존재한다.

신 회장은 ABS 발행을 통해 현재의 풋옵션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 회장이 ABS 발행에 성공해 향후 FI에 주식배당을 지급하게 된다면 올 하반기 IPO 추진과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모두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FI들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손해 없이 회수하길 원한다. 이에 따라 채권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추가적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 IPO 진행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또한 ABS는 통상 기업이 장기자산을 단기적으로 자금조달하기 위해 발행하지만 교보생명은 투자금 회수 대안으로 ABS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모습이다.

보험사의 경우 생애주기가 긴 상품을 팔기 때문에 부채 만기가 자체가 장기이고 자산 또한 장기 상품을 보유하기 때문에 특수한 목적을 제외하고 ABS 발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신 회장의 ABS 방안은 아직 투자금 해결 안건에 불과하고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만일 FI들이 이 안건에 대해 받아들인다면 FI지분 600만주에 대한 채권가격이 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FI들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격은 2조123억원에 달한다. 만일 FI들이 생각하는 채권가격이 이보다 낮다면 신종자본증권 등 추가 자본확충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신 회장이 FI와 ABS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IPO 목표를 올 9월로 잡은 만큼 일정이 빠듯하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ABS를 통해 투자자 지분을 회수하는 방법은 구조적으로 가능하지만 실행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계약과정에 따라 발행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발행 성격에 따라 채권가격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지난 수년간 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을 위해 상장을 위한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FI와 협상이 마무리되길 원하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ABS 발행은 새로운 협상 대안으로 이전에는 발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확충을 추가 검토하지 않았으며 올 하반기까지 IPO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며 “FI와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