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검찰의 과이도 국회의장 수사

위기를 맞은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 혼란이 거듭되지만, 일말의 해결 가능성도 찾을 수 없다. 주변국들의 염려와 달리, 베네수엘라 사태는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떤 수습책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2019년 3월 13일, 베네수엘라 검찰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대정전 사태 관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항,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인물. 이런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해서 검찰이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AP와 로이터 통신은 과이도 국회의장 수사와 관련한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사브 검찰총장은 “전력 시설의 고의적 파괴행위(사보타주)에 과이도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과이도 의장이 이번 전력 사보타주의 지능적인 설계자로 보이며 그는 사실상 대정전의 와중에 내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과이도 국회의장이 국가 파산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 위기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힌 것이다.

과의도 국회의장의 입장에서 보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 수 없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지금 과이도 국회의장이 맞은 상황이 딱 들어맞는다. 국가 경제를 망쳐놓은 마두로 대통령의 문제점을 짚어놨더니, 마두로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과의도 국회의장을 조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베네수엘라 미래는 오리무중(五里霧中).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심지어 검찰 조사 이후, 과의도 국회의장이 구속될 수도 있다. 과의도 국회의장이 구속된다면, 베네수엘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전개 과정

베네수엘라는 지난 1주일 동안 국가 마비 상태였다. 23개 주 가운데 16개 주는 3월 7일부터 전력공급이 끊겼고, 6개 주도 전기 부족사태를 겪었다. 대정전 사태였다.

병원에서는 의료장비 가동 중단으로 투석 환자들을 비롯한 각종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시내의 지하철 운행을 멈췄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은 식구를 구하기 위해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분수의 물까지 떠서 가져갈 정도이다.

생활 형편이 이 정도였으니, 산업 현장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석유 수출 등의 주요 산업도 사실상 마비 상태, 생활필수품 제조업도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시민들 중에서는 이웃나라인 콜럼비아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조차 생겨났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친척들조차 포함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이 막은 국제원조 물자 반입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이번 대정전 사태의 원인이라며 미국에 탓을 돌렸다. 그리고 마두로 정부 대변인 격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과이도 국회의장이 정전 기간에 약탈과 파괴 행위를 선동했고,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전력 공급선을 차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 같은 혐의가 거짓이라며 반박했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발단

오늘날 베네수엘라가 맞이한 비참한 현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10년 전까지,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8위, 생산량 세계 11위, 수출량 세계 6위의 산유국이었다. 석유산업이 GDP의 70%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못살래야 못살 수 없었다.

그러나 2013년 말부터,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제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한 달 사이에 물가가 50% 이상 상승하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졌고, 준비 없이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방어에 실패를 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위기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화폐를 발행했다. 자연히 화폐 가치가 급락했다. 결국 화폐 개혁까지 실시했지만, 이미 한계점을 돌파한 베네수엘라 경제를 회복시킬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100만 %에 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마두로 대통령은 반미정서로 일관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국회의장과 부통령을 역임했다. 그리고 골반암으로 사망한 차베스 대통령의 뒤를 이어 베네수엘라 6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물론 마두로 대통령도 반미주의이다.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탄으로 내몬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5월 20일에 치른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2018년 12월로 예정된 선거를 7개월이나 앞당기고, 야당 주요 후보들에 대해서 출마까지 막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탄핵을 막는 법안까지 마련해서,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향후 전망

경제파탄 위기 상황의 베네수엘라는 현재 대통령이 2명이다. 선거를 통해서 취임한 마두로 대통령, 그리고 2019년 1월 5일 국회의장에 취임한 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자임하겠다고 선언한 국회의장 출신 과이도 대통령.

2019년 1월 23일, 과이도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서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묘사, 분석한 뒤, 법치주의 복구, 권력 분립, 자유선거를 통해 위기 사태를 개선할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과 EU, 남미 국가들은 과이도 대통령을 지지하며,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 쿠바는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한다.

미국은 마두로 정부와 거래하는 각국 금융기관들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후속조처로 러시아 은행을 제재했고,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 정부에는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대정전 사태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사정이 악화되자, 2019년 3월 11일 미국은 베네수엘라 경제제재 고삐를 더 죄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사실상의 단교조치도 취했다.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공관 인력 모두를 철수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현지 상황이 악화됐을 뿐 아니라, 공관 인력 잔류가 미국의 정책 전개에 제약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은 최악의 상황에는 군사 개입까지 대비하겠다는 의사를 간접 피력하고 있다.

2명의 대통령이 군림하는 베네수엘라.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상승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베네수엘라. 과연 잠재력 있는 개발도상국가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는 다시 한 번 산유국의 위용을 되찾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계속 정권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야당의원들과 분노한 시민들로 인해서, 베네수엘라가 카스트로 시절의 쿠바, 혹은 과거 차베스 정권 때와 같은 독재국가로 발전해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문제는 의견이 갈린 미국과 EU,그리고 중국,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향후 어떤 행보를 전개해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