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 2011년부터 지속되어온 대학 입시 부정 사건을 발표하면서 여파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서 대학 입시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적고 고등학교 생활도 한국에 비해서는 스트레스가 낮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에서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며,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집념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등장하는 부모들 못지않다.

물론 대다수의 미국 중산층은 자녀가 학자금 대출 부담이 없도록 집 근처의 주립대학에 가서 저렴한 등록금을 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에서처럼 돈과 명예를 갖고 있는 상류층의 학부모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애를 쓴다.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 무렵부터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집 근처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 직후부터 신청을 해놓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어린이집도 명문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부모가 원한다고 입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과 3~4살짜리 아이들이 입학시험도 치러야 한다. 또한 교사들이 아이들의 놀이나 행동을 관찰하고 적합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입학이 가능하다.

3살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명문 사립 어린이집에서 시작을 해야 명문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마지막 목적인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사립학교들은 대부분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매번 새로운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학생들이 상급반으로 진학하는 방식이라서 어린이집에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명문대 보내기로 유명한 사립학교인 리버데일 컨트리 스쿨은 이 때문에 어린이집 학비가 연간 4만달러(한화 4527만원)를 넘는데도 입학을 원하는 부모들이 줄을 서고 있다.

공립 명문고등학교도 입학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서 뉴욕의 명문 학교인 스타이브슨트 고등학교는 전체 지원자의 약 3%만이 입학이 될 정도로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입학만 한다면 전체 학생의 25%가량이 매년 하버드, 예일 등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로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가장 비싼 사립학교인 트리니티 스쿨의 경우 매년 38%의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학교와 MIT, 스탠포드 등에 진학한다.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했지만 아이가 명문대학 진학에 실패할 것 같다면, 아주 부유한 경우에는 대학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고 진학시킬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100% 입학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번 대학입학 부정에 참여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겠다는 집념이 과도해지면서 불법에 눈을 돌리게 됐다.

대학입학 부정의 핵심 인물은 대학입학준비 사설업체인 더키(The Key)를 운영한 윌리엄 싱어다. 그는 자신이 세운 자선단체인 키 월드와이드 파운데이션을 통해서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이 돈으로 각 대학의 운동부 코치들이나 시험감독관 등을 뇌물로 매수했다.

외견상으로는 자선단체에 기부한 학부모들은 세금감면 혜택까지 받도록 했다.

그는 멀쩡한 학생을 학습장애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별도로 대학입학시험을 보도록 했고, 이를 감독하는 시험감독관을 매수해서 학생이 시험을 보면 감독관이 잘못된 답안을 정답으로 바꿔 좋은 학교에 가도록 했다.

또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 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학생을 마치 뛰어난 운동선수인양 가짜 서류를 만든 후, 뇌물로 매수한 대학교 운동코치들을 통해서 학생의 실력을 입증했다며 명문대학에 입학을 시켰다.

많은 대학에서 운동선수들에게는 조금 다른 입학 기준을 설정하고, 학업성적이 낮더라도 운동실력이 뛰어나면 입학하게 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여학생의 부모는 싱어에게 120만달러를 지급하고 아이를 축구팀 주장이었던 것처럼 꾸며서 예일대학교의 여성축구부에 입단시키면서 예일대학에 합격했다.

예일축구부의 코치는 40만달러를 뇌물로 받고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사기에 연루된 자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점수나 운동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점에 놀라고 기뻐했던 이들은, 부모의 어긋난 열정으로 인해서 학교에서 쫓겨나고 부정입학이라는 낙인을 달고 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