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과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보험 영업왕들이 이제는 몸을 사리고 있다.

각 보험회사에서도 한 해 동안 높은 실적을 달성한 보험설계사에게 상을 주는 '연도대상' 행사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명보험회사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 이미지=이코노믹리뷰

주목받는 게 싫어진 영업왕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연도대상과 관련해 홍보자료를 만들지 않았다"며 "사내 행사인데다가 보험업황이 안 좋아 바깥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업의 영업 환경은 계속해서 안 좋아지고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 기준 IFRS17 도입에 따라 팔기 쉬웠던 저축성보험에 대한 저 평가부터 나아지지 않는 보험 불신, 반면 조금씩 오르는 보험료, 줄지 않는 보험 민원 등은 보험 영업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영업 자체도 어려운데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공개 방침부터 제한 등은 보험 영업 환경을 더 어렵게 한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그 동안 주목받으며 인터뷰도 활발히 진행했던, 그리고 각 보험회사의 자랑거리였던 보험왕들이 이젠 움츠러들게 됐다.

심지어 과거에는 인터뷰 등의 홍보 자료들이 영업인들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등 도움이 됐다면, 이제는 오히려 '사기왕'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낳게 하는 등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보험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가 끊이지 않는데다가, 금융감독원에 신고 된 금융업에 대한 민원 중 보험업이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이처럼 보험업의 환경과 영업왕의 신뢰도 등이 흔들리자 각 보험회사들은 연도대상 홍보를 중단하게 됐고, 각 영업왕들은 인터뷰 등을 거절하는 등 숨게 됐다.

생명‧손해보험업계 영업왕의 매출 규모 차이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최근의 영업왕들은 이슈가 되는 것을 꺼린다"며 "보험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질투 등의 시선으로 주변에서 안 좋게 바라봐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손해보험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발로 뛰어 영업을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아직은 홍보를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적 인터뷰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손해보험업계에 비해 생명보험업계의 영업왕들이 이슈 되는 것을 더 피하는 이유는 매출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생명보험업계 영업왕들의 매출 규모가 손해보험업계 영업왕들의 매출 규모 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판매하는 각 상품의 차이에 근거한다.

대형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의 최근 3년간의 매출을 들여다보면 생명보험업 영업왕들은 많게는 2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손해보험업의 영업왕들은 많으면 50억원 이상이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 영업왕들의 경우 언론에 노출되면 해당 지점으로 온갖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연락을 취하는 등의 불편을 겪게 된다"며 "돈을 많이 버니 기부를 좀 하라고 막무가내로 구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영업왕들은 전화 통화 10분만 해도 신규 계약 건수 3건을 날리게 되는 꼴"이라며 "굳이 이슈화돼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조용히 업무를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는 보험회사들이 보험 영업왕들의 신상을 보호하고 연도대상을 홍보하지 않게 된 이유로 곱힌다. 일부 보험회사는 호텔 등에서 화려하게 진행했던 연도대상을 자사의 연수원 등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진행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