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의 진출 전략이 주목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왼쪽)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출처=각 기업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판매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각 사별로 확연히 달라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목표로 글로벌 유통망 확보를 통한 직접 판매(직판)를 잡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착실하게 현지를 공략하는 방법을 정했다.

셀트리온 “램시마SC 등으로 글로벌 유통망 확보할 것”

셀트리온은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와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원료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고 있다. 엄밀히 말해 셀트리온이 직접 유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은 올해 목표인 유통망 확보 전략으로 램시마 정맥주사(IV) 제형과 피하주사(SC) 제형을 함께 활용하는 ‘듀얼 포메이션(Dual Formation)’을 활용할 전망이다. 램시마SC가 유럽에서 허가를 받으면 이를 판매해 유통망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램시마IV 제형을 대행 판매하던 파트너사와 수익률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셀트리온이 램시마SC를 통해 유럽에서 유통망을 확대할 것이라는 자신감에는 램시마SC의 수요를 확인한 점이 담겨있다. 셀트리온은 2016년 5월부터 램시마SC 임상을 시작해 최근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유럽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램시마SC 시판이 허가되면 이는 주성분 인플릭시맙 바이오의약품 중 최초로 IV 제형과 SC 제형을 갖춘 라인업이 된다. TNF-α 억제제 가운데 인플릭시맙은 중등도-중증 크론병 환자와 염증성장질환(IBD)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아 의사들의 처방률이 높다.

램시마 이전의 인플릭시맙 의약품의 단점으로는 제형이 IV만 있어 IBD를 앓는 대부분의 30~40대 환자들의 편의성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IV 제형은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소요해 투여 받아야 한다. SC 제형은 투여 시간이 짧고, 환자가 자가 투여 가능한 자동주사제(오토인젝터, Auto-injector)를 활용할 수도 있어 편의성이 높다.

▲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제품 모습. 출처=한국애브비

업계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는 SC 제형, 사전충전형주사제(프리필드 시린지, Pre-filled Syringes)와 자동주사제(오토인젝터, Auto-injector) 등으로 출시된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가 대개 처방되는데, 램시마SC가 시판된다면 이는 IBD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어 기대를 받고 있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판매 중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를 유통하는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2018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22.5% 감소한 7135억8740만원, 영업손실은 251억9955만원을 기록했다. 셀트레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램시마SC 직판을 위한 해외법인 설립과 트룩시마, 허쥬마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에만 네덜란드, 핀란드,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에 10개 현지 법인‧지사를 설립했다. 올해에는 독일과 벨기에 등에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남미는 콜롬비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은 각각 2016년 2018년부터 직판 전략을 내세워 결국 정부 입찰에서 수주 성공을 이끌어 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시아 지역에서 현지법인을 통한 국가별 맞춤 직판 활동을 더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향후 유럽시장에서 램시마SC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판 체제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직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로는 제약바이오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이 필요해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다투기에는 아직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자본력과 인프라가 약하다”면서도 “셀트리온의 램시마IV 점유율을 볼 때 SC 판매를 통한 유통망 확대는 기대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의 직판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에 따르는 매출 감소와 실패 리스크는 분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곧 매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직판 전략보다 현지 파트너사‧파트너사를 통한 유통망에 기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선진 제약바이오시장인 유럽지역 파트너사 바이오젠(Biogen)이 발표한 2018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3종의 유럽 매출은 전년 3억7890만달러 대비 44% 상승한 5억4510만달러다.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는 4억852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 증가했고,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전년 동기 대비 380% 증가한 4320만달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은 지난해 10월 유럽 출시 후 약 70일만에 167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네팔리는 2016년 2월 출시된 후 누적 매출 9억5660만달러, 약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속해서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 3종 모습.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파트너사 협력의 장점은 직접 유통망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나타난다. 임랄디 바이오시밀러는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동시에 세 제품이 출시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은 유럽 시장 공급 우위와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판매 노하우를 통해 임랄디 시판 직후 10개국 이상에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유럽 내에서 아달리무맙 시장 규모가 큰 독일에서 출시 후 첫 달만에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시장 점유율 62%로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초반 승기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강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장암‧폐암‧비소세포폐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SB8(베바시주맙)’ 등 일부 파이프라인의 판권을 3S바이오에 위임했고, 벤처펀드 운용사 ‘C-브릿지 캐피탈’과 두 번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브릿지는 이후 ‘에퍼메드 테라퓨틱스(AffaMed Therapeutics)’라는 이름의 제약바이오기업을 설립, 시판허가를 획득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의 판매를 담당할 전망이다.

파트너사를 통해 글로벌에 진출하는 전략은 외국기업 이미지를 벗으면서도 직접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빠르게 매출 등 실적을 챙길 수 있는 부문도 파트너사 전략을 선택하는 것에 힘을 더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현지기업과 협력하면서 발빠르게 대처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