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까진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마존 알렉사. 출처=Mayo Clinic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소프트웨어 혹은 소프트웨어를 갖춘 기계가 스스로 심층학습을 해 추론을 강화하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이 의료분야의 미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은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과 합작 헬스케어 기업을 만들어 ‘알렉사’를 통해 집집마다 가정 주치의를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구글은 AI 관련 인재를 5만명 뽑는다면서 AI로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료 AI가 요구되는 이유로는 AI가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고, 정밀한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등 헬스케어 부문에서 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꼽힌다. 향후 AI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의 발전 방향과 속도는 헬스케어 비용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AI 기반 의료기기 기술개발의 장점. 출처=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의료 AI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때 인간의 학습능력이나 추론능력, 지각능력, 이해능력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기존 의료기기를 통해 획득된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 혹은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의료기기를 뜻한다. 의료 AI는 주로 의료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함께 사용된다.

AI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는 기존 의료기기보다 성능과 효율, 질 등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의료기기는 규칙에 기반을 두고 반복적으로 활용되지만 의료 AI는 빅데이터를 사용해 스스로 학습하므로 진단 예측률 등이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효율을 높이는 기기는 인간과 비교했을 때 AI 시스템의 진단과 예측 시간이 더 짧고,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진단, 치료, 예방 등의 판단이 가능하다”면서 “이는 환자를 정상군과 비정상군으로 나눠 의료진이 비정상군만 보고 진단할 수 있게 도와 의료 전체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버크셔해서웨이‧JP모건, 헬스케어 진격…알렉사가 주치의 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헬스케어 기업을 만들겠다고 합의한 후 1년 2개월 만에 새롭게 설립한 합작사의 이름은 ‘안식처(헤이븐, Haven)’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헬스케어 부문에서 힘을 모은 것은 현행 미국 의료 체계가 비용은 월등히 높으면서도 질은 낮아 미국 시민과 경제 등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회장은 의료 비용에 대해 “미국의 경제력을 갉아먹는 기생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해마다 상승하는 약값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직원 의료비 부담액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30만명의 임직원과 가족을 위한 의료 서비스로 2017년에 12억5000만달러를 지출했다.

▲ 보스턴아동병원은 제한적으로 알렉사를 활용하고 있다. 출처=보스턴아동병원(BostonChildrenHospital)

아마존 연합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아마존이 보유한 AI 기술이 헤이븐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비서 ‘알렉사’를 활용, 집안에서 보조 주치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대상의 생활 습관 등 개인건강기록을 효과적으로 수집한 후 분석, 의료 컨설팅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툴 가완디 헤이븐 최고경영자(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헤이븐의 창업자들은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경험한 높은 비용, 품질, 서비스에 절망했다”면서 “아마존 연합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새로운 조직을 구축하고 해결 방안에 조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글, 한국서 AI 개발자 5만명 육성…사진 정보로 당뇨병성 망막증 예측

구글은 최근 한국에서 올해 안에 1만명, 5년 동안 5만명의 AI 개발자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참가자가 직접 스터디 그룹을 결성, 머신러닝, 딥러닝, 텐서플, 파이썬 등 AI 관련 기술을 학습하는 제도다. 참가자들이 그룹을 만들면 구글이 구글클라우드플랫폼 GCP 등 실습 도구와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글은 AI 개발자 육성과 더불어 의료 AI 개발 성과도 발표했다. 릴리 펭 구글 AI 프로덕트 매니저는 “머신러닝모델을 활용, 유방암과 전립선암, 당뇨에 따른 실명 등 다양한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망막혈관을 관찰, 분석하는 의료 AI. 출처=베릴리

구글이 공개한 머신러닝 의료 AI는 사진 정보만으로 당뇨병성 망막증을 건강 등 개인의료정보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한 후 환자의 실명 여부를 예상할 수 있는 모델이다. 구글에 따르면 진단 데이터 약 88만건에 기반을 두고 대량의 심층신경망과 머신러닝을 반복한 결과, 구글 의료 AI는 환자들이 당뇨를 겪고 있는지와 수년 내 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문의만큼 예측했다. 구글 관계자는 “담당 의사가 AI 판독 결과를 활용해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 조치를 먼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당뇨 때문에 시력을 상실하는 환자는 약 4억1000명이다. 인도에서는 전체 환자의 약 45%가 진단을 받기 전에 실명한다. 펭 매니저는 “AI를 활용해 환자들의 안구 사진을 판독하고 질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의료인의 업무 효율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딥마인드헬스는 구글헬스의 중심으로 의료 AI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출처=알파벳, 한국투자증권

구글이 개발한 의료 AI는 유방암과 심혈관질환 가능성도 분석할 수 있다. 펭 매니저는 “대개 유방암을 진단하려면 의사가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절을 제거한다”면서 “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병리학자들이 구글 의료 AI 모델을 활용하면 유방암 검사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부문은 의료 AI가 환자의 흡연 습관과 혈압 등 위험요소를 분석해 5년 안에 주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약 70% 확률로 예측할 수 있었다. 펭 매니저는 “헬스케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AI 접근성을 지속해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의료 AI를 저렴한 가격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니콘과 베릴리 등 파트너사와 협력 중이다.

의료 AI…한국에는 ‘뷰노’와 ‘루닛’이 있다

한국에서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한국은 물론 글로벌 의료시장과 병원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으로 ‘뷰노’와 ‘루닛’이 있다.

뷰노가 개발한 AI 의료영상분석장치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는 2018년 5월 16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가 엑스레이(X-ray) 영상을 분석, 환자의 뼈 나이를 제시한 후 의사가 제시된 정보 등으로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다. 이는 의사가 엑스레이 영상을 참조표준영상과 비교해 하나하나 뼈 나이를 판독하는 것을 자동화해 판독시간을 단축한 기기다.

▲ 뷰노는 뷰노메디 본에이지(VUNOmed-BoneAge)를 이용해 환자의 뼈 나이 판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뷰노

뷰노 관계자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한국 대형병원에서 수년 동안 수집된 영상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수준의 판독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임상시험에서 전문의 3명이 판독한 결과와 동등성을 입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뷰노 관계자는 또 “흉부 엑스레이와 CT에 기반을 둔 폐암 진단, 안저질환 진단 등의 영상 기반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생체신호에 기반을 둔 심정지 조기 예측 소프트웨어도 인허가 과정에 착수해 영상과 생체신호를 아우르는 종합 의료 인공지능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루닛은 독자적인 딥러닝 기술과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료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루닛이 개발한 ‘루닛 인사이트 CXR-Nodule’(Lunit INSIGHT CXR-Nodule)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폐 결절로 의심되는 이상부위를 검출해 의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폐암은 말기에 발견될 시 5년 생존율이 6.1%에 불과하지만 조기발견 시 생존율은 64.0%까지 상승한다. 문제는 한국 페암환자의 조기진단 비율은 2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병변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심장, 늑골 등 다른 장기에 병변이 가려져 있을 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루닛 인사이트는 폐암으로 진단된 결절을 횡격막과 겹쳐진 부위에서 검출했다(96%). 출처=루닛

루닛 인사이트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을 분석, 폐 결절로 의심이 되는 위치를 색상으로 표시한 후, 실제로 폐 결절이 있을 가능성을 확률 값(%)로 나타낸다. 의사는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한 후, 분석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하면 크기가 작거나 다른 장기에 가려진 결절을 놓치는 비율을 감소시킬 수 있고, 엑스레이를 통한 폐암의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비영상의학 전문의의 폐 결절 단독 정확도도 영상의학 전문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닛 인사이트는 시범 활용에서 폐 결정 검출 정확도 97%를 나타냈고, 의사의 영상 판독을 보조할 땐 의사의 판독 정확도가 약 20% 향상됐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서울대학교 병원이 실제 영상 판독과 환자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구진모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말로만 이야기가 나온 AI가 본격적으로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되는 사례다”라면서 “의료 혁신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