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시대를 맞아 IPTV 사업자의 유료방송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키즈 콘텐츠 강화를 선언했다. SK텔레콤이 지상파 OTT 푹과 연합하는 한편 티브로드 인수를 타진하고 넷플릭스와 만난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에 안으려 노력하는 등 5G 플랫폼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는 와중에 핵심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 타진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분위기다.

김혁 SK브로드밴드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12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디어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고객들은 순수한 자유의지로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제는 고객을 점점 알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고객의 ‘니즈’는 파편화됐고 내부에서만 경쟁하던 시기도 지났다. 이러한 변화에 도태되면 글로벌 사업자에게 밀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IPTV인 B tv의 변신이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네트워크 공급자를 고수할 수 없고 콘텐츠만 제공할 수 없다. 이제 솔루션을 채워주고 서비스 영역도 책임져야 한다”면서 “고객이 누구든 그에게 딱 맞는 기술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있었던 B tv 개편 등 현재까지의 시도들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략을 제대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하며 기계적인 인구통계학적 접근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됐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에 따르면 현재 SK브로드밴드는 크게 네 가지 세그먼트(segment)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을 다인가구와 베이비 키즈, 1인과 2인 가구, 시니어 가구로 나눴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베이비 키즈는 구매력과 부가 서비스 수용도가 높으며 시니어는 TV 시청량이 많고 전화상담 의존도가 높아 UI에 큰 구애를 받지않는 등 특성들이 존재한다”면서 “각 세그먼트에 대한 분석을 통해 B tv가 나가려는 방향성을 설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고객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지양하고,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세그먼트를 분류하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안착을 노린다는 뜻이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조직을 애자일로 변경하며 내가 속한 조직이 세그먼트‘트라이브(tribe/부족)’가 됐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나를 ‘김족장’이라 부른다”면서 “빠르고 기민하게 고객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혁 SK브로드밴드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B

강남 8학군 프리미엄 교육..B tv로

고객의 니즈를 입체적이고 내밀하게 담아내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키즈 콘텐츠라는 것이 ‘김족장’의 설명이다. 그는 영유아 교육을 위한 TV 홈스쿨링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새로운 로드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만 3세 이하 영유아 대상 홈스쿨링 프로그램인 ‘플레이송스 홈’이 눈길을 끈다. 지난 11년간 약 5만명의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음악 중심 놀이학교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갖고 있는 ‘플레이송스’와 협업해 해당 콘텐츠를 B tv로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케네스 브루시아(Kenneth E. Bruscia) 미국 템플대 음악치료학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음악치료사들과 심리학 교수진 등 영재교육 전문가들이 개발 및 자문에 참여했으며 지금까지 압구정동, 한남동 등 특정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프리미엄 학습 프로그램 플레이송스를 TV 버전으로 모두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B tv는 2002년 키즈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경험이 있고 2015년에는 IPTV 업계 최초로 키즈 전용 UI를 만들었으며 이후 전문가와 개발한 교육 콘텐츠를 공개해 시장을 선도했다”면서 “전체 지능의 80%가 발달되는 영유아기는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 홈스쿨링 콘텐츠를 대거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아있는 동화 1.0의 성공으로 키즈 콘텐츠의 경쟁력을 새삼 확인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캐릭터 중심의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있는 동화는 인기순위 결과 뽀로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아들에게 인기가 많은 콩순이와 유아들에게 인기가 많은 핑크퐁을 눌렀다. 그 연장선에서 홈스쿨링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송스 홈은 음악이 곧 교육이라는 철학으로 홈스쿨링 과정에서 필요한 교재교구를 배달받을 수도 있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일부 지역의 프리미엄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가져와 교육의 기회 평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플레이송스 홈은 영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음악의 다양한 장르와 구성 요소를 활용해 영유아들의 인지능력과 발달과정에 맞춘 놀이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언어, 창의력, 오감 등을 아우르는 800여가지의 창의적 융합놀이와 350곡의 아름다운 음악과 10종의 캐릭터가 이끄는 긴밀한 이야기가 강점이다. 교구재 제작에는 이스라엘의 명품 악기사인 할릴릿(Halilit)이 참여했다.

뽀로로 TV 교실도 눈길을 끈다. 연령은 플레이송스 홈과 비교해 다소 높으며 B tv 독점 서비스로 누리과정 기반의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살아있는 동화 2.0도 등장한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새롭게 추가한 ‘다인가족 역할놀이‘ 기능을 통해 기존에 동화당 아이 1명으로 국한했던 역할놀이 기능을 최대 3명까지 확대함으로써 온가족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또 “저출산 시대를 맞아 아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오히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라면서 “키즈 콘텐츠 전략이 집중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동화 1.0이 캐릭터 중심의 키즈 콘텐츠 시장에서 상당한 선전을 보여준 상태에서, 2.0 버전의 기술적 강점도 부각됐다.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랩스장은 “정밀 얼굴 인식과 분할 기술은 딥러닝을 활용했으며 실시간 얼굴 표정 생성 기술은 단순 미러링이 아닌 3D 표준 얼굴 모뎅 생선 기술이 들어갔다”면서 “저사양 셋톱박스 증강현실 랜더링 기술은 말 그대로 낮은 기술력을 가진 셋톱박스가 고성능 게임 엔진을 담아낼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여기에 콘텐츠 에코 시스템을 가동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설명했다.

▲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랩스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텔레콤

키즈 콘텐츠 설명에 이어 다인가구 세그먼트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공개됐다. 보이스와 스틱의 만남인 ‘보이스틱’이다. 존 리모컨의 숫자 버튼을 없앤 스탠드형 디자인으로, 리모컨을 들어올리는 각도와 입과의 거리를 인식해 음성인식 기능으로 자동 전환되는 RTT(Raise To Talk)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숫자 키패드가 없고 음성 인터페이스 중심으로만 구현됐다”면서 “IPTV 리모컨 음성인식 비율을 보면 2018년 8월 기준 0.7%에 불과했으나 2019년 1월 기준 16.6%까지 상승했다. 음성으로 빠르고 깊은 검색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면 상용화를 선언하기 보다 단계적인 보급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필 생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선보인 ‘홈트여신’에 이어 일명 홈트족과 1020대 자녀를 둔 다인가구 고객을 위한 건강관리 TV앱 ‘B tv x FITDAY’도 런칭한다. 무료로 제공하는 ‘B tv x FITDAY‘는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이 가능해 외부에서의 운동 이력도 기록할 수 있다.

▲ 보이스틱이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아쉬운 장면 세 가지 + 하나

SK브로드밴드의 미디어 콘텐츠 전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즈 콘텐츠 로드맵이 전격 공개된 가운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전략에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홈스쿨링이라는 방식이 키즈 콘텐츠의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아의 스마트폰, TV 과몰입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홈스쿨링 방식이 부모들의 선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플레이송스 홈은 영유아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플레이송스 홈은 생후 12개월부터 36개월 전후까지 6개월씩 총 5단계로 학습 월령을 구분해 단계별로 VOD 24편, 사운드 워크북 및 놀이키트 6종 등 교구재, 도서 세트 등을 제공하며 각 단계별 판매가는 월 3만8500원이다. 이를 6개월로 환산하면 무려 23만1000원이 된다. 아직 TV 홈스쿨링 대중화가 안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원가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키즈 콘텐츠 강화를 강남 8학군 오프라인 콘텐츠에 찾은 것 자체도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모들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수업과 TV 홈스쿨링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플레이송스 홈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선생님이 큰 역할을 하지만 플레이송스 홈에서는 부모가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프리미엄 유아 교육 기회의 평등화 측면에도 나름의 이점이 있다.

보이스틱에 대한 호불호도 관건이다. 음성 인터페이스에 집중한 새로운 기기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숫자 키패드를 없애 심플한 디자인으로 구현해도 여전히 많은 버튼이 보이는 것은 약점이다. 여기에 음성 인터페이스에 집중한 리모컨이 당장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김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아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