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경영철학에 녹이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최 회장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함께 ’기업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Shedding light on the hidden value of business)’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 개념을 소개한 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150억원) 보다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기업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파생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재계에서는 SK가 자기만 생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모두와 함께하는 상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가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각 계열사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각 계열사 내부에 ‘기업 정체성에 맞는 사회적 가치 구현 방안을 찾자’는 공감대가 성립됐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은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을 돕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물론 공감대인지, 위에서의 지시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하소연도 들립니다. 올해 초 만난 관계자는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는 나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작업을 그대로 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발굴해야 하는 일이 다소 벅차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비단 업무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가장 큰 고민은 각 기업에 맞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발굴하는 것”이라면서 “은근히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물론 최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내부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직장인이 사기업에 다니면서 사회적 가치라는 공익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경험은 일반적인 사회공헌 외 전무한 상태에서, 기자가 만난 SK 직원들은 분명 최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강하게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다만 모든 문제가 그렇듯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 미묘합니다. 결국은 조직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 회장은 11일 SK플래닛에 찾아가 행복토크를 했다고 합니다. 100번의 행복토크를 약속한 가운데 벌써 30회를 넘겼다고 합니다. 행복토크는 조직의 행복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구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부쩍 집중하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 최태원 회장이 행복토크에 나서고 있다. 출처=SK

당시 행복토크는 무려 90분을 넘겼고, 최 회장은 열정적인 자세로 직원들과 열린 소통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최 회장을 만난 소감을 묻자 “개인과 개인으로 만난 것이 아님에도 ‘기가 빨린다’는 경험을 할 정도로 강렬했다”면서 “최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어떤 뜻인지 확연히 이해했고, 조직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계열사 일각의 불편함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낙관적인 쪽으로 걸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