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 운영하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주류, 담배 전문 매장. 출처=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업계의 운영 효율성 문제 제기에도 정부의 강한 의지로 도입이 결정된 입국장 면세점이 이번에는 ‘원칙’ 문제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입국장 면세점 입점 운영의 목적은 “면세품 구매 고객들의 편의성 증진과 중소·중견 면세점 기업의 육성”이었다. 그러나 곧 사업자가 확정될 입국장 면세점 입찰에 글로벌 1위 기업 스위스 듀프리(Dufry) 그룹과 한국 유통기업 토마스 앤 줄리 컴퍼니의 합작법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입국장 면세점 운영의 취지  

지난해 8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공항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 상품을 이동하면서 들고 다니는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적극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 후 약 한 달이 지난 9월 2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결정을 공표했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해 정부 측은 “입국장 면세점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 규모 면세 사업자들에게 우선 입점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면서 “각 사업자들의 수익 개선과 면세점 증가에 따른 업계 전체의 수익성 확장 그리고 면세품 구매 고객들에 대한 편의 제공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업계는 입국장 면세점 운영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면세업계 수익성 확대를 도모한다면 내국인의 면세한도(현행 개인당 600달러(약 68만원))를 올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기회라고는 하지만 결국 사업권이 늘어나면 가장 유리한 것은 기업이 아닌 면세점이 들어서는 인천공항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논란이 됐으나 이후에는 면세점 운영으로 중소기업들이 얻게 될 효과에 대해 무게가 실리며 일단 논란은 일단락됐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업계에 따르면 세계 면세점 업체 중 매출 1위인 스위스의 듀프리와 한국의 유통기업 토마스 앤 줄리 컴퍼니의 합작법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입국장 면세점 입찰 참여를 위해 자사와 연관된 여러 브랜드의 입점확인서를 수합했다. 스위스 기업인 듀프리는 전 세계에 2200여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연간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1위 면세점 기업이다. 2013년 듀프리는 한국의 토마스 앤 줄리 컴퍼니와 합작해 한국에서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법인을 만들었다. 이 회사가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지난해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의 두 번째 사업권(제한입찰, 중소기업 한정) 입찰에도 참여해 SM면세점과의 입찰 경쟁에서 승리해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사업권 획득의 승부를 가른 것은 ‘가격(입점수수료 혹은 영엽요율)’이었다. 당시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면세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8%를 영업요율로 책정하고 이를 입찰 주체인 한국공항공사에 내는 조건을 제시해 경쟁업체인 SM면세점을 제쳤다. 이에 국내 면세점 업계는 “중소기업 한정 업찰에 참여한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중소기업이 맞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입국장 면세점 입찰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유한회사’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통상의 주식회사는 기업의 모든 재무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유한회사에게는 재무정보의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즉 듀프리와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지분 비중이 45%, 55%라고는 하지만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지분을 실제로 어떤 주체가 소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듀프리의 고위 임원들이나 경영진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문제는 이번 입찰이 ‘체급’이 다른 경쟁임을 지적한다. 면세점의 경쟁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구매력이다. 면세점의 신뢰도 혹은 규모에 따라 주요 브랜드들이 면세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단가는 달라진다. 대체로는 대기업일수록 같은 상품을 더 싸게, 더 많이 들여올 수 있고 동시에 더 많은 할인 프로모션 조건을 붙여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세계 1위 기업이 모기업으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와 국내 중소기업 면세점은 애초에 구매력이나 영업요율 조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를 동일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은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을 여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 사업권 입찰 때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듯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면서 “세계 1위 기업의 자회사와 국내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같은 선상에 놓고 경쟁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을 중소기업 성장과 육성을 위한다고 설명한 본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화 추세,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에 맞서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국내 면세사업 참여와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에서는 해외 법인이 국내의 특정 법인의 지분을 30% 이상을 소유한 최대 출자자이거나 50% 이상을 소유한 경우에는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2013년 설립당시 듀프리와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지분 비중은 각각 70%와 30%였으나 2017년 3월 이 지분의 비중이 45%, 55%로 바뀌면서 적어도 지분 비중 조건으로는 중소·중견기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 외 기업의 규모를 기준으로도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중소·중견기업으 분류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2017년 기준 연간 매출은 859억원, 총자산은 212억원을 기록했다. 외적 규모 상으로 중소기업의 기준은 3년 평균 매출 1500억원 이하, 자산총액 5000억원 이하이면 되기 때문에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중소기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 2013년~2017년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주요 재무 정보. 출처= 한국기업평가

아울러 해외 유력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원활해야 우리나라의 면세점 브랜드들도 해외사업을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명분’ 측면에서도 정당성이 생기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서용구 교수는 “면세업을 포함한 세계 모든 산업의 시장이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해외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을 애써 배척할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나라 면세업계도 해외 유력 업체들이 자꾸 들어와 사업을 운영해야 더 경쟁력이 생기고 동시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대기업 위주의 사업 구조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국내 최초의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위 두 가지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현재의 논란을 바라보는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자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