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지난 LTE 시절 세계 최초 마케팅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LTE 커버리지와 실질적인 기능 지원 등을 두고 서로를 향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고, 이 문제는 심지어 법원까지 갔습니다.

 

올해 열리는 5G 시대, 상황은 비슷합니다. 4G 시절에는 통신사들이 세계 최초 마케팅에 집중하며 소모전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사고를 냈습니다. 3월 5G B2C 상용화를 자신했으나 사실상 그 시기를 4월로 미뤘기 때문입니다.

5G 대중화가 전제되려면 5G 단말기, 즉 5G 스마트폰이 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갤럭시S10 5G의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호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LG전자의 LG V50 씽큐 5G 모델은 스냅드래곤855와 X50을 생산하는 퀄컴의 ‘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지난해부터 정부는 지나치게 빠른 5G 주파수 할당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12월 첫 전파 송출로 ‘빨리빨리 본능’을 자랑, 이제는 단말기 로드맵에도 부합되지 않는 어설픈 모습까지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세계 최초병’입니다.

그렇다면, 5G 정국에서 통신사들의 세계 최초병은 사라지고 있을까요? 아직 5G 요금제 인가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불안한 징조가 감지됩니다.

LG유플러스는 11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G와 자율주행차의 시너지를 통해 도심도로 주행을 시연했습니다. 5G 기지국과 차량의 연결이 원만하게 연결되며 실제 도로를 누비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가 ‘세계 최초냐’는 질문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한양대학교 ACE Lab 선우명호 교수는“5G와 자율주행차가 정해진 공간이 아닌 곳에서 운행하는 것은 세계 최초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율주행차를 5G로 작동해 실제 도로를 달린 것은 LG유플러스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KT와 SK텔레콤입니다. KT는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자율주행버스를 시연했으며, SK텔레콤도 지난해 11월과 12월 5G 자율주행차를 시연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강종오 LG유플러스 미래기술담당은  “5G와 자율주행차, 도심도로 운행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가진 것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SK텔레콤에 따로 문의한 결과,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5G B2B 전파 송출 후 시흥에서 5G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운행한 사실이 있다고 합니다. 12월 1일 첫 5G 전파 송출 후 LG유플러스가 말하는 5G와 자율주행차, 도심도로 운행이라는 삼위일체를 SK텔레콤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다시 LG유플러스에 질문하자 “SK텔레콤의 5G 자율주행차는 핸드오버가 지원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LG유플러스가 5G 자율주행차 시연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사실 기술의 세계 최초도 ‘진짜 세계 최초냐’를 판단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명명백백한 세계 최초 기술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간혹 기술의 난위도를 두고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정량적 평가가 어렵습니다.

특히 5G는 4G에 비해 기술적 특이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해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술의 즉각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세계 최초 논란은 더 많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5G 세계 최초 기술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운데다, LG유플러스의 사례처럼 자율주행차에 5G, 도심도로를 포함해 ‘세계 최초’라고 자평하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시비거리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LG유플러스의 5G 자율주행차 도로시연에 있어, V2X 등은 5G가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각자의 ‘톤 다운’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사라지고 서비스가 살아남는 시대. 문제는 5G라는 기반 인프라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방점을 찍어야 겠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행위는 지양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