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상용화 정국이 시작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자율주행차의 도심도로 운행과 관련된 기술력을 11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전격 공개했다. 한양대학교 ACE Lab 선우명호 교수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관련 포럼에서 복잡하기로 유명한 신갈오거리를 자율주행차로 운행하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LG유플러스의 기술력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선우명호 교수는 LG유플러스의 사외이사이자 세계전기자동차협회 및 아시아태평양전기자동차협회장을 역임한 인사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시연을 통해 5G와 자율주행차가 만났고,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 도심도로에서 운행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착하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 LG유플러스 5G 자율주행차 비전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최진홍 기자

5G가 자율주행차와 만나면

LG유플러스는 11일 한양대학교와 서울숲 이원중계를 통해 자율주행차 도심도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5G 자율주행차가 통제되지 않은 도심 도로에서 일반 차량들 틈에 섞여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양대와 LG유플러스는 보다 진화된 자율주행 및 통신 기술을 알리기 위해 자율주행 실험도시나 비교적 차량이 없는 외곽 지역이 아닌 혼잡한 도심 도로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5G 자율주행차의 명칭은 ‘A1(에이원)’이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분류 기준 중 4단계 ‘고도 자율주행’에 가깝다. 이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단계를 의미한다.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은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차를 일컫는다.

이날 시연에서 A1의 운전석 탑승자는 실제로 ‘자율주행 모드 ON’ 스위치를 누른 후 도착할 때까지 운전대와 가속·제동 장치에서 손발을 뗐다. 성수동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1은 강변북로-영동대교-올림픽대로-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는 약 8Km의 거리를 25분 동안 스스로 주행했다. 강변북로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고속화 도로에 합류했으며 다른 자동차와의 간격도 여유롭게 조절했다. 과속방지턱을 인지해도 속도를 줄이는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 인포테인먼트 기술력도 공개됐다. A1이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동안 시연자는 차 안에서는 5G 스트리밍 영상을 시청했으며 직접 가상현실 전용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그랜드캐니언, 해양생태계, 아이돌 연습 등의 대용량 VR 콘텐츠를 지연이나 로딩 없이 실시간으로 이용했다.

5G는 4G와 비교해 기술적 특이성은 없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술을 즉각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실감형 미디어가 5G를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선우명호 교수는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등록된 차량은 10억대, 매년 13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사망사고 중 90%가 운전자 부주의”라면서 “LG유플러스는 5G와 자율주행차로 교통사고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2010년 구글 자율주행차 시연부터 최근 웨이모의 자율주행택시 등을 언급하면서 LG유플러스의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주변에 차량도 거의 없고 평지에서 구동되지만 LG유플러스의 도심도로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5G 시대가 LG유플러스가 추구하는 진정한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긴다는 설명도 나왔다. 선우명호 교수는 “도심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위치정보기술, 환경인식기술, 차량제어기술, 경로생성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위치정보기술에 있어 자율주행차는 기존 GPS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오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5G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또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심지어 도로 공사를 해도 원만하게 자율주행차를 작동하려면 5G로 환경인식기술을 구축해야 하며 신호등을 인지하거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위해서도 5G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카 인포테인먼트도 5G고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국내 자율주행차 플레이어들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선우명호 교수는 “웨이모는 약 6만대의 자율주행차 주문을 단행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내의 기술력도 상당하지만 카풀만 하려고 해도 반발이 큰 것이 문제다.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LG유플러스 5G 자율주행차 비전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통신사가 5G 자율주행차를 해야 하는 이유

LG유플러스 FC부문장 이상민 전무는 통신사가 자율주행차 시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전무는 선우명호 교수가 거론한 네 가지 5G 자율주행차 가능성을 거론하며 “통신사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인 위치정보기술, 환경인식기술, 차량제어기술, 경로생성기술을 원만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서 “5G 인프라를 가진 LG유플러스가 강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로드맵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2018년 12월 5G 자율주행차 도심도로 주행에 성공하며 조금씩 시동을 거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LG유플러스는 당시 5G망과 한양대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접목해 서울숲-강변북로-성수대교-올림픽대로-영동대교 인근 약 7Km의 거리를 25분 동안 주행하며 ▲주행 영상 실시간 모니터링 ▲자율주행 관제 ▲주행 중 5G 미디어 시청 등을 시연했다. 이어 11일 시연을 통해 5G와 자율주행차의 비전을 강하게 어필한 셈이다.

타 통신사들이 자율주행차를 준비하며 정해진 구역에서 운행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LG유플러스는 단숨에 도심도로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새롭다.

LG유플러스의 이번 5G 자율주행차 시연은 ‘통신사가 왜 5G 자율주행차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제시했다. 5G라는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도심도로 주행 기술력이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LG유플러스 5G 자율주행차 비전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세계 최초 논란

한편 LG유플러스의 5G 자율주행차 도심주행이 과연 ‘세계최초’가 맞느냐는 질문에 선우명호 교수는 “5G와 자율주행차가 정해진 공간이 아닌 곳에서 운행하는 것은 세계 최초가 맞다”고 말했다. 평창에서 KT가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 것과 K-시티에서 SK텔레콤 5G 자율주행차가 시연됐지만 LG유플러스의 기술력은 이를 상회한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시흥에서 단행한 자율주행차 시연은 5G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인프라 강점을 중심으로 5G 자율주행차 상용화 및 도심도로 주행 성과를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해당 시연에서 차량 관제, 카 인포테인먼트는 5G가 진행됐으나 V2X는 5G가 접목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LG유플러스 5G 자율주행차 시연도 5G ‘전체 상용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약간의 논란도 예상된다. 강종오 LG유플러스 미래기술담당은 “아직 표준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