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7일 카풀 유상운송의 제한적 운행, 플랫폼 택시 서비스 가동, 택시업계의 서비스 제고 등을 담은 합의안을 발표했으나 11일 현재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택시업계는 물론 협상 파트너인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카카오 모빌리티 최선 택하다?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7일 합의문을 발표해 카풀의 제한적 허용과 택시업계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선언했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으로 명시된 오전 7시에서 9시,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만 운행되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에는 운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플랫폼 택시의 상반기 출시를 비롯해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다양한 감차 방안을 추진하고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아쉬움이 크다.

업계에서는 합의문에 담긴 내용 중 택시업계의 자정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택시업계의 자정활동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다는 말이 나온다. 합의문에는 택시업계가 승차거부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 담겼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카풀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택시업계의 질 낮은 서비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이유로 사회적 기구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문에 택시업계의 자정을 고민한 흔적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추후 입법 과정에서 액션플랜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 상황으로는 ‘뜬 구름 잡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의가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카풀 서비스를 위시한 모빌리티 플랫폼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영우 풀러스 대표는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가 처음 카풀 서비스 시작을 공개할 당시 밝혔지만, 카풀은 택시의 보완재로 작동하며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시간에 운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합의문은 정해진 시간 외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시간을 카풀이 채울 여지를 없도록 만들었다”면서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을 허용한다며 시간을 정한 것은 일종의 기형적인 합의”라고 말했다.

한국형 우버 서비스로 불렸으나 지난해 끝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던 김동우 차차 크리에이션 대표도 “이번 합의를 근거로 택시업계와 카카오 모빌리티가 승차공유경제의 독점을 목적으로, 타다 서비스와 차차 서비스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요청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차차 크리에이션은 카풀과 택시 플랫폼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으나, 이번 합의로 비즈니스의 큰 축인 카풀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모빌리티 업계는 이번 합의에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카카오 모빌리티 책임론도 거론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은 물론 전체 모빌리티 업계의 대표 자격으로 사회적 기구에 참여한 가운데, 택시업계와의 원만한 타결을 전제로 자사의 이득만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논란은 사회적 기구 활동 당시부터 불거진 바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2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끼리 타협을 하면 정부는 그것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편익보다는 공무원들의 편익만을 생각한 무책임한 정책 추진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의 처우개선과 관련된 근본적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고, 카풀에 승용차를 배제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원하는 시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승차공유이용자모임 김길래 대표도 2월 18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택시 4단체와 카카오 모빌리티만의 대타협은 맞지 않는다”면서 “최근 조심스러게 나오는 발표내용만 봐도 이는 사회적대타협이 아닌 두 업체간의 비즈니스의 거래로 퇴색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카풀 업계는 카카오만 있는 것이 아니며 풀러스, 어디고, 위풀과 같은 업체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제일 중요한 타협의 관계자인 이용자들이 빠진 대타협은 무엇을 위한 대타협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와 김 대표가 지적하는 것은 사회적 기구가 활동하며 제대로 된 ‘정책’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편협한 구성에 있다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 기구가 합의안을 발표하며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가 전체 모빌리티 업계의 숙원을 외면하고 자사에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가 무엇을 얻었나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번 합의를 통해 나름의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현재 카카오 T 택시와 주차,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등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카카오 T 바이크를 통해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에 가장 가까운 상황에서 카풀 서비스의 제한적 운용에 대한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사회적 기구를 통해 택시업계의 스킨십을 늘렸으며, 일각에서는 플랫폼 택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가능성을 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카풀의 전면 상용화를 끌어내면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도 쾌거지만, 현재의 합의문 수준에만 머물러도 카카오 모빌리티는 막강한 자금력과 플랫폼 스펙트럼을 무기로 경쟁자들을 크게 압도할 수 있다.

풀러스와 차차, 쏘카 등 많아야 두 개 이상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사업자라는 대표성을 가지고 사회적 기구에 들어가 택시업계와 논의, 결국 자사에만 유리한 결과만 도출했다는 정서가 강하다. ‘절름발이 카풀’은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풀러스와 차차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가 전체 모빌리티 업계의 대표성을 가지고 사회적 기구에 참여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가 논의 과정에서 자사에 유리한 로드맵만 일부러 고수했을 가능성은 없으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대표자 자격으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반론도 있다. 택시업계는 카풀반대를 주장하며 카카오 모빌리티는 물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에 화력을 집중해 집중적으로 괴롭혔으며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택시업계를 간신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온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 카카오 모빌리티의 사회적 기구 참여를 두고 ‘대표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비판을 하는 이들도 택시업계의 장외투쟁이 벌어졌을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라는 간판에 의존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합의안은 실망스럽지만,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이라는 모빌리티의 초입을 제한적이나마 풀어낸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