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식구’라고 불러봅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26일 코웨이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담은 이메일을 발송했다. 당시 웅진그룹은 채무를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알짜 계열사인 코웨이를 매각해야 했다. 윤 회장은 당시 이 편지를 통해 “웅진의 상황 때문에 여러분과 이별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웅진 CI. 출처=웅진

최근 렌탈 시장의 빅이슈라 하면 단연 웅진의 코웨이 인수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웅진그룹이 눈물을 머금고 지난 2013년 1월 매각한 렌탈 업체 웅진코웨이를 약 6년 만에 다시 품게 됐다. 웅진의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지난 2018년 10월 29일 MBK파트너스에게 코웨이의 지분 22.17%를 1조6849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이달 안으로 끝날 예정이다. 인수는 사실상 확정됐다. 웅진은 거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코웨이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21일 사명을 ‘코웨이주식회사’에서 ‘웅진코웨이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인수 검토 소식이 나왔던 2017년 말 당시 시장의 반응은 ‘웅진이 어떻게?’가 지배적이었다.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무리라는 평이었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 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하며 인수금액은 무사히 조달됐다.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인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자본잠식을 겪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은 코웨이를 되찾기 전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빚더미’… 추락한 웅진그룹

출판·렌탈 사업 등 방문 판매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성장한 웅진그룹은 2000년대 후반 건설·화학·금융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근이 됐다. 웅진이 지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건설 경기 부진의 여파로 부도를 냈다. 많은 돈을 투자한 태양광사업의 부진이 맞물리며 웅진그룹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 여파로 웅진은 2012년 10월 회생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후 웅진은 웅진코웨이(2013년 1월 매각)를 시작으로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대부분 매각했다. 뼈를 깎는 외형 축소를 겪으며 갚아야 하는 부채 약 1조5000억원 중 9225억원을 현금으로 갚고 2872억원을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갚았다. 남은 부채는 10년간 나눠 갚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를 빠르게 매각한 것이 채무변제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 그중 코웨이는 몸값이 가장 높은 계열사였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주요 계열사들을 잃은 웅진이 정수기 시장에 다시 뛰어들 수는 없었다. 코웨이를 매각하면서 경업금지 조항을 맺었기 때문이다. 경업금지란 매각자와 인수자가 서로 같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기간은 2018년 1월까지였다. 

웅진 방식으로 신사업 도모… 채무 상환 6년 앞당겨 다 갚았다

웅진은 가장 잘하던 정수기 렌탈에서 ‘콘텐츠 렌탈’로 영역을 바꾸며 신사업을 도모했다. 웅진씽크빅이 2014년 8월 출시한 북클럽 서비스가 그 예다. 한 달에 일정한 금액을 내면 수많은 교육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해당 서비스는 출시 후 1년 반 만에 회원 20만명 이상을 모았고 씽크빅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웅진의 노하우를 살려 2016년엔 화장품 온라인 방문판매 업체인 웅진릴리에뜨와 정수기 렌탈업체 에버스카이를 설립했다. 에버스카이는 터키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했다. 이는 국내에서 정수기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과 북클럽 등 신사업 성공으로 웅진은 잔여채무 1470억원을 애초 예정했던 상환기간인 2022년보다 6년 앞당긴 2016년 6월 조기변제하는 데 성공했다. 

▲ 웅진 재무상태 추이 그래프. 출처=전자공지시스템
▲ 웅진 재무상태 추이 표. 출처=전자공지시스템

웅진, 코웨이 인수? “돈은?”

웅진이 코웨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건 2017년 12월이다.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매각 소식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나왔다. 당시 웅진은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나고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다.

일각에선 웅진의 코웨이 인수 검토 소식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MBK 파트너스가 가지고 있던 코웨이의 지분 26.8%의 시가는 2조원대였고 프리미엄이 붙으면 매각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웅진의 현금성 자산은 543억원, 웅진씽크빅은 970억원 수준이었다. 웅진의 경업금지가 풀리며 정수기 렌탈 시장에 다시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마케팅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준비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생활가전 렌탈사업 업체 웅진렌탈을 2018년 2월 출범했다. 윤석금 회장은 “앞으로 모든 제품을 빌려 쓰는 시대로 변할 것이며, 웅진의 렌탈 시스템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면서 렌탈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부서 1조6000억원 조달 성공, 2조 코웨이 인수 추진

웅진그룹은 웅진이 아닌 ‘웅진씽크빅’을 인수 주체로 내세우는 전략으로 코웨이 인수전을 맞이했다. 웅진의 현금성 자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돈이 크게 모자랄 것이 뻔했고, 그렇다고 증자에 나설 경우 윤석금 회장의 자제인 윤형덕 대표와 윤새봄 총괄의 지분율이 25% 수준이었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배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웅진씽크빅이 MBK파트너스에게 코웨이 지분 22.17%를 매입하는 금액은 1조6800억원이었다. 웅진은 사모투자펀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웅진이 4000억원, 스틱이 4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9000억원을 나눠서 조달하기로 하며 인수를 이끌었다. 웅진씽크빅은 유상증자를 통해 890억원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는 스틱이 투자금을 5000억원으로 증액하고 한국투자증권의 지원 규모도 1조1000억원이 됐다. 이에 웅진의 총 인수금액은 3000억원 늘어나고 코웨이 지분 5%를 추가 매입한다.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다시 사들이는 데 외부 차입금으로 약 81%를 끌어왔다. 인수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매년 5% 수준인 인수금융 이자 비용 지급은 과제로 남았다. 다만 코웨이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렌탈시장의 전망 또한 밝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웅진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한편 코웨이는 2018년 매출액 2조7073억원, 영업이익 5198억원, 당기순이익 34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보다 각각 7.6%, 10%, 7.4%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