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2019년 1분기 현재, 한국경제를 가늠해 볼만한 여러 지표들은 여전히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경기 회복의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 부문의 지출 확대가 경기 하강 압력을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어 정부의 경기 안정화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됐다. 다만 공공 부문의 지출 확대가 민간 부문을 유인하는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장기화된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등의 문제들이 미·중간 긍정적 기류가 오가면서 해결 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지만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2019년 1분기 한국 경제와 주변국들의 근황을 분석한 보고서 ‘2019년 1분기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을 발표했다.

▲ 1분기 한국경제 중간점검. 출처=imagetoday

한국경제에서 전체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소비 선행지표인 내구재·소비재수입 등의 지표가 부진한 모습이다. 1월 중 소매판매는 내구재가 부진했으나 비내구재가 증가하면서 전년동월대비 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1월 들어 소비재 수입액과 소비재 물량 모두 증가율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비투자의 동행지표와 선행지표에서 뚜렷한 개선세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됐다. 설비투자 부진은 반도체 부문 투자가 마무리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과 자본재수입액 증가율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어서 당분간 설비투자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건설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가운데 공공 부문 수주가 미약하나마 전체 경기를 방어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1월 중 동행지표상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1월 중 건설수주액(선행지표)은 공공 부문(주택건축)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민간 수주가 크게 침체되면서 전년동월대비 4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3개월 연속 감소세...물량 감소와 단가 하락 동시에

수출은 단가 하락 요인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국내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2월에 들어서는 물량 감소와 단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한편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아세안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 월별 수출 증가율과 주요 시장별 수출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실물 경기의 부진이 고용시장 둔화로 이어지면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신규취업자수가 미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전연령층과 청년층에서 실업률·체감실업률이 전년동월대비 모두 상승했다. 1월 신규취업자수는 제조업 구조조정의 영향과 서비스업 고용흡수력 약화로 1만9000명 수준에 그쳤다.

공급측, 수요측 모두 물가상승압력이 동시에 축소되면서 0%대의 저물가가 지속 중이다. 국제 원자재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낮아졌다. 한편 국내 소비자물가는 공공서비스 부문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공업제품,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2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1분기에 들어 가계와 기업 심리가 호전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점이다. 가계 부문은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낙관적 인식이 소폭 확산됐다. 기업 심리는 2018년 하반기 이후 지속 중이던 악화 추세가 3월에 들어 빠르게 개선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이후 지표의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계 경제, 미·중 무역분쟁 해결이 분기점 될 듯

또한 여러 지표들이 아직 경기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 가운데 주변국들의 정치·경제 상황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이 주시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의 긍정적 분위기가 분쟁 타결로 이어질 경우 우리 수출 경기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미·중무역분쟁이 해결될 경우 국제교역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의 경기 하강 압력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미·중 무역분쟁 해결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로 타결될 경우,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경합도가 높은 IT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는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존재한다.

또한 중국 경제의 하강 압력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5일 개막해 15일까지 진행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 중국의 발전은 더 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 아래 공급 측면 개혁을 심화하고, 혁신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 기업금융 지원 등의 거시, 미시 경제정책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제시한 2019년 재정적자/GDP 비율 목표치 2.8%는 예년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아 경기 부양 효과에 다소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중국의 민간 부문 비중 급증, 경제 및 산업 구조 복잡화 등으로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이 한계를 가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소비 심리·기업 심리 회복 조짐은 긍정적...건설업 불황은 불가피

미약하나마 최근 국내 소비 심리와 기업 심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동안의 경제 심리의 과도한 침체 수준에 대한 기술적 반등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최근 대부분의 실물경제 지표가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민간주체들의 심리 개선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실물 경기가 더 추락할 경우 경제 심리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 소비자심리지수와 주요기업경기실사지수.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최근 수출과 투자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소비 부문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가계 소득 증가에 의한 직접 구매력이 개선되어서가 아니라, 개별소비세 인하, 저물가 등으로 인한 간접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예상됐다. 다만 당분간 소비 부문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나, 하반기에 들어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의 종료, 고용시장 불안 등으로 그 역할이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이미 상당수 우리 주력 수출산업들이 고전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수출 증가율은 2018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2월만 보더라도 전체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11.1% 증가한 반면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24.8%에 달했다. 나아가 향후 반도체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고 나머지 주력 수출산업들도 경쟁력 약화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전체 수출 규모가 2018년에 비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공공 발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건설물량 감소로 건설업의 불황 국면 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건설수주 규모로 볼 때 건설 경기 전반의 하강이 우려되는바 건설업의 경제 성장과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전망된다.

▲ 주요 산업생산지수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특히 고용시장의 경우 지난 1월 건설업 취업자가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건설업이 고용시장에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건설업 내 과잉고용력 수준은 전체 210만 명 중 10만~3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외 리스크 관리와 내수 활력 제고해 견고한 성장력 확보해야

1분기 경기 조망을 끝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대내 민간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이어질 수 있는 경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내수 여건을 감안한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으며 감세정책 병행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 투자 심리 개선이 내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 투자 활성화에 주력해야 하며 SOC 조기 착공 및 공공주택 발주 확대를 통해 성장견인력과 고용창출력이 높은 건설투자 위축을 완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덧붙여 중국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의 경제 불확실성 등 대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수출 불황 가능성을 차단하며 실업부조 확대하고 자영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