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상위제약사가 미국종양학회(AACR2019)에서 새로운 후보물질을 공개할 것으로 발표돼 주목된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2019년 3월 29일(현지시간)부터 4월 3일까지 미국 아틀란타에서 개최되는 110번째 ‘미국종양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asearch)’에서 발표될 초록이 공개된 가운데 한국 상위 제약사의 새로운 후보물질과 연구개발(R&D) 결과 발표가 주목된다.

AACR은 암 연구 분야에서 약 120개 국가의 4만여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학회로 연간 회의에는 약 2만2500명의 연구자들이 참석한다. 학회에서는 암에 관한 기전과 메커니즘 규명 등 기초 연구부터 임상결과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공개된다. 올해에는 약 40개의 구두발표와 130여개의 임상 시험(Clinical Trials) 결과 포스터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시기에 다시 제약바이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헬스케어 섹터 내 2019년 단 2개월 누적 인수합병(M&A) 규모는 약 100조원이다”면서 “이미 2017년 연간 M&A 규모와 유사한 수치를 기록, 공동개발 규모 또한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8년 수치의 42%를 달성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지난해 수치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미 5개‧유한 2개‧GC녹십자‧동아ST‧종근당 주목

자체 개발 의약품 등으로 2018년 매출 1조160억원을 기록, 매출 대비 R&D 비용만 약 19%인 1929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올해 AACR에서 5개 파이프라인을 새로 발표한다. 이 중에서도 2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신규 파이프라인이며, 1개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2016년 총 계약금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항암신약기술로 관련 발표는 업계 관심을 이끌고 있다.

한미약품이 새롭게 공개한 LSD1 저해제 ‘HM97211’과 FLT3 저해제 ‘HM43239’는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없던 신약후보물질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의 초기단계 파이프라인의 R&D가 매우 견고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넨텍에 기술이전한 항암제 ‘벨바라페닙(HM95573)’는 한국에서 임상 1상이 3개 부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 학회 등에서 결과가 발표된 사례가 없었다. 임상결과 발표도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서는 소외된 파이프라인 중 하나였지만, 발표 목록에 들어가 주목된다.

벨바라페닙은 pan-RAF 저해제로 알려진 물질로 암의 예후 예측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14개 필수 유전자 중 하나로 정상 BRAF, BRAF 돌연변이, CRAF에 대한 강한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이전에 발표된 내용으로 암세포주와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AACR에서는 기존 RAF 저해제로 알려진 로슈의 ‘젤보라프’와 GSK의 ‘타핀라’와 비교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록에 따르면 젤보라프와 타핀라는 BRAF 돌연변이 세포주에는 반응이 있었지만, NRAS, KRAS 돌연변이 암세포주에는 반응하지 않은 반면, 벨바라페닙은 세 돌연변이 세포주 모두에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로슈의 흑색종 치료제인 젤보라프 내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NRAS 돌연변이라고 알려져 있어 중요한 연구 결과로 분석된다.

▲ 상위 제약사가 '미국암학회(AACR2019)'에서 발표할 후보물질 요약본. 출처=AACR2019

경쟁사 치료제 대비 효과가 더 높다고 알려진 비소세포폐암 EGFR T790M 돌연변이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유한양행은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YH25248’은 PI3K delta 저해제로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는 기전이고 ‘YH29143’은 새로운 TIGIT 항체로 알려졌다. 이는 각각 면역항암제인 PD-L1 항체와 병용투여 시 종양세포 억제를 나타내는 연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며, anti-TIGIT 항체가 면역세포인 T세포 활성을 높이고 Treg 세포를 억제하는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anti-TIGIT 연구는 항원제시세포 표면에 있는 T세포 또는 NK세포와 결합해 PVR과 TIGIT의 결합을 방해하는 타겟 항체의약품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유한양행이 이번 AACR에서 발표하는 후보물질은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와 동아ST도 면역항암제와의 병용투여 시 나타나는 효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CEACAM1 억제제 계열의 폐암 치료제 ‘MG1124’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 투여 시 효능을 공개한다. 동아ST의 MerTK 저해제 역시 키트루다와 병용투여 시 효과를 발표한다. 이는 특히 2016년 총 계약금 약 5970억원 규모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으로 임상이 성공하면 추가 마일스톤을 유입할 수 있는 만큼 연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 상위 제약사가 '미국암학회(AACR2019)'에서 발표할 후보물질에 대한 초록 내용 요약. 출처=AACR2019

종근당은 경구용 대장암 치료제 ‘CKD-516’의 임상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CKD-516은 수자상세포 성숙을 이끌어내 혈관 괴사를 통한 암세포 분화를 낮추는 기전을 나타낸다. 이는 면역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SMAD4 결핍 대장암 모델에서 항 PD-1 항체의 항암 작용을 나타내는 차세대 종양혈관 파괴 물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제약사,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 따른다…신약개발 모멘텀 주목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 중 하나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효과가 나타나는 일부 환자에게는 탁월하지만, 나타나지 않는 환자에게는 효능이 미미하다. 반응률은 대개 20~30%로 평가된다. 10명 중 2~3명에게만 우수한 반응률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면역관문역제제와 새로운 신약 등의 병용투여를 통해 반응률을 높이고자 R&D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동아ST, 종근당이 AACR에서 발표할 연구 결과가 이와 관련됐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R&D 모멘텀도 주목된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이번 AACR 초록 공개로 다수의 한국 기업이 학회에 참가하고,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R&D 트렌드에 부합함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학회 이벤트는 5월 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6월 초 미국당뇨학회(ADA)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AACR 개최를 시작으로 신약개발 기업들의 모멘텀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