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고객들로부터 원포원 방식으로 기부받은 탐스 신발을 맨발의 아이들에게 신겨주고 있다. 사진출처=탐스 홈페이지

경영학 강의때 자주 인용되는 신발 우화 한 토막.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본 신발회사 두 직원이 본사로 출장 보고서를 보냈다. 직원 A는 “여기는 모두가 맨발이니까 신발 보내지 말 것”이라고 썼다. 반면 직원 B는 “여기는 모두가 맨발이니 당장 신발 1000만 켤레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경영학 교수들은 '맨발'에 대해 자본주의적으로 접근한 B를 사업가의 롤모델로 제시해왔다. 그가 ‘불필요’ 상황에서 새로운 필요를 창출·유도·확대할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맨발을 본’ 세 번째 남자가 우화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2006년 1월 미국 청년 C가 휴가차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어려서부터 사업에 뛰어든 C는 한달 일정 여행길에서 두 가지를 발견했다. 황마(黃麻) 소재로 밑창을 만든 독특한 아르헨 전통신발 에스파드릴(espadrillas), 그리고 신발이 없어 발이 상처투성이인 수 많은 현지 아이들이었다.

만약 A였다면 기념품으로 신발을 몇 개 구입하고는 그냥 귀국했을 것이다. B라면 잠재시장을 보고 곧바로 비용이 저렴한 아르헨티나에 에스파드릴 신발공장을 차린 뒤 남미 전역에 사는 아이들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을 것이다.

C는 달랐다. 에스파드릴에서 영감을 받은 신발을 미국에서 제작해 ‘원포원’(one for one) 으로 팔기 시작했다. 40달러짜리 한 켤레가 판매되면 맨발의 후진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 '착한 신발' 사업은 입소문과 언론보도를 타고 급속히 커졌다. 불과 5년 만에 전세계 1000개 매장에서 연간 200만개 신발을 파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C는 ‘탐스’의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다.

<성공하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의 저자 야코포 페르페티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기업이 ‘이익에 따른 부담’(사회적 책무)을 씻어내는 해결책은 대부분 무익(無益)한 활동(사회공헌활동) 뿐이었다. 그러나 탐스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사례처럼 수익사업이 곧 사회공헌인 경우가 생겼다.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포터도 기업가들에게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비즈니스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로 관점을 바꾸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것이 경영학에서 요즘 핫한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모델이다.

한편, 맨발을 본 세번째 남자 C는 창사 이후 6000만 컬레의 신발을 70개국의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했다. 또한 신발 기부에 머물지 않고 사업영역을 안경, 커피, 가방 등으로 확장해왔다. 2011년 탐스 아이웨어로 안경시장에 진출해 고객이 안경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후진국들에 시력복원 시술을 지원하거나 시력 교정용 안경을 기부하고 있다.

2014년에는 탐스로스팅컴퍼니를 설립해 커피 한 봉지가 판매될 때마다 깨끗한 식수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주일간 마실 분량인 140리터의 식수를 제공한다. 특히 2015년에는 가방 브랜드를 만들어 안전한 출산을 돕는 서비스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남자 C의 눈에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맨발’들이 여전히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