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4086가구 규모로 공급되는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모형.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무엇보다도 분양가가 싸고, 그만큼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에 찾아왔지만 일반 분양 물량이 적어 하늘의 별따기 같다” - 화서동에서 방문한 60대 조원섭(가명) 씨.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에서 약 10년 만에 신축 아파트가 공급된다.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공급되는 터라 기존 입주민을 제외한 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대 3억8000만원대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게 수요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4000가구 규모의 대량 공급인 탓에 입주 시기가 도래하면 전세가에 영향이 있으리란 관측과 함께, 연속해서 수원시 구도심의 개발이 예상돼 ‘시너지 효과’도 점쳐지고 있다.

대우건설과 GS건설 등 컨소시움은 8일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견본주택을 열고 방문객을 맞았다. 오전과 오후 내내 가득한 대기줄이 이 지역에 대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듯 했다. 당첨확률은 적지만 일단 청약이라도 넣어보자는 수원 시민들이 관람객의 다수를 구성했다. 청약 일정은 12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3일 해당 지역의 1순위 청약이 이어질 계획이다.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A-1블록에 공급되는 해당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높이 43개동에 총 4086가구 규모로 ‘매머드급’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 해당 부지의 연면적은 약 57만㎡에 이른다. 이 지역은 2004년 이후 뉴타운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분양아파트 사업 등을 거치며 부침을 겪은 곳이다. 노후·불량 건축물해소를 위해 2004년 3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로 지정되고 약 15년의 세월을 거쳐 일반 분양에 이르게 됐다.

▲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사에 한 창인 고등동 주거개선사업지구 A-1, A-2블록.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다만 2675가구에 이르는 기존 거주자들의 우선분양으로 남은 일반 분양 물량은 많지 않아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반 분양 물량은 총 4086가구에서 입주민 우선분양 2675가구, 임대주택 4개동 614가구를 제외한 797가구 가운데 794가구에 해당한다. 이는 이주대책대상자 3가구를 제한 수치다. 더구나 794가구 중에서도 약 80%는 다자녀가구, 신혼부부, 생애최초, 노부모부양, 국가유공자, 기타 유형 등의 특별공급이 차지하고 있어 한 층 거센 경쟁이 예상된다.

이처럼 적은 물량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근거에 해당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시행령에 이르면 ‘주택법’ 제2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해 전세 가구수 대비 90% 이하로 분양할 수 있고, 임대주택은 약 30% 이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분양 관계자는 “공공택지 공급되는 주택이다보니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특별공급 물량이 많이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반에 분양되는 물량은 전체 가구수의 4% 수준인 총 163가구로, 전용면적별로 ▲59.9900㎡A 52가구 ▲59.9900㎡B 4가구 ▲59.9900㎡C 3가구 ▲74.9800㎡A 53가구 ▲74.9900㎡C 51가구다.

반면 특별 공급 물량은 ▲59.9900㎡A 259가구 ▲59.9900㎡B 16가구 ▲59.9900㎡C 8가구 ▲74.9800㎡A 266가구 ▲74.9900㎡C 248가구다.

단위면적 3.3㎡당 평균 분양가는 1280만원에 책정됐다.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정해진 값이다. 최소·최대 분양가는 각각 3억710만원, 3억8350만원이고, 발코니 확장 공사비는 면적에 따라 약 662만원~803만원 수준이다.

▲ 맞통풍과 수납공간에 신경 쓴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74㎡ 거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견본주택은 일반 분양 물량인 59㎡와 74㎡ 두 유형만 준비돼 있었다. 원 거주민에게 우선 분양되면서 완판된 84㎡ 두 유형은 닫혀있었다. 구 24평, 실평수 18명에 해당하는 59㎡A의 경우 세 개의 방을 두면서도 수납공간 확보와 개방감에 신경 쓴 설계를 선보였다. 주방동선을 최소화하는 ‘ㄱ’자 형태의 주방 구조를 적용하면서,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주방창과 거실창을 마주보게 배치했다. 약 30평에 해당하는 74㎡A의 경우도 같은 구조를 적용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TV와 소파의 거리 4.1m를 유지하고, ‘키큰장’으로 팬트리를 대체해 한쪽 벽면을 모두 수납공간에 할애했다.

이밖에 커뮤니티시설은 주민회의실, 도서관, 독서실, 카페, 피트니스클럽, G/X클럽, 동호회실과 수영장, 골프클럽 등이 도입된다. 대단지다보니 어린이집 3곳, 시니어클럽도 3곳을 배치한다.

▲ 수원역과 고등동 일대에서 10년만에 공급되는신축 아파트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신축 10년 만...미래가치 기대감 있어

오전부터 오후 내내 이어지는 관람객 행렬을 두고 관계자는 “고등동은 지금까지 낙후·불량 주택이 많았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저평가됐다는 시선과 함께 개선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수원시민들의 주목을 받은 듯하다”면서 “고등동 내에선 약 10년 만에 새로운 아파트 공급이라 더욱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분양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를 제외하면 일대에는 아파트가 거의 전무한 지역이다. 대부분이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곳이기 때문에 주변 중개사들은 ‘대단지’가 불러올 부정적인 측면이 적다고 이야기한다.

고등동 M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시작되는 2021년에는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도 함께 입주하는 시기라, 일거에 공급이 몰리는데 따른 전세가 하락 등의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영향이 미칠 만한 아파트가 수원역 북쪽으로는 거의 없고, 여타 재개발 사업과 함께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고등동 지역 아파트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42가구 규모 동은아파트, 190가구 규모의 해창아파트, 24가구 규모의 아이제이빌 등 단 3개 단지가 있다. 그러나 매물로 나온 것은 네이버 부동산 기준 해창아파트의 매매 4건, 전세 3건, 월세 3건이 전부다.

▲ 서둔동 센트라우스의 최근 시세는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인 3억원 후반~4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현재 주변 시세는 수원역 건너편 권선구 서둔동의 센트라우스 전용면적 84㎡가 3월 4일 KB부동산 기준 3억5500만원에서 4억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5년에 지어져 비교적 신축에 속하는 해당 단지의 시세는 단위면적 3.3㎡당 1200만원 이상이지만, 1979년 지어진 해창아파트의 경우 단위면적당 949만원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분화 현상은 고등동 뿐 아니라 구도심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약 16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역세권·학교 등 입지에서 호평을 받은 장안구 정자동의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지난해 5월 분양 당시 평균 64.82: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현재 해당 단지의 분양권 시세는 단위면적당 1861만원으로,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대 1억7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되기도 했다.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일반 분양물량과 같은 전용면적 74㎡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4억6960만원~6억659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74㎡는 고층의 경우 최대 6억3530만원, 중간층은 4억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출처=네이버 부동산.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해당 면적은 3억5000만원~3억8000만원에 분양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가치가 확연하다는 게 관람객들의 평가였다.

원주민 분양을 받은 뒤 자식들을 위해 한 번 더 청약을 신청하러 온 50대 김순자(가명)씨는 “특별공급이 많아 아들딸이 당첨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신축이고 입지도 좋아 오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한 채 더 장만하려고 한다”면서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더더욱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자녀들 장만을 위해 화서동에서 관람 온 50대 신기순(가명)씨는 “화서역 파크푸르지오가 스타필드도 들어오고 학교도 가까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걸 봤다”면서 “그곳이 1년 만에 1억이 오르는 걸 보니 이곳도 그만한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권선구 세류동에서 방문한 60대 백여일(가명)씨 역시 “일반 분양 양이 적기 때문에 더더욱 귀해서 탐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84㎡를 분양 받고 싶었는데 원주민 분양으로 이미 완판돼 아마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의 경우 59㎡의 분양권은 단위면적당 시세가 약 2200만원까지 뛰면서 4억~5억원대에 거래 중인가 하면, 74㎡ 역시 1700만원까지 오르면서 4억7000만원~5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84㎡(공급면적 114㎡A)는 현재 34개의 분양권 매물이 올라와 있고 시세는 최대 5억8820만원에 이르고 있다.

S공인중개사는 “3년 전매제한이 걸려있지만, 등기를 마치는 시점을 3년을 다 채운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가 있어 오전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갔다”면서 “특히 조합원 분양권 문의가 많은데 84㎡를 6억원 아래로만 잡으면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를 전례로 오를 것이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주택을 파는 2주택자가 있어, 중도금 대출이 시작되기 전인 5월에 급매가 나올 것이라고 한편에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그렇지만 그때가 되면 가격이 또 올라있을 것이기 때문에 매수시점은 오히려 지금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는 이름 그대로 수원역과 약 1km 거리에 자리한 입지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수원 구도심 개발 활성화되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서 방문한 50대 조혜순 씨는 “일단 분양가가 싼 편이라 매도시기가 와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대단지이고 입지 환경도 좋아서 거주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는 단지의 이름대로, 수원역이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수원역은 현재 지하철 1호선, 분당선, KTX가 지나는 노선인데다, 2021년 착공에 들어가는 수인선, 얼마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등의 호재를 안고 있다. 또한 영동고속로도, 수원문산고속도로 등의 도로망과 서수원버스터미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교육 시설은 수원초등학교, 화서초등학교, 수원여자고등학교 등 초등학교 6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3곳 등 총 11곳의 학교가 단지 반경 1km에 자리하고 있다. 단지가 속한 고등동 내에 경기도청이 위치해 행정적 편의성이 있고, 단지 동쪽으로 수원 화성의 일부를 품은 팔달산이 있고, 서쪽 서호공원, 북쪽 숙지산 등을 끼고 있어 녹지도 갖춘 환경이다. 또한 수원역과 맞붙어 있다 보니 이미 수원역에 형성된 생활편의시설과 상권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CGV, AK플라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 함께 올해 들어설 예정인 KCC몰, 기존의 수원역 로데오거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남쪽은 ‘팔달2주거환경개선지구’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당 지구에는 기업형 임대주택, 근린생활시설과 함께 준주거지역 행복주택·기타 용지 등이 계획돼 있다. 4000가구의 배후수요가 있어 상권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곳 뿐 아니라 수원역 주변 구도심은 크고 작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 팔달6구역 등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수원 구도심 지역(진회색 블록). 출처=다음지도.

수원시가 3월 4일 고시한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과 2030년까지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되는 정비예정구역은 총 12곳이다. 재개발지구 1곳, 재건축지구 10곳, 도시환경정비 1곳을 포함한 수치다. 2030 정비예정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5곳은 총 14만7000㎡ 규모로, ▲파장1구역 ▲세류1구역 ▲우만1구역 ▲원천1구역 ▲망포1구역 등이다. 이 가운데 우만1구역이 약8만2000㎡로 도심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다만 ‘팔달2주거환경개선지구’ 동편의 ‘해창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팔달115-3’의 재개발정비 계획은 주민 반발과 갈등을 겪으면서 지난 1월 해제됐다. 보상액이 2011년 사업시행인가 시점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게 이유다.

이밖에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팔달6구역(2586가구) ▲팔달8구역(3603가구) ▲팔달10구역(3432가구) ▲권선6구역(2178가구)은 현재 이주를 기다리고 있거나 진행되는 곳이 많다. 해당 지역 모두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추진되고 있고, 준공·입주시기도 2021년 이후로 엇비슷한 시점이다.

대단지가 들어서면 상권 형성에 일조하기도 하지만, 주변 전세가 하락을 이끌기도 하기 때문에 약 4000가구의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약 2300가구의 ‘화서역 파크푸르지오’와 함께 정비구역들의 대규모 개발이 본격화되면 전세가 하락이 일거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T공인중개사는 “분양가가 워낙 낮은 편이라 우려할 만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면서 “일단 전세가를 최소한 분양가 정도는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가격 방어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를 비롯한 수원 시장을 두고 “그동안은 동수원과 광교 등지에서만 신축 아파트의 공급이 이뤄졌는데 최근 정비구역과 함께 구도심 지역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라면서 “푸르지오 자이만 해도 가구당 3명씩 계산했을 때 1만2000만에 이르기 때문에 수원역 주변으로 상권·학군 등의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이고, 구도심지역의 순차적인 공급으로 단지 각각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량노후주택을 개선하면서 수원 전체가 활성화된다는 설명이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이밖에도 1000가구 내외의 자잘한 사업구역도 있기 때문에 올해에만 약 1만가구 가까이 구도심 지역에서 공급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건설사 사정에 따라 분양 일정이 늦춰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어, 하반기에 예정된 물량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