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빅1’ 조선사를 위한 본계약 체결에 따라 현대중공업 재무부담 증가도 한 발 가까워졌다. 대우조선해양 부채 반영, 상환전환우선주(RCPS) 계상, 전환사채(CB) 이자 확대 등의 영향이다.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가 방어도 일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방향키는 합작법인 매출 45%를 차지하게 될 조선업 업황 개선에 달린 것으로 분석되는 중에, 실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구조조정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한국조선해양(가칭)’이 설립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합작법인이 새로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1조2500억원과 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다. 합작법인은 상장회사로 남는다.

인수가 완료되면 합작법인의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부채에 대우조선해양 부채 및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부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RCPS는 현대중공업이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 IFRS에 따라 부채로 잡힐 수 있다. 보유자의 상환 요청이 가능할 경우 해당 기업은 그 요청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합작법인 부채규모는 순차입금과 1조2500억원 규모의 RCPS 증자 등 신종자본증권을 더하면 총합 10조8100억원에 이른다. 매입채무 등을 더하면 부채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추가 악화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자금이 부족할 경우 2021년 말까지 1조원을 지원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자비용 문제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2조3000억원 규모의 30년물 전환사채(CB) 금리는 오는 2021년까지 연 1%를 유지하다가 2022년부터 무보증사채 금리의 25bp(0.25%포인트)로 바뀐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신용등급(ICR) 등을 고려하면 이자율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BB+/긍정적으로 아직 ‘투기등급’이다.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가 방어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통주 가격이 RCPS 전환가액 13만7088원보다 높을 경우 합작법인은 50%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전환가액에 이르지 못하면 산업은행의 전액 상환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부채 감소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업황 회복을 고려하지 않은 부정적 상황을 가정해도 5.2~9.4% 희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현대중공업의 1주당 가격은 12만5500원으로 전환가액보다 낮다. 본 계약 체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하락한 영향이 크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당분간 인수 대상의 안정적 수익성 확보는 불투명한 반면, 그룹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라며 “단, 대우조선해양 보유 신종자본증권의 변경 협의 등 일부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은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

▲ 인수 전후 현대중공업그룹 차입금 및 신종자본증권(지난해 9월말 기준). 출처=한국신용평가

합병 후 조선업 매출 비중 45%... 업황은 개선세

합작법인의 재무부담 감소 키워드는 결국 조선업의 ‘업황’일 것으로 보인다. 합병 이후 조선업 매출 의존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45%로 합병 전보다 13%포인트 높다.

최근 조선업 업황은 좋지 않았다. 선가가 낮은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17만4000㎥급 LNG선은 1억8200만달러로 지난 2016년보다 1500만달러 낮았다.

현대중공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일부 개선세를 보였지만 결국 손실을 이어갔다. 마이너스(-)2519억원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그룹의 조선도를 높이게 되며 조선업황에 따라 실적가변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조선사업에서 적정 선가 수주확대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조선사업 비중 확대는 수익성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업황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에너지 전환정책 등의 이유로 세계 LNG운반선 발주량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LNG선 발주가 2027년까지 연평균 60척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타르 등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을 탈퇴하면서 LNG 생산량을 더욱 늘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LNG운반선 수주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양형모 애널리스트는 “올해 LNG선 발주가 급증할 전망이다”라며 “카타르의 LNG선 60척 신규 건조 계획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의 쇄빙 LNG선 10척 발주 계획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업황 회복만 이뤄진다면 양사 합병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따른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최상위의 건조능력을 가진 거대 조선사 그룹 형성으로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점진적인 수주 회복 국면을 가정하면 실질적인 경쟁자 감소에 따른 수주 환경의 개선 효과가 중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종 인수가 결정될 경우 풍부한 시너지 효과가 그려진다”라며 “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사업부가 있고 자회사로 현대중공업 파워시스템이 존재하여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카드? 실적 효율 개선 제고 필요

한편,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선종 및 생산 기반 등 많은 부분에서 사업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LNG는 물론이고, LPG의 경우 국내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만 건조하는 상황이다.

지광훈 수석연구원은 “사업적 시너지 효과 발현을 위해서 중복 투자의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결국은 업황”이라며 “업황이 좋으면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 계약이 체결된 8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들은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본 계약과 함께 낸 공동발표문에는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