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그들은 이미 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심지어는 식기세척기에서 식기를 꺼낼 수도 있다.

이제, 사상 처음으로, 네 발 달린 달린 로봇이, 우리 인간들도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들 외에는 가급적 피하는 뒤로 재주 넘기까지 완벽히 수행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원들이 이번 주에, 옆으로도 걸을 수 있고 뒤집어졌다 가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무게 20 파운드(9 kg)의 자신감 넘치는 로봇을 공개했다.

MIT 연구원들에 따르면, ‘미니 치타’(Mini Cheetah)라는 이름을 가진, 어찌 보면 개(犬)처럼 생긴 이 기계는,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도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다.

로봇의 설계를 도운 MIT 기계공학부의 벤자민 카츠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뒤로 넘는 능력 자체가 무슨 목적에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이 기계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니 치타는 하드웨어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높은 토크(torque), 힘, 가속 성능, 고속 충격 저항 등, 로봇의 기계 부품에 대한 까다로운 테스트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미니 치타는 다리를 구부리고 흔들 수 있게 해주는 12개의 전기 모터로 구동된다. 엔지니어들은 4개 다리에, 움직이는 범위(걸음 폭)를 확장하고, 방향을 바꾸고, 무릎이 부러지지 않고 고강도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각각 3개의 개별 모터를 장착해 동력을 공급받는다. MIT가 공개한 동영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로봇은 옆에서 발로 차 넘어뜨려도 즉시 일어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었다.

연구원들은, 넓은 보폭으로 움직이며 울퉁불퉁한 표면을 걸을 수 있는 이 로봇의 능력이, 언젠가는 인간을 도울(또는 인간을 대신할) 네 발 로봇으로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카츠 교수는 "발이 달린 로봇은, 인간이나 동물 같은 동작이 필요하지만(계단이나 암벽을 오르는 일 등) 사람을 직접 보내는 것이 위험한 곳, 즉 수색, 구조, 탐사, 조사 등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발이 달린 로봇은, 인간의 동작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직접 보내는 것이 위험한 곳, 즉 수색, 구조, 탐사 등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출처= MIT News Office

미니 치타가 뒤로 재주 넘기를 성공한 최초의 로봇은 아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동영상을 통해 널리 알려진 머리 없는 휴머노아드 로봇 ‘스타’ 아틀라스(Atlas)는 그냥 뒤로 재주 넘기를 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박스를 건너 뛴 후에 뒤로 재주 넘기를 거뜬히 해냈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혼자 문을 열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시속 20마일에 가까운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스팟(Spot), 와일드캣(Wildcat), 빅독(BigDog)이라는 네 발 로봇을 생산해 왔다.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업자 마크 라이버트는 지난 해 독일 전시회에서, 보안, 배송, 건설, 가정 도우미 등 여러 산업에서 사용될 수 있는 네 발 로봇 스팟미니(SpotMini)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무게 66 파운드(30 kg), 키 2피트 9인치(84 cm)의 스팟미니가 회사가 그 동안 개발한 로봇 중 가장 조용한 로봇으로, 전기로 작동하며, 17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고, 한 번 충전하면 90분 동안 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MIT 연구원들은 이 네 발 생명체에 대한 그들만의 계획을 따로 가지고 있다.

김상배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MIT뉴스에 "로봇 개들이 참가하는 장애물 코스 경주 대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를 통해, 각 팀이 서로 다른 알고리즘으로 미니 치타를 제어하고, 어떤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볼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연구를 가속화하는 방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