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환경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인간과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징후들이 주위에서 쉽게 포착된다. 코에 빨대를 꽂은 채 죽은 바다거북의 사진이나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가 비닐봉지 80개를 삼킨 채 죽었다는 소식이다. 이는 마치 지구가 인간에게 복수라도 하듯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각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심각한 지구 건강을 신경써야하는 시대에 ‘친환경’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필(必)환경’ 시대다. 일상생활과 소비에서도 환경은 챙기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 속 패션도 오랜 세월 ‘자원 낭비’의 원인이었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매년 새로운 옷을 사면 남겨진 수많은 옷들은 그야말로 나중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컨셔스(conscious) 패션’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빈센트 스탠리가 파타고니아 코리아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컨셔스 패션은 소재 선별부터 제조 공정까지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환경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앞장서서 친환경 행보를 강조하는 의류 브랜드가 있다. 바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다. <이코노믹리뷰>는 파타고니아의 기업철학을 전 세계에 전파하러 방한한 철학 담당 임원 ‘빈센트 스탠리 (Vincent Stanley)’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금까지 이런 브랜드는 없었다
컨셔스 패션의 원조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라고 할 수 있다. 1973년 기업을 설립한 그 순간부터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사명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의류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으니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생각하는 소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광고는 파카고니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 이미지. 출처=파타고니아

이러한 철학을 가진 파타고니아는 1973년 창립 이후 올해 최초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 사명에서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이행한다 (We a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로 더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예고했다.

빈센트 스탠리는 “새롭게 바뀐 사명은 지구의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더 많이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이다”면서 “현재 존재하는 지구의 심각성을 일반 대중들도 느낄 수 있고, 지구를 위해 해결방안을 찾아야하는 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사명이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도 환경을 위해 많은 부분을 힘써온 파타고니아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도 본사의 철학을 이어받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무리 환경 파괴를 최소화해 제품을 생산할지라도 결국 어느 정도는 환경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1%’는 파타고니아 매년 매출액의 1%를 총 23개의 풀뿌리 환경단체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작되었냐는 물음에 빈센트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대부분 캠핑과 서핑을 모두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연을 마주할 일이 많아졌고 현재 처한 환경문제를 제일 먼저 접하게 된다”면서 “그러한 현장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당연히 스스로 지구에게 세금을 내야한다. 물이나 땅, 자연을 훼손시키는 대신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지구세를 내 자연을 보호하는 동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은 본사에서만 시작하다 기관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협회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 빈센트 스탠리가 파타고니아 기업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파타고니아의 ‘새로운 환경비전’은?
파타고니아는 여전히 지구에 돌려주는 것이 적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많이 지구에 돌려주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고민 끝에 새롭게 선보인 환경비전은 바로 ‘유기농 재생 농업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의류와 식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같은 원천적인 환경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우선 파타고니아는 일반 목화 대신 ‘유기농 목화’를 사용한다. 해로운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수 년 동안 유기농 방식으로 길러 온 농부들의 목화로 면을 만든다. 유기농 방식은 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며 토양을 지키고, 물을 아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시간과 기술, 지식,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재정적인 위험은 잠시 접어뒀다. 시장에서의 결과가 어떻든 앞으로 다시는 일반 목화에서 얻은 면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파타고니아는 일반 목화 대신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고있다. 출처=파타고니아

빈센트는 “면 뿐만이 아니라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무, 옥수수, 사탕수수 등과 같은 생화학소재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 식품 사업의 목표도 의류 사업의 목표와 동일하다. 파타고니아 식품은 망가져버린 음식 생산 유통 과정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연어를 대량으로 잡는 게 아니라 강에서 지역 주민들이 소규모로 잡은 연어를 사들여 만든다. 또한 환경보호 활동가와 생물학자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의 동선을 살펴 개체 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 포획량을 계산해 잡는 방식이다.

▲ 파타고니아 훈제 연어 (Wild Sockeye Salmon) 제품. 출처=파타고니아

빈센트는 “사명을 변경하기 전에는 여전히 지구에 돌려주는 것이 적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환경비전을 통해서 자연에서 가져오는 것 보다 더 많이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면서 “농업을 할 때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재건 유기농 사업으로 이뤄진 식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면 분명 이러한 노력이 지구 환경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업가가 아닌 진정한 ‘조언자’
한 기업에서 철학부문 임원이 존재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본사 임원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지사 직원들과 소통하는 일은 분명 드문 일이다. 빈센트는 1973년 처음 회사가 설립하던 시절부터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어떻게 크고 자라왔는지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파타고니아만이 가진 문화, 그리고 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당연해보였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만이 아닌 예일 대학원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교수로 겸직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경영 철학을 일방적인 가치 주입이 아닌 공유하길 원한다. 다른 기업처럼 홍보이사가 아닌 실질적으로 지구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다른 회사에도 공유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은 모두 방문할 예정이며, 성장하고 싶은 회사를 조언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 빈센트 스탠리가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렇듯 그는 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곳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인 듯 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기업의 철학을 설명할 때 ‘왜’를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직원들이 기업 철학을 이해하면 고객들과도 더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단지 매출만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닌 환경단체와 함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분은 분명 회사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건강한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