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는 지난 30년 동안 일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나빠졌다.    출처= The Takeou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지난 수 년 동안 전통적인 버거, 프라이드 치킨, 쉐이크 같은 메뉴에 샐러드와 요구르트 같은 가격이 저렴한 메뉴를 추가함으로써 건강을 의식하는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보스턴 대학교(Boston University)와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 연구원들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맥도널드(McDonald’s)의 구운 닭고기 포장이나 타코 벨(Taco Bell)의 프레스코 부리토스 같은 메뉴가 대거 등장하면서, 패스트푸드의 크기에 더 많은 옵션이 생겼지만 칼로리나 나트륨 함량은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1986년부터 2016년까지, 아비스(Arby’s), 버거킹(Burger King), 칼스주니어(Carl’s Jr.), 데어리퀸(Dairy Queen), 하디스(Hardee’s),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 KFC, 롱존실버(Long John Silver’s), 맥도날드, 웬디스(Wendy’s) 등 미국의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 10곳에서 1787개의 주 메뉴(entrees), 사이드 메뉴, 디저트를 조사했다. 이 기간 동안 이 3개 카테고리의 메뉴 수는 226% 증가했다.

이달 초 미국 영양 및 식이요법학 학회지(The Journal of the 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패스트 푸드 메뉴들은 각종 배합으로 더 가벼워진 품목도 생기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30년 전에 비해 덜 건강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패스트푸드의 지방과 염분 함량, 그리고 크기는 오랫동안 공중 보건의 관심사였다. 1960년대 초 13%에 불과했던 미국 성인의 비만율이 2016년에 40%까지 늘어난 것이 패스트푸드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새로운 연구는 그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10개의 체인점 전체에서, 1986년에 비해 2016년에 주메뉴의 평균 무게가 39그램 더 무거워졌고 열량도 90 칼로리 더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하루 나트륨 함량도 1986년에 하루 권장량의 27.8%였던 것이 2016년에는 41.6%로 늘어났다.

고객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먹으니 그렇다 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패스트푸드점들이 판매하는 메뉴에 칼로리 수치를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채택했지만, 이런 조치가 식품의약안전청(FDA)를 포함한 여러 기관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번 연구를 이끈 메간 A. 맥크로이 연구원은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디저트 메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파는 디저트의 평균 무게는 30년 전에 비해 71그램 늘어났고, 열량은 186칼로리 더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NPD의 대런 시퍼 식음료 산업 애널리스트는 "아마도 패스트푸드 식당들이 주문 단가를 높이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큰 아이스크림, 더 큰 쿠키로 고객을 유혹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스트푸드 식당에 고객이 가장 많이 오는 시간대는 점심 시간인데, 사람들은 점식 식사 때는 대개 디저트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에서는 주문 메뉴에 더 많은 양을 제공하는 것을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약속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요."

바로 지난달만 해도 맥도널드는 계피 설탕을 뿌린 '도넛 스틱'을 선보였다. 셋트에 6개의 도넛 스틱이 들어 있는 이 메뉴의 열량은 280칼로리다. 그러나 보통 크기의 도넛 두 세트를 사는 것보다 더 낮은 가격에 두 배 크기의 도넛 스틱을 살 수 있다.

칩, 수프, 감자튀김 같은 사이드 메뉴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구원들은 칩, 수프, 감자튀김과 같은 사이드 메뉴의 열량도 30년 전에 비해 평균 42칼로리 더 높아졌다. 또 음식 크기는 비슷한데도 나트륨 함량은 하루 권장량의 23.2%로 역시 30년 전의 11.6%에서 두 배나 증가했다.

주메뉴, 사이드 메뉴를 한 끼 식사로 함께 섭취하면 하루 평균 섭취 열량 2000칼로리의 거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또, 소비자들에게 같은 가격에 무조건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가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적은 양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 등 패스트푸드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업계가 이런 생각을 받아들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는 동안 메뉴는 계속 늘어나고, 때로는 주 메뉴와 사이드 메뉴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는 (주 메뉴인지 사이드 메뉴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버거 디퍼(Burger Dippers)라는 새로운 메뉴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회사는 이를 ‘튀김처럼 먹는 버거’라고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그랬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진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칼스주니어는 최근 식물성 버거 ‘비욘드 페이머스 스타’(Beyond Famous Star)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치즈와 함께 주문해도 700칼로리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