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끝내는 두 작품 <캡틴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출처= 마블스튜디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4월 개봉하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일단락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작품 20편의 영화 상영만으로 전 세계에서 37억3700만달러(약 4조2179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현재 인류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영화 프랜차이즈로 기록돼있다. 본래 마블 시리즈는 미국의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잡지나 TV 애니메이션 몇 편에 불과했다. 이런 마블 시리즈를 수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키워낸 배경에는 바로 세계 최강의 콘텐츠 기업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있었다.

미키 마우스로 시작된 전설  

사람들에게 흔히 ‘디즈니’라고 불리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회사의 이름은 창업주이자 초대 대표이사인 월트 디즈니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 1928년 11월에 첫 선을 보인 후 올해로 탄생 91주년이 된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성공은 디즈니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디즈니는 도널드 덕, 곰돌이 푸 등 수많은 인기 캐릭터들을 탄생시켜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고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인어 공주>, <알라딘> 등으로 성공을 거두며 미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데에 있어 지대한 공을 세웠다.

디즈니에 대해 기록된 여러 자료들에 따르면 초대 회장인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강해 실사 영화 혹은 그 외 문화 콘텐츠의 제작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극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기조는 꽤 오래도록 이어졌고 1990년대에 들어서야 디즈니는 실사 영화와 더불어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와 연결된 산업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우리가 다 한다 ‘아마존’ 이전엔 디즈니가 있었다

디즈니의 제5대 CEO이자 8대 사장인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는 사장 부임 후 본격적으로 디즈니의 산업영역 확장을 위해 나선다. 이를테면 지상파 방송망 ABC와 ABC가 1984년에 인수한 스포츠 채널 ESPN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기업 캐피털시티즈커뮤케이션즈를 인수하는가 하면 테마파크, 방송사, 스포츠 팀, 출판사, 음반제작, 호텔까지 산업의 반경을 확장한다. 

▲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적용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패러디 영상물.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경쟁사와 같은 픽사(PIXER)를 합병했고 2009년 8월에는 디즈니 역사상 최고의 선택으로 회자되는 합병을 이루니, 바로 마블 코믹스의 합병이다. 디즈니는 40억달러(약 4조원)로 마블코믹스를 사들이고 이후 확장 세계관 계획을 이어가는 영화 제작을 위한 독자적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를 세워 운영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2019년 4월로 일단락되는 MCU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마블 세계관의 영화화를 이미 기획해둔 상태다.

2012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화 제작사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부분의 판권을 손에 넣었고 지난해에는 713억달러(약 8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미디어 기업 21세기 폭스의 인수를 결정한다. 폭스의 인수로 디즈니는 그간 MCU에 편입시키지 못한 폭스 소유의 마블 캐릭터들의 판권 그리고 폭스가 보유하고 있던 OTT 플랫폼 훌루(Hulu)의 지분까지 손에 넣는다.

2014년에는 개인 인터넷 방송 업체 ‘메이커 스튜디오’를 인수해 회사에 소속된 수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까지 영입했다. 최근에는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게임 콘텐츠 제작 관련 사업에도 조금씩 손을 대고 있다.

▲출처= DB금융투자 

일련의 사업 확장으로 강화된 디즈니의 독보적 콘텐츠 IP, 제작 그리고 플랫폼 경쟁력은 디즈니의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스포츠채널 ESPN의 가입자 감소 등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디즈니의 2018년 매출액 594억달러(약 67조447억원, 전년 대비 +8.2%), 영업이익 149억달러(약 16조8176억원, 전년 대비 +8.0%)를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안으로 디즈니는 독자적인 OTT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그간 넷플릭스에 제공해왔던 자사의 콘텐츠 공급을 점진적으로 중단한다. 장기 관점에서 인지도가 높은 독자 콘텐츠들의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