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떡은 올드하다’라는 말 자체도 늙었다.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유명한 연남동에서 떡메를 직접 치는 떡집으로 주목을 받은 ‘조복남’의 김도훈·정재헌 공동대표는 간편식·1인식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한 발 앞서 다양한 떡을 선보이고 있다.

▲ 조복남 떡집은 직접 떡메를 치고 고물을 연구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들의 목표는 “조복남 유튜브 영상을 보고 부모님과 함께 찾아오는 초등학생·10대 학생들이 20대, 30대가 됐을 때 식문화 한 부분에 자연스럽게 떡이 있는 것”과 “떡 수출 등으로 한국산 쌀 소비를 늘려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떡’보다 ‘조복남’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정보통신(IT)을 전공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외식업계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셰프가 만나 구축한 떡집의 차별점을 찾기 위해 <이코노믹리뷰>가 연남동 조복남을 찾았다.

▲ 김도훈-정재헌 '조복남' 공동대표가 떡메를 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온라인 창업가와 오프라인 창업가의 만남

김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연세대 정보대학원에서 디지털경영을 공부, 온라인에서 영상을 보여주고 상품 판매로 이끄는 기업에서 일했다. 김도훈 디렉터는 “아마존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까지 사업을 했지만, 온라인에서의 사업은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보니 자주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재헌 셰프는 외식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는 스물여섯이 되던 해 ‘가족을 챙기기 위해 돈을 벌자’고 마음먹고 압구정동에서 유명한 외식업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정재헌 셰프는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분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만 있다 보니 사람에 덜 치이는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고등학교 친구로 각자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면서 교류를 이어갔다. 28세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공통점이 만들어지고, 소통을 더 하게 됐다. 본인이 일하고 있는 영역에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고 느낄 때쯤 사업 이야기로 서로가 아쉬워했던 부분을 소통으로 채웠다.

김도훈 디렉터는 “오프라인에 대한 이해가 근간이다. 이 기본을 충족해야 온라인에서도 더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로 각자의 사업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사업을 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통 떡과 퓨전 떡의 중용에서 브랜드를 만든다

조복남 떡집은 운영 철학 중 하나는 ‘디테일’이다. 김도훈 디렉터는 “떡 시장이 잠재력이 있다고 본 이유 중 하나는 전통 떡과 퓨전 떡의 간극이다”면서 “전통의 모양과 맛 등 본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끗’만 바꿔 아주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한 끗’만 바꾸는 디테일은 고객들이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정재헌 셰프의 설명을 따르면 퓨전 떡집은 정체성이 ‘퓨전’에 있다 보니 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떡도 음식이니 맛이나 본질, 본연의 맛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헌 셰프는 “전통 떡은 또 너무 전통적일 수 있다. 시장을 조사할 때 전통 떡집은 20~30년 지속하면서 장인정신을 만들어낸 곳만 지속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조복남은 전통적인 인절미에 다양한 고물로 만든 ‘소보로’를 고물로 활용, 고객의 입맛을 당기는 매력적인 한 끗을 바꾼 떡을 선보인다. ‘딸기바나나주스’의 조화로운 맛에 감명 받아 ‘딸기바나나설기’도 제작해냈다.

▲ 김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전통 떡에 기반을 두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끗'을 바꾸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조복남 떡집은 전통에 기반을 두고 고물과 속의 양 등 디테일을 조정한 제품으로 떡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브랜드를 목표로 했다. 김도훈 디렉터는 “우리는 떡 시장에 새로운 판을 열고자 노력 중이다. 그 위에서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떡 만들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실은 누구나 떡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커피 브랜드를 보면 누구나 커피를 내릴 수 있지만, 그들만의 분위기와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았나. 조복남도 브랜드를 추구한다. 우리만의 철학을 만드는 기간이 오래 걸렸고 지속해서 갈고 닦고자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떡에 대해 지니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가격’이다. 정재헌 셰프는 “재밌는 점은 떡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떡 명장을 보유한 한 전통 떡집은 몇 백원 가격을 올리는 것에도 두려움이 있었다. 고객들의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도훈 디렉터는 “가격에 대한 편견은 의외로 쉽게 깨질 수 있다. 고객들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가격이 비싸다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재헌 셰프가 흑임자, 콩가루를 활용한 마카롱을 팔다가 겪은 경험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정재헌 셰프는 “조복남에서도 흑임자, 콩가루를 활용한 마카롱을 만들다가 판매를 그만뒀다. 너무 잘 팔렸기 때문이다. 가격을 보면 마카롱은 하나에 5000원씩 팔아도 고객들이 찾지만, 좋은 재료에 수작업을 더한 모찌가 하나에 2000원이면 ‘비싸다’라고 한다”면서 “마카롱에 빗대거나 우리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면 ‘아 그러네요’ 하고 사간다”고 덧붙였다.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목표… 예상 못한 고객은 큰 기쁨

김도훈·정재헌 공동대표가 만든 브랜드 ‘조복남’은 정 대표의 할머니 이름이다. 그는 “할머니가 집에서 떡을 해주던 따뜻한 그리움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이름은 밝은 색 고물을 입은 떡에 무게감을 더한다. 김도훈 디렉터가 직접 기획한 포장 박스에 적혀 있는 ‘단디 챙겨 무라’는 말에 옛 어르신의 말투와 젊은이들이 장난삼아 말하는 사투리의 즐거움이 배어 있다.

조복남의 목표는 미국 진출, 즉 떡 수출이다. 정재헌 셰프는 “떡 사업을 하다 보니 쌀 산업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지만, 밀가루는 자급률이 낮은데도 소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관련 기사를 읽다가 ‘농사 안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저렴한 쌀 수입해오면 되지 않냐’라는 댓글을 보고 슬펐다. 우리는 조복남 떡을 수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쌀이 남으면 세계에 내놓으면 된다.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싶은 것과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복남은 차곡차곡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창업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현대백화점, 현대아울렛, 롯데백화점 식품관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을 판매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쌀의 가치를 높이는 청년 창업인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대회인 ‘미(米)스코리아’에도 선정됐다.

조복남은 유튜브에서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정 셰프는 “자체 제작으로 식감을 돋울 수 있는 떡 ASMR과 간편하게 집에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디렉터는 “유튜브를 보고 부모님을 데려오는 초등학생이나 10대가 많다. 흥미로운 연결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셰프는 “고객들 중에서 ‘우리 애는 떡 안 먹는데 여기 것은 먹는다’면서 몇 박스씩 사 가는 분들이 있다”면서 “쌀로 만든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더 좋은 재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복남의 올해 경영 모토는 ‘궁극의 감칠맛’이다. 그들은 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을 기획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김 디렉터는 “지난해에는 흥미롭고 화려한 모습이었다면, 올해에는 음식 본질에 더 다가서서, 먹는 순간은 간간할 수 있지만 돌아서면 생각나는 것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 셰프는 “떡의 아쉬운 부분일 수 있는 ‘향’을 내고자 해조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접목 중이다. 십리 밖에서도 향이 난다는 흑임자는 활용 중이고, 녹두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복남 크루는 하루하루 충실하기 위해 떡메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