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P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셀프스토어 1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첫 ‘셀프 스토어’를 열었다. 셀프 스토어는 10~30대 소비자들이 매장 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쇼핑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선보인 매장이다. 직원의 도움이 부담스럽고 아이쇼핑만 하길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매장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언택트 트렌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에 화장품 셀프스토어 이니스프리 매장은 과연 얼마나 편리할까. DDP에 위치한 매장을 <이코노믹리뷰>가 직접 방문해봤다. 

이니스프리 셀프 스토어 매장은 지나가다 보았을 땐 일반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접 매장에 들어선 뒤 셀프 계산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일반 매장과는 다른 점이 보였다. 기자가 매장을 찾은 건 점심시간이 지난 이른 오후 2시로, 점심을 먹은 뒤 아이쇼핑을 하는 손님과 DDP를 놀러온 젊은 여성층들이 많이 보였다. 

▲ 제품을 진열대 밖으로 꺼내면 아래 화면에 제품의 기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이니스프리의 셀프 스토어의 핵심 기술은 무선 주파수 인식장치(RFID)다.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들은 RFID기술을 인식할 수 있는 택이 붙어있다. 사용방법은 간편하다.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셀프 카운터에 가서 쇼핑백에 넣으면 셀프 결제와 포장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셀프 스토어라고 해서 매장에 직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매장 안쪽에 2명의 직원이 상주해 있었다. 또한 매장 곳곳에는 벨이 달려있어 손님이 궁금해 하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시 벨을 누르면 직원 호출이 가능하다. 이는 아직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고 소통을 원하는 고객층과 셀프 스토어 시범 운영 단계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 화면을 터치하면 베스트 셀러 순위와 이벤트 할인 정보가 확인가능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 QR코드를 인식하면 챗봇과 연결돼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매장 내에는 다양한 디지털 체험이 가능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도 배치돼있다. 소비자들은 ‘카운셀링 키오스크’를 통해서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와 할인 행사 소식, 매장 내 제품 위치, 베스트셀러 제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기에서 카카오톡 QR 코드로 인공지능 상담원(AI) 챗봇과 바로 연결이 가능해 원하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간단한 디지털 체크을 통해 시트팩을 추천받을 수 있는 자판기 모양의 ‘시트팩 벤딩 머신’도 매장에 있다. 본인의 피부 상태를 몇 가지 체크하면 가장 알맞은 기능의 팩을 추천해준다. 혹시나 피부 상태를 모를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셀프 체크가 가능한 ‘뷰티톡 미러’도 비치되어 있다. 측정 기계를 통해 수분과 유분, 피지 분비량까지 알 수 있어 시트팩은 물론 피부 타입에 맞는 모든 기초 제품을 추천 받을 수 있다.

▲ '뷰티톡 미러'로 본인의 피부 상태를 셀프로 체크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 한 손님이 '시트팩 벤딩 머신'에서 간단한 체크 후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직장 동료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이모씨(27,여)는 여러 스마트 기기들을 사용해본 후 “친절하게 기계의 설명이 적혀있어서 어렵지 않았다”면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제품도 구경하고 테스터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체험 스토어가 뜨고 있는 업계의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체험과 테스터가 가능한 점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 듯하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단계인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 디지털 기계가 익숙한 젊은 층은 신기하면서도 오히려 더 편리하고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는 반응과, 기계가 어려운 40대층은 정보가 한번에 너무 많이 적혀있어 이해하는데 오래 걸려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 도움이 필요할 때 벨을 누르면 직원에게 알람이 간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또한 결제 방법에서도 한계점이 보였다. 셀프 계산대에서 현금은 결제가 불가능하고 카드만 결제가 가능하다. 결국 현금 결제는 직원의 호출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증정에도 제한이 있다. 정기적인 세일 기간의 단순 할인 적용은 셀프 스토어에서 등급에 맞게 계산이 가능하나, 세일 기간이 아닐 경우 구매하면 평상시 제공받던 서비스는 받기 어렵다. 샘플이나 증정품, 기프트는 셀프 계산대에서 제공이 어려워 매장 직원에게 따로 문의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완벽한 셀프 스토어의 무인매장이라기 보다는 소수 직원이 상주한 매장의 컨셉인 셈이다.

▲ 셀프스토어의 셀프 계산대.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 한 손님이 제품을 구매하고 셀프로 결제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무선 주파수 인식장치(RFID) 기능도 사람이 많이 몰리면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RFID기능은 제품이 진열대에서 벗어나면 그 아래에 있는 화면에 해당 제품에 대한 성능과 기능이 나타난다. 제품 하나 당 기능이 적용되기 때문에 여러 제품을 동시에 집어도 먼저 집은 제품의 정보만 나온다. 이럴 때는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도움 벨을 누르고 직접 소통해야 한다.

셀프 스토어 매장에 일하는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처음에 셀프스토어를 많이 어색하시는 손님 들도 있다”면서 “직원들은 제품이 있는 매장에만 상주하지 않을 뿐이지 뒤편에서 재고 확인과 RFID가 인식하는 택 작업들은 수작업어서 일반 매장과 업무는 조금 다르지만 강도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 이니스프리 셀프 스토어에는 매장에 직원이 항상 상주하지 않고, 대부분 고객들이 구경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서동현 고객경험혁신팀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소비자가 혹여나 셀프 스토어 매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 일반 매장과는 차별화된 이벤트나 별도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전용 쿠폰이나 프로모션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니스프리는 이번 셀프 스토어 매장 반응을 중요하게 주시하고 있다. DDP 1호점을 테스트 운영한 데이터로 개선점을 보완하고 추후 운영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된 이니스프리의 첫 셀프스토어가 뷰티업계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