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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확한 취지 필요한 차등의결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스튜어드십코드와 같은 투자자 권리 보호 목적이 아닌 창업자를 위한 것이다.

벤처기업은 자금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지분이 희석되고 주인 의식을 잃어간다. ‘엑시트’(EXIT)가 벤처기업 대주주의 ‘꿈’이라는 말을 부인하기 어렵다.

창업자와 투자자는 각각 자금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필요하다. 서로가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이익을 무리하게 추구하기보다 접점을 찾아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만 양쪽 다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서는 벤처기업의 딜(Deal) 과정에서 유독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항이 많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맞지만 훌륭한 능력을 가진 경영자의 힘마저 뺏어서는 안 된다. 최악의 경우 창업자가 모든 짐을 짊어지는 사례가 더 많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등의결권은 창업자에게 책임과 주인의식을 강하게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찬성하는 쪽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에 따른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굴지 기업 탄생을 예로 든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악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창업자가 고의로 전횡을 저지르는 것이다. 또 대기업의 세습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의결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기업을 키워 승계 재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진국의 긍정적 사례가 국내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실리콘밸리’만 생각해보자. 창업자가 성장해 새로운 창업자를 위해 다시 투자하고 일하는 선순환 구조. 이를 위해서는 최초 창업자가 야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업에 남도록 해야 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이 단순 창업자를 보호하는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벤처정신을 유지하고 새로운 모험가들을 기를 수 있는 바탕이 돼야 한다. 그 취지를 명확히 해야 부정적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창업자와 투자자 간 딜 구조도 다양해질 수 있다. 투자시장의 발전이자 자본시장의 발전이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창업자의 힘이 강해지더라도 여전히 ‘돈’은 그 위에 있다.

사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도 악용 여부가 아닌 정치적 프레임이다. 늘 그래왔듯이 반 대기업·재벌 정서를 방패막이 삼는 쪽과 차별을 앞세운 쪽이 대립각을 세우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여야의 힘겨루기에 언제까지 곪아야 하는가.

이제는 이러한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차등의결권 도입은 제2의 벤처 붐을 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오롯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물론 향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방법은 또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취지는 분명히 하자. 차등의결권 도입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가 최종목표다.

이성규 기자  |  dark1053@econovill.com  |  승인 2019.03.09  14: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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